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5월이 반쯤 지났고,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말할 수 없이 뜨거운 날씨와 높은 습도, 그리고 비까지. 전체적으로 너무나도 불쾌하기 짝이 없는 날씨다. 제발 봄이나 가을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무렵, 여름은 어느새 코앞에 찾아오게 된다. 에어컨 청소를 하고, 선풍기를 꺼내고, 반팔과 반바지 옷들을 부랴부랴 다시 꺼내면서 여름을 실감하게 되고, 어떻게 이겨내지. 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 이런 여름을 극복할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나는 공포영화를 하나의 해결책으로 삼고 있다. 나는 극장에서 개봉하는 모든 공포영화를 대부분 상영이 종료되기 전에 찾아보는 편인데, 그 이유는 간단하다. 엄청나게 짜릿하니까!

앗,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게 있는데, 내가 공포영화를 좋아한다고 해서 무서운 것을 잘 보는 것은 전혀 아니다. 점프스케어(깜짝 놀래키는 장면)가 나올 때마다 나는 극장 안의 그 누구보다도 화들짝 놀라고 비명을 지른다. 한번은 근육이 놀라서 쥐가 난적도 있다. 슬금슬금 내 몸을 조여오는 것 같은 공포감이 몰려올 때도 나는 몹시 안절부절하며 눈과 귀를 조금 막고 스크린을 본다. 그리고 무서운 장면이 지나가고 나면 무엇이었는지 궁금해하면서 아쉬워한다. 나도 남들과 비슷하다. 그런데도 공포영화를 유달리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내가 생각하는 공포영화의 매력은 다음과 같다.

우선 몸을 옭아매는 것 같은 긴장감과 점프스케어가 내가 공포영화에 빠지게 된 가장 큰 이유다. 공포영화에 익숙해지기 전에는 줄거리가 어떻게 흘러갈지, 얘네가 언제 놀래킬지 잘 예측이 되지 않기 때문에 더욱 무섭다. 그러다가 놀라면서 팝콘을 몸에 쏟는 것은 덤! 사실 어느 정도 공포영화를 많이 봤다 싶은 사람들은 줄거리가 어떻게 앞으로 흘러갈 거고, 어디서 놀래킬지 어느 정도 예상을 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면 누가 봐도 아주 수상해 보이는 음침한 폐가에 들어가고 나서 사람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제일 겁 많은 사람이 한 명 남았을 때 “애들아, 이런 장난 치지 마. 무섭단 말이야”라는 대사를 치고 나서 이어질 장면이 무엇인지 예상 가는 그런 느낌이다. 이런 클리셰들을 확인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물론 이런 클리셰들을 일부러 꼬아서 관객들의 예상을 파괴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바로 놀래킬 것처럼 천천히 긴장감을 쌓다가, “뭐야, 안 나오네?” 하고 긴장감을 한순간에 풀게 한 다음, 그 순간에 갑자기 놀래킨다든가 하는 식이다. 이런 것을 보는 것도 아주 재미있다.

공포영화의 소재도 옛날에는 악마, 귀신 등 전형적인 공포를 유발하는 요소에 한정되었다면 최근에는 아주 다양한 요소가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 개봉한 ‘겟아웃’에서는 인종차별이 주 소재이고, ‘해피데스데이’는 루프를 소재로 한 여성 주연 공포스릴러 영화이다. 그리고 영화의 내용이 전개되는 방식도 상당히 바뀌고 있다. 줄거리 전개에서 ‘여성’이 어떻게 묘사되고 소비되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꽤나 흥미로운 일인데, 비교적 오래된 공포영화에서 대부분 여자는 수동적이거나, 간혹 가다 능동적이면 적이든 아군이든 상관없이 민폐를 끼치는 역할이거나였다. 그러나 요즘 나오는 공포영화에서는 성별(이분법적이지만)을 조명하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 ‘여성이 최대 흑막이 누군지 밝혀내 찾아 죽이려 한다’, ‘여성이 결국 모두를 구하고 승리를 쟁취한다’는 식의 진행도 많이 보이고 있으며, 젠더 역할의 괴리 등의 퀴어적인 소재를 사용하는 경우도 가끔 볼 수 있다. 이런 변화들은 꽤나 긍정적으로 보인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성취감이다. 만약 혼자 영화를 보고 나왔다면 이 성취감은 배가 된다. 거기에 극장에 있던 사람이 나를 포함해서 다섯 명 미만이라면 또 배가 된다. 아, 내가 이 영화를 드디어 클리어했다! 라는 느낌도 받게 되고, 누가 ‘이 영화 어때? 봤어?’라는 질문을 했을 때 술술 영화에 대해 설명해 줄 수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올 여름, 짜릿한 공포영화를 한 편 보는 것은 어떨까?

신수한 (글경 17)
신수한 (글경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