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정부가 2018년을 ‘책의 해’로 지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대학에 와서 수업 교재 이외의 책을 내가 스스로 찾아서 읽은 적이 거의 없다. 나는 전공도 영상이라 책을 의무적으로 읽어야 할 일이 더더욱 적다.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1년은 내가 책을 진짜 읽지 않는다는 의식조차 없었다. 계속해서 영상을 기획하고 스토리를 짜기 위해서는 내 안에 모방을 하든, 변형하고 연결해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원천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축적하기 위한 나의 노력은 너무나도 부족했다. 물론 영화나 온라인의 수많은 영상과 음악 등도 소스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만들고자 하는 콘텐츠의 주제의식과 같은 큰 생각들을 형성하고 정리하기 위해서는 책이 필수적이라고 느껴졌다. 그래서 작년 겨울방학부터 계속해서 책 읽는 습관을 만들어보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그렇게 시작한 이번 학기가 벌써 반 이상 지나간 지금, 돌아보면 제대로 읽은 책은 아직도 없다.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전공 수업에서 교수님이 추천해주신 영화사 책도 빌렸었고, 개인적으로 읽어보고 싶어서 또는 주변의 권유로 구매하거나 받은 책들도 꽤 된다. 하지만 그중에 반 이상 읽어본 책들은 단 한 권도 되지 않는다. 대부분 책을 구한 직후에 서론과 앞 10페이지 정도 읽고 덮은 이후에 또다시 책장을 넘기지 않았다. 물론 눈앞에 닥친 과제와 학교생활을 하다 보면 책을 읽을 시간이 많지는 않지만, 그 사이사이 잠깐씩 노력했더라면 두 권 정도는 완독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결국 문제는 책을 읽고자 하는 의욕이 조금의 여유라도 생기면 핸드폰을 잡고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는 나의 습관을 이기지 못한 것이었다.

역시 이런 문제는 자신에게 무한한 자율성을 주고서는 해결할 수 없다. 그나마 내가 이번 학기에 3분의 1 이상을 읽었고 계속해서 조금씩 읽고 있는 책이 있다. 근데 이 책은 혼자가 아닌 동아리 언니와 함께 읽고 있는 책이다. 2명뿐이지만 독서 소모임을 해보자는 언니의 제안에 4월부터 같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은 총 13장으로 구성되어있다. 매주 1장씩 읽고 내용을 요약해보고, 느꼈던 것과 이해가 안 되는 부분에 대해 나누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매주 꼬박꼬박 모이지는 못했다. 가장 좋은 점은, 각자가 바빠서 책 읽기를 까먹더라도 둘 중에 한 명이 모임을 상기시켜줬기에 서로의 존재가 독서를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채워지는 부분도 있기에 책에 대한 부담이 혼자서 읽을 때보다 훨씬 적다. 그랬기에 6주간의 시간 동안 4장을 읽고 4번의 모임을 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책을 사람들과 함께 읽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독서 모임이 나에게는 책을 읽는 습관의 기초와 나도 조금만 노력하면 꾸준히 책을 읽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주었다. 작은 도전이라도 혼자서 하려고 하면 결심만 반복하고 지속하지 않는 나 자신에 실망만 하고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는 비슷한 목표를 가진 사람들을 모아 함께 도전한다면, 그 과정이 보다 즐거워질 것이다. 그렇게 즐겁게 하다 보면 원하는 바를 이루거나 그러지 못해도, 혼자였을 때보다 멀리 나아온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수아(영상 17)
이수아(영상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