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대학 생활은 경쟁이 치열해 피곤하다.” 지난 주 대동제에서 막걸리 한잔에 얼큰히 취기가 오른 학생의 푸념이다. 빗속에서 열린 축제지만 연속되는 과제와 시험의 굴레를 벗어나 한주를 보내는 학생들의 표정이 밝다. 캠퍼스를 진동하는 음악에 몸을 던지고, 친구와의 대화에서 자신을 찾는 모습은 강의실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젊음의 특권이다.

대학 생활은 경쟁의 연속이다. 과거에 비해 많은 변화가 있지만 아직도 성적이 학생 수준의 유일한 평가 기준이기 때문이다. 대학도 논문의 수, 교수 대비 학생 비율, 개설된 강좌 수 등 숫자로 평가받는다. 만족도 평가 등 정성 평가는 미미한 비중을 차지한다. 세계 유수 평가 기관으로부터 성균관대학이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경쟁 체제를 적극 추진한 결과다. 대학이 우수 인재 양성을 위해 경쟁 체제를 외면할 수 없지만, 이제는 경쟁 이상의 가치를 추구할 때다. 구성원의 행복은 경쟁만으로 얻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진정한 가치 추구를 위해 상호이해는 필수다. 정답만을 가르치는 교육을 탈피해 다른 사람, 다른 생각, 다른 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생각의 폭을 넓히는 훈련을 해야 한다. 자신이 우수하다고 생각할수록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그러나, 다름을 인정하지 않은 편협함은 리더의 자질 향상에 걸림돌이 된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자신에게 피해를 유발한 상대까지도 이해할 수 있는 풍요로움이 성균인의 자랑이 되기를 바란다.

가끔은 캠퍼스에서 발견되는 작은 배려에 행복한 하루를 보내곤 한다.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을 다시 열어 달려오는 학생을 태우는 여유, 결석한 친구에게 강의 노트를 전달해 주는 친절, 뒤에 들어오는 이를 위해 문을 잡아주는 관심, 허겁지겁 길을 건너는 학우를 위해 자전거를 멈추는 행동이 모두 작은 배려다. 보는 이를 행복하게하고 하는 이를 만족하게 하는 작은 배려가 성균관대학 캠퍼스 곳곳에서 펼쳐지는 하루를 상상해 본다.

이해와 배려는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사람 존중에 조건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에서는 성적 등으로 서열을 매기는 환경으로 존중이 퇴색되기 쉽다. 자신이 남보다 낫다고 생각되는 무엇인가를 발견하기도 쉽다. 그러나, 능력과 환경에 무관하게 사람 중심으로 생각하고 존중하는 본연의 자세를 견지하기는 쉽지 않다. 권력이 행하는 “갑질의 부당함”을 지적하면서 자신의 행위에 무관심하면 지식인으로서의 자격이 없다. 특히 비대면 관계가 대부분인 미래사회에서 상대에 대한 존중이 내가 속한 조직과 사회를 풍요롭게 한다는 사실이 성균인의 가슴 깊이 자리매김해야 한다.

4차산업혁명은 인성의 가치를 평가 절하하고 결과에 방점을 찍는 특징이 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기술이 정성 가치보다는 정량 가치에 비중을 두기 때문이다. 성균관대학은 “사람이 우선이고 행복이 먼저인 캠퍼스 조성을 위해 이배존 문화운동”을 전개하기를 제안한다. 이해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는 성균관대학 정문을 들어서는 순간 따뜻하고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세계 유일한 공간이기를 바란다. 세계 1위 대학으로 도약하기는 쉽지 않지만,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대학으로 발전하는 것은 구성원이 함께하는 노력으로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