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중학교 시절 처음으로 무리수를 배웠던 때를 기억하는가? 처음으로 분수가 아닌 엉뚱한 수가 등장해서 많이들 놀랐을 것이다. 수학사적으로도 그랬다. 피타고라스학파는 무리수의 존재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감추려고 살인까지 저질렀었던 해프닝도 있었고, 실제로 무리수가 수로써 인정받는 데에는 꽤 오랜 세월이 걸렸다.

이런 산전수전을 다 겪었음에도 실제로 실수 중 거의 모든 수는 무리수일 만큼 수적으로 어마어마한 비중을 차지한다. 수학과 전공인 ‘측도론(Measure Theory)’을 들으면 실수 중 유리수의 비중이 0에 가깝다는 의미로 measure zero라는 표현을 종종 사용한다. 간단히 비유를 하자면, 1.5L짜리 사이다가 가득 채워진 병에 콜라 한 방울을 넣고 섞었을 때 그 병에 들어있는 전체 액체 성분 중 콜라 성분만큼이 실수에서 유리수가 차지하는 비율이라고 할 수 있다.

무리수는 여러 가지 이상한 성질을 지니고 있는데, 소수점 전개가 불규칙적으로 무한히 계속된다는 성질은 차치하고도, 덧셈이나 곱셈 연산에 대해서 닫혀있지 않다는 걸 들 수 있다. 어떤 수의 집합이 한 연산에 대해서 ‘닫혀있다’는 것은 그 집합에서 임의로 두 수를 선택해서 연산했을 때도 그 결과가 다시 그 수의 집합의 원소로 나오는 것을 말한다. 가령, 유리수 집합에서 어떠한 두 유리수를 더해도 유리수가 나오기 때문에 유리수는 덧셈에 대해서 닫혀있다. 반면 두 무리수 루트2, 마이너스 루트2를 더하면 0으로 그 결과가 무리수가 아니므로 무리수는 덧셈에 대해서 닫혀있지 않은 것이다. 저 두 무리수를 곱한 결과 역시 유리수이기 때문에 무리수는 곱셈에 대해서도 닫혀있지 않다. 무리수의 이러한 성질들은 직관적으로 명백하게 맞는 것 같은 명제를, 실질적으로 증명하기엔 어려운 혹은 불가능할 수도 있는 명제로 둔갑시켜 버린다.

예를 들어 루트2, 루트3, 루트5, 루트7, 루트11 은 각각 모두 무리수이고, 이를 증명하는 것은 중학교 수준의 수학만 알아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루트2+루트3+루트5+루트7+루트11’이 무리수냐고  물어보면 무리수일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겠지만, 그에 대한 대답은 그리 명백하진 않다.

단적인 예로 π만 봐도 알 수 있다. 중학교 때부터 무리수의 대표적인 예시로 π=3.14159…라고 학습하지만 실제로 π가 왜 무리수인지는 고등학교에서도, 심지어 대학교 수학과 학부과정에서까지도 따로 증명해주지 않는다.

잘 알고 있는 무리수 e 역시 무리수임의 증명은 학부과정에 이르러야지 접할 수 있다. 그런데 가장 재미있는 것은 이 두 수를 더한 e+π가 무리수인지 유리수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세계적 난제라는 것이다.

이 외에도 되게 무리수일 것 같이 생긴 친구들이 의외의 모습을 보일 때가 되게 많다.

2의 루트2 제곱, e의 π제곱 같은 수들도 당연히 무리수일 것 같지만. 그렇게 명백하게 말하긴 어렵다.

이처럼 우리는 무리수와 많이 친하다고 생각했으면서도 막상 베일을 벗겨보니 생각보다 모르는 게, 어려운 게 너무나 많다. 그러기에 지금도 수학자들은 무리수의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서 계속 노력하고 있고, 필자와 같은 수학도들도 지금까지나마 밝혀진 무리수의 실체를 어렵지만 하나하나 이해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무리수를 다 이해한다는 게 말 그대로 ‘무리수’일지는 모르겠지만 이러한 무리함 끝에서, 가끔씩 얻게 되는 소소한 낭만이 우리가 수학을 좋아하는 이유 아니겠는가.

이호빈(수학 15)
이호빈(수학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