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강동헌 편집장 (kaaangs10@skkuw.com)

판사, 검사, 기자. 세 가지 직업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개인의 주관이나 가치관이 업무 자체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당사자의 입장에서 본인은 진실만을 근거로 판단하고 개인적인 주관을 배제한 채 업무에 임한다고는 하지만 근원적인 차원에서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존재한다. 당위와 사실은 엄연히 다른 명제이지만, 사실 명제로부터 당위 논리를 추론해내는 게 그들의 일이다. 때문에 사법부, 검찰, 언론에 대한 평가는 객관적인 수치보다는 국민들의 인식에 크게 좌우된다. “국민에게 신뢰받는 사법부가 되겠다”, “국민에게 신뢰받는 검찰이 되겠다”, “국민에게 신뢰받는 언론이 되겠다.” 사법부, 검찰, 언론의 수장이 새롭게 취임할 때면 어김없이 내거는 슬로건이다.

지난해 7월 취임한 문무일 검찰 총장도 어김없이 같은 말을 내걸었다.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저조하다.” 문 총장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미흡을 국민의 신뢰가 저조한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검찰의 칼날 끝이 정치적인 움직임 속에 왼쪽으로 향했다, 오른쪽에 향했다 한다는 국민들의 생각을 의식한 모양이다. ‘적폐 청산’은 그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사회, 정치권의 해묵은 병폐들을 해결한다는 뜻이지만, 단어 구석 한 켠에는 ‘(보수가 쌓은)적폐’로 다가오는 걸 보니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그랬던 그가 정치적인 판단으로 수사 지휘권을 남용하여 수사에 개입했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 건을 담당하는 해당 검사에게 기소를 보류할 것을 요청한 사건이다. 지난 2월에는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와 관련해서 한 검사가 문 총장을 정치적 외압의 당사자로 꼽았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에 대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잇따른 기소에 대한 부담감으로 문 총장이 전 전 대통령의 기소를 보류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분석했다. 검찰 수사가 정치적인 판단 하에 이루어지는 것으로 비치지 않기 위한 노력이 역설적이게도 수사에 대한 정치적인 외압의 근원으로 지목당하고 있는 것이다. 당위 판단에 대한 의심은 사법부도, 언론계도 예외가 아니다.

성대신문은 인기가 없다. 이것 역시 신문에 대한 독자들의 신뢰가 저조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학내 하나뿐인 공식 언론기관이기에 더욱 그렇다. 기성 언론이야 주 독자층에게 맞는 논조에 맞게 쓰면 된다. 기사를 진실되게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독자들에게 편향된 정치적인 판단이 들어가지 않도록 ‘보이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래야 신뢰를 얻고 많은 사람이 읽게 된다. ‘대통령이 바뀌더니 수사가 바뀐다’는 인식은 검찰의 입장에서 부담이다. 그러한 인식을 없애기 위한 노력의 과정에서 당사자가 오히려 외압의 근원으로 지목당했다.

그런데 이에 대한 문 총장의 발언이 인상 깊다. 이견이 발생하는 것도, 이를 조화롭게 해결하는 과정도 민주주의의 과정이다. 문 총장의 발언이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한 대의명분이 아니라면, 그의 발언대로 이번에 발생한 갈등도 민주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신뢰받는 검찰이 되는 기회가 될지, 과거를 답습하는 검찰이 될지는 이번 일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