주치의 맺기
주치의 맺기
  • 성대신문
  • 승인 2018.05.14 21:15
  • 호수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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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환자들은 의사 장보기를 많이 한다고 알려져 있다. 동네의원에서 진찰받고 큰 병원에 와서 다시 검사받아야 안심을 한다. 병 진단이 안 되거나 치료가 잘되지 않을 때, 또는 중요한 치료 결정을 해야 할 때 원래 보던 의사가 다른 의사의 의견을 구하는 것이 2차 의견을 구하는 올바른 의뢰이다. 이 경우의 의뢰는 원래 보던 의사가 그동안의 상황을 잘 설명하는 의견을 첨부해서 그 분야의 전문의에게 환자를 보내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오진의 가능성을 걱정하거나 치료 결과에 불만이 쌓여 환자 스스로 다른 의사를 찾아가서 진찰받는 일이 일상화되어 있다.
질병의 속성에는 꽃봉오리가 때가 되면 꽃으로 활짝 피듯이 시간이 흘러 저절로 뚜렷한 소견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모호하던 병도 시간을 두고 주의 깊게 관찰하면 더 잘 진단이 된다. 스스로 의사를 바꾸면 다시 새 의사를 만나게 되고 이 의사는 이제 환자를 처음 보게 되니 경과 관찰이라는 중요한 진단 도구가 제대로 쓰일 기회가 사라진 셈이 된다. 혹시 늦게 진단되어 치료 시기를 놓치면 안 되지 않느냐고 반문하겠지만, 조기 진단이 아주 중요한 병이라도 응급상황이 아닌 다음에야 어느 정도 시간 여유는 있다. 오히려 같은 의사가 반복해서 보면 전과 다른 사소한 증세라도 의사의 주의를 끌 수 있어서 조기 진단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치료도 마찬가지로 생명이 촌각에 걸린 문제가 아니라면 시행착오도 따른다. 한 가지 치료법에 듣지 않으면 다른 방법을 시도하든지 해서 환자에게 맞는 치료법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새 의사를 만나면 이런 과정이 다시 반복될 수 있다. 새 병원에서 새 의사를 만나면 그 의사도 다시 환자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이미 했던 검사라도 다시 하는 경우가 많다. 기존의 검사 결과를 이용할 수 있지만, 경과를 보기 위해서도 검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자의 경제적, 시간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피하면서 2차 의견을 구하고 싶다면 원래 보던 의사와 잘 의논하여야 한다. 진단과 치료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의사에게 밝혀서 2차 의견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그 의사의 추천을 받아서 다른 병원을 찾는 것이 바른 길이다.

이런 일이 물 흐르듯이 잘 이루어지려면 주치의가 필요하다. 흔히 ‘주치의’하면 권력가나 부호가 전속으로 둔 의사를 말하는 것으로 오해하지만, 주치의는 자신의 건강문제를 언제나 상담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의사이다. 쉽게 찾아갈 수 있고 지속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으면서 이왕이면 다양한 질병과 건강문제를 종합적으로 상담해 줄 수 있는 의사를 말한다. 이런 의사라면 환자에게 책임감을 갖고 2차 의견이 필요하다면 복잡한 현대 의료 체계 속에서 조정을 잘 해서 바른 길을 찾아 줄 것이다. 특히 만성병이 많아지고 한 사람이 여러 가지 병을 함께 앓는 복합 질환자가 많아지면서 주치의가 더욱더 필요해졌다. 사람은 온전한 한 사람인데 병을 보는 의사는 여러 명이 되어서 의료 서비스가 제각각 쪼개지는 경우가 많다. 이를 통합해서 조정해주는 역할도 주치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또 무엇보다도 주치의가 정해지면 그는 환자의 모든 건강 문제에 책임성을 지닐 것이다. 의료의 전문분야가 세분화되면서 의사도 잘 모르면 다른 전문의에게 가보라는 말로 자신의 책임을 다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이는 환자를 온전히 책임지는 태도는 아니다. 비록 의뢰했더라도 다시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해서 다른 건강문제를 끝까지 보살피는 것이 책임지는 자세이다. 동네 가게를 가도 단골이면 대우가 좀 다르다고 느끼지 않는가? 대우가 설령 다르지 않아도 기분은 편하다. 이제 모두 가까운 곳에서 주치의를 찾아서 관계를 잘 맺어 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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