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해결 이전에 시민의 관심이 먼저예요"
"법적 해결 이전에 시민의 관심이 먼저예요"
  • 정재욱 기자
  • 승인 2018.05.14 21:33
  • 호수 16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피고 측 대리인 오민애 변호사를 만나 시민평화법정의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시민평화법정의 형태로 베트남 민간인 학살 문제를 다룬 이유가 무엇인가.
2015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서 아시아평화기행이라는 행사로 베트남을 방문했다. 오랜 시간 누구하나 책임지지 않고, 공론화도 되지 않는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을 알게 됐다. 이 곳에서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실제 소송을 위해서 증거와 사실관계를 확인해 법리를 구성하는 전 단계로 시민법정이 언급됐다. 시민법정은 법원에서 실제로 진행되기 어렵고 법원 판단만으로 한계가 있을 때 시민사회가 중심이 돼 법정을 꾸린 것인데, 자연스럽게 이 문제의 전문가와 관련 시민단체들과의 효과적인 논의가 가능하다고 봤다. 그 결과 시민평화법정이 탄생했다.

이번 시민평화법정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는가.
올해 2월 베트남 현지조사를 갔을 때 5살 된 동생을 잃고 자신도 총상을 당한 분을 인터뷰했었다.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과 관련해 찾아오는 한국 분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해서 그럴 때 어떤 생각이 드는지 물었다. 그랬더니 그 분이 50년 전 한국군이 무장도 하지 않은 민간인들을 왜 공격했는지 아느냐고 되물었다. 그러고는 그 사실을 그대들도 잘 모르는데 탓하고 싶지 않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알아주는 것만으로 고맙다고 말했다. 문득 가해자 국민인 우리가 고맙다는 말을 들을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결국, 우리는 참전한 군인도 결정권자도 아니지만 그 후대이기에 남겨진 일을 해야겠다는 결론이 나서 그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법정의 결과에 대해 원고의 반응은 어땠나.
한국에서도 일반인이 법원을 갈 일은 극히 드물다. 특히 한국과 사회체제가 다르고 법정을 경험해보지 못한 원고에게 시민평화법정이라는 낯선 공간이 어떤 영향을 가져다줄지 걱정이 됐다. 또 거동이 불편해 법정이 열리는 시간 동안 앉아 있기가 가능할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원고들은 자신의 이야기에 같이 눈물을 흘리는 한국인들이 있어 좋았다는 말씀을 전해 그 분들에게 좋은 기억을 남긴 것 같아 기쁘다.

참전군인이 시민평화법정의 증인석에 서지 못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참전군인으로 베트남에 가신 분은 많지만 두 사건의 현장에 있었거나 간접적으로 아는 분을 찾기 힘들었다. 영상의 참전군인에게 법정 참석을 권유했지만, 개인이 직접 나서기엔 부담스러운 자리였다. 참전군인 역시 국가에 의해 참전이 결정됐고 현재 국가가 공식적으로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개인이 잘못을 인정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법정의 목표는 참전군인을 탓하는 게 아니라 베트남전쟁 당시의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 참전군인을 포함한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것이었다. 시민법정이 언론에 보도되자 많은 참전군인에게 연락이 왔다는 점에서, 이것이 문제를 공론화시키는데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을 사법적인 접근으로 다룰 수 있는지,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궁금하다
민간인 학살 피해자분들의 의사만 확인된다면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소송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진행하려고 한다. 이번 시민법정을 통해 증거를 많이 확보했다. 다만 베트남 국민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하는 소송으로 베트남 현지법과 우리 법을 전체적으로 검토해야 가능하기에 시민평화법정은 이를 준비하는 단계로 볼 수 있다. 특별법 제정도 하나의 해결방안이지만 중요한 점은 정부 차원의 대승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가 섣불리 이 문제를 책임지기는 쉽지 않다. 결국 정부의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서는 이 문제가 공론화가 돼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두는 게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서 이 문제를 언급하는 것을 꺼리거나 잘못이 아니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이에 대한 생각은.
민간인 학살의 언급 자체가 때때로 다수를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부인하고, 숨긴다고 해도 당시를 기억하며 얘기하는 사람들이 아직 생존해있다. 이런 사실을 인정하기 부담스럽다는 분들에게 먼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한 번이라도 귀 기울여 들어보자고 제안하고 싶다. 그러고 나서 우리의 잘못이 아니라고 거부할 수 있는지 고민했으면 좋겠다.

ⓒ오민애 변호사 제공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인사캠 - (03063) 서울특별시 종로구 성균관로 25-2 성균관대학교 호암관 3층 50325호
  • TEL : 02-760-1240
  • FAX : 02-762-5119
  • 자과캠 - (16419)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서부로 2066 성균관대학교 학생회관 2층 03205호
  • TEL : 031-290-5370
  • FAX : 031-290-5373
  • 상호 : 성대신문
  • 발행인 : 정규상
  • 편집인 : 김재원
  • 편집장 : 정재욱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0
  • 등록일 : 2017-04-05
  • 발행일 : 2017-05-0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재욱
  • 성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8 성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skkuw.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