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몇 년 전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묻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물어보기로 한 수업에 간 적이 있었다. 여러 질문 중 지금 직업이 자신이 정말 원하던 직업 혹은 꿈이었는지 그리고 그 꿈을 어떻게 찾게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본인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다재다능한 사람이 아니었던 나는 무엇이 싫은지 무엇을 못 하는지는 비교적 일찍 깨달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달리 뾰족한 꿈은 없던 고등학교 시절의 나에게는 우주가 정말 매력적이었다. 한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고 매우 복잡하지만, 체계적인 작동원리가 있는 그 어떤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후 우주보다 훨씬 더 궁금했던 것은 그런 작동원리를 궁금해하는 생각, 복잡하지만 체계가 있는 어떤 것을 재미있게 여기는 생각 자체가 우리에게 어떻게 생겨나는가 하는 것이었다. 이 궁금함은 인간의 마음과 뇌,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틀의 작동 원리를 연구하는 심리학과 뇌과학으로 이어졌고, 이것이 지금까지 내가 해오고 있는 일이다.

“궁금하고 재미있는 것”만으로 직업을 택했다니 현실 감각 떨어지고 철없게 들릴 수 있겠는데 실제로 그랬다. 이렇게 현실 감각이 떨어지는데 주위에서 계몽해 주는 사람도 없다 보니 계속하게 되었고, 다행히도 나는 현재 하는 일이 (대개는) 재미있다.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편으로 우리 사회가 이런 일을 지지해준다는 점에 감사하고, 사회적 책임을 느낀다. 그런데 모두가 운이 좋기는 어려울 것이기에 “이렇게 꿈을 찾아가세요”라고 이야기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이야기는 어떨까. “꿈이 무엇인가”하는 질문이 지나치게 거창하고 감상적인 느낌을 준다면 “나에게 가장 내적 보상을 주는 것이 무엇인가”로 질문을 바꾸어 보자.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나는 무인도에 가서 혼자 모래성을 쌓으면서도 즐거울 수 있는 사람인지, 그 모래성을 무엇인가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성취감을 느끼는 사람인지, 누군가와 같이 모래성을 쌓아야 사는 맛을 느끼는 사람인지, 누군가 나의 모래성을 알아봐 주고 인정해 주어야 행복한 사람인지 말이다. 아마도 우리에게는 이 중 어느 한 가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면이 함께 섞여 있겠지만 그럼에도 조금 더 마음이 기우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꿈에 가까워지는 것이 아닐까.

진부한 이야기지만 나는 재미있어야 무언가를 오래도록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자기 절제도 우리의 인지적 자원을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진정한 내적 보상 없이 자기 절제만으로 어떤 일인가를 계속해 나가기란 매우 어려울 수 있다. 물론 연구자가 연구하며 늘 즐거울 수만은 없듯 다른 많은 일도 그러할 것이다. 연구의 경우 운이 작용하거나 노력하는 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나 일상의 좌절은 내가 지금 하는 일이 (연구자에게는 연구가) 무언가 다른 것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만 여겨질 때 느끼는 본질적 괴로움과는 다른 것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왜 지금 하는 일을 하고 계신가요?

한 번도 아침형 인간인 적이 없던 나를 아침마다 깨워 연구실에 나오게 하는 이것. 새로운 가설이, 새로운 실험 결과가 어떻게 될까에 대한 궁금함. 나의 가설은 맞을 때보다 틀릴 때가 훨씬 더 많고, 새로운 실험은 안다고 생각했던 것마저 모르게 된 것 같은 혼란스러움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아마 또 새로운 가설을 생각할 것이고, 검증해 보고자 노력할 것이다. 마음의 작동 원리에 대해 끊임없이 가설을 세우고 검증을 시도해 보면서 세상과 우리 자신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데 보탬이 되는 연구를 하고 싶은 바람이다. 그리고 많은 학생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저마다의 방법으로 각자 또 함께 즐거이 모래성을 쌓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심원목 교수(글로벌바이오메카트로닉스공학과)
심원목 교수(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