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현영교 기자 (aayy1017@skkuw.com)

축제 시작 하루 전, 무대 설치를 위한 장비가 하나둘씩 들어서고 있는 금잔디 광장(이하 금잔디)을 지나 실무단 대상 안전 교육을 위해 총학생회실로 향했다. 취재를 위해 자주 찾았던 총학생회실이지만 실무단원으로서 두드린 총학생회실 문은 낯설었다. 기자가 참여하는 야간 실무단 주요 업무는 사고 예방이었다. 예상은 했지만 직접적으로 사고 예상 상황을 들으니 실무단 참여가 실감이 났다. 이전과는 조금 다른 마음으로 축제가 기다려졌다.

기자의 실무단 업무는 축제 이틀 차인 지난 10일 오후 5시부터 시작됐다. 주간 프로그램 뒷정리와 야간 프로그램 준비가 한창이었다. 600주년기념관과 중앙학술정보관(이하 중도) 사이에 마련된 킹고자율존 테이블 설치를 마치니 그제야 주위의 푸드트럭 음식 냄새가 느껴졌다. 마침 총학생회 집행부(이하 집행부) 무전기 사이로 저녁 식사를 하라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지난해에는 일반 학우로 축제에 참여했는데 생각보다 재미가 없어 이번에는 실무단으로 축제에 참여하게 됐어요.” 저녁을 먹으며 실무단 신청 동기를 묻는 말에 옆에 있던 실무단원이 수줍게 웃으며 답했다. 봉사 활동이라고만 생각했던 실무단 활동은 축제를 즐기는 하나의 방식이기도 했다. 새삼 주위를 둘러보니 야간 프로그램을 기다리는 실무단과 집행부 사이에는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본격적인 야간 순찰을 위해 농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날 농구장에서는 예술대학의 야간 부스가 예정돼 있었다. 도착하니 오후 6시 정도라 아직은 빈자리가 많았다. 대여 후 남은 물품 옆에 자리를 잡고 부스 준비에 한창인 학우들을 살폈다. 그동안 축제에서 몸을 가누지 못하던 사람들의 모습이 문득 떠올랐다. 권현정(경제 17) 정책집행국장과 최다혜(프문 17) 홍보소통국 차장은 “축제 1일 차인 어제는 주류 판매가 금지돼서인지 지난해보다는 수월했다”며 긴장을 풀어줬다. 하지만 그로 인해 축제를 찾는 사람들도 줄어든 것 같다는 그들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변화된 축제의 모습을 그들의 얼굴에서도 읽을 수 있었다.

일정한 시간에 따라 팀별로 야간 순찰 장소를 교대했다. 경영관과 금잔디 사이의 계단을 맡았을 때는 가수 잔나비의 공연이 열기를 더해가는 중이었다. 학우들이 계단 난간에 기대지 않도록 주의를 주면서 흘끔흘끔 무대를 보고 있는데 순찰을 하던 박철은(소비자 14) 사무총괄국장이 “명당에 자리를 잡으셨네요”라며 웃었다. 평소에는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가수를 보려고 열심히 명당을 찾아 헤맸는데 그날은 무대에서 멀리 떨어진 계단이 명당이 됐다. 음악과 조명에 맞춰 움직이는 학우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그가 명당이라고 이야기한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농구장에서부터 △금잔디 △600주년기념관과 중도 사이 △경영관과 금잔디 사이 계단 △경영관 앞을 거쳐 다시 농구장으로 돌아왔을 때는 오후 10시였다. 부스를 막 준비하던 오후 6시와는 공기가 확연히 달랐다.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학우들을 구경하고 있는데 ‘쨍그랑’하는 소리에 음악 소리가 먹혔다. 깜짝 놀라 옆을 보니 집행부도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곧바로 달려간 권 정책집행국장은 “다행히 아무것도 부서지지 않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의 주위에서 학우들은 여전히 춤을 추고 있었다.

금잔디 중앙무대에서 애프터 파티가 한창일 때 한쪽에서는 야간 부스 정리가 시작됐다. “가끔은 욕을 하는 학우들도 있어요.” 한 집행부원은 업무 중 가장 힘든 부분을 야간 부스 대여 물품 수량 및 상태 확인으로 꼽았다. “우리 의자 부서진 부분 없겠지”라는 걱정스러운 학우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의자와 테이블 파손 확인에 집중했다. 수량 및 상태를 확인한 후 한 부스에서는 주위의 부스와 대여한 의자를 공유했다며 파손된 의자에 관한 사정을 설명했다. 다행히 큰 소란 없이 잘 마무리됐지만 왜 대여 물품 확인이 가장 힘들다고 했는지 어렴풋이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쓰레기를 일일이 다시 분리수거하고 새 쓰레기봉투로 교체한 후에야 공식적인 실무단 업무가 종료됐다. 어느새 양손은 까맣게 변해있었다.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총학생회실로 들어서자마자 집행부는 다음날 축제를 위해 삼삼오오 모여 머리를 맞댔다. 오늘 잘했던 부분을 칭찬하고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의견이 끊이지 않았다. 감기는 눈을 억지로 붙든 채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자 노력했다. 그렇게 피드백이 수없이 오고 간 후 박수로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는 그들의 피곤함에도 뿌듯한 표정은 가려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