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속 재활용 시장, 이젠 지자체가 나서야 할 때"
"위기 속 재활용 시장, 이젠 지자체가 나서야 할 때"
  • 최하영 기자
  • 승인 2018.05.22 00:19
  • 호수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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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홍수열 소장

폐기물의 수거 재활용 책임 지자체에 있어 비용 지원 등 적극적 대응해야
가정에서 ‘용기 내용물 비우기’ 등 분리배출 기준 준수 필요

 

‘쓰레기 대란’의 해결점은 어디에 있을까.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홍수열 소장에게 유선으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홍수열 소장 제공
ⓒ홍수열 소장 제공


수거업체들이 재활용품 수거를 거부하게 된 배경이 무엇인가.
민간 사업체인 수거업체가 재활용품 수거에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활용품 수거가 왜 수익성이 떨어졌는지 그 원인을 따져봐야 한다. 중국의 폐기물 수입 금지 정책이 우리나라에 직간접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가정에서 배출된 재활용품들은 △수거업체 △선별업체 △재활용업체의 순서로 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원래 중국으로 배출되던 폐지 및 플라스틱 폐기물이 국내에 잔류하면서 가격이 대폭 하락했다. 그러자 재활용업체는 선별업체에게, 선별업체는 수거업체에게 재활용 폐기물을 전보다 적게 받으며 비닐과 같이 수익이 나지 않는 폐기물에 대해서는 처리비용마저 지급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수거업체 입장에서는 플라스틱이나 비닐 등 재활용 폐기물들을 수거하면 할수록 더 적자가 쌓이는 구조인 것이다. 이러한 복합적인 문제가 얽혀서 수거업체들이 재활용품 수거를 거부하게 됐다.

수거업체는 해당 아파트와 계약이 된 상태일 텐데 수거 거부가 가능한지.
이번 사건이 수거업체 한 곳의 문제가 아니라 대다수의 수거업체들이 모여 단체행동을 한 것이기 때문에 일종의 ‘파업’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아파트가 계약위반으로 수거업체에게 소송을 걸더라도 장기전으로 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소송 중에도 쓰레기는 계속 배출되기 때문에 결국 아파트가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수거업체는 아파트와 계약을 할 때 ‘특정한 물질은 분리수거할 수 없다’, ‘분리수거를 할 때는 내용물을 비워야 한다’ 등 분리수거에 관한 조건을 명시해둔다. 하지만 이런 조건들이 가정에서 잘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수거업체가 역으로 아파트에게 계약위반의 책임을 물 수도 있다. 따라서 아파트가 수거업체와 법적 다툼을 하기는 다소 어려운 상황이다.

재활용 쓰레기 처리과 관련해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은 무엇인가.
일본은 재활용품의 수거와 선별을 전부 지자체가 담당하기 때문에 쓰레기 대란과 같은 충격이 발생해도 지자체가 흡수해버려 큰 문제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재활용 시장이 국가가 아닌 민간에 활성화돼 있어 타격이 더욱 컸다. 애초에 폐기물의 수거와 재활용의 법적 책임은 지자체에게 있다. 그동안은 관례적으로 민간 사업자들이 지자체를 대신해서 재활용 쓰레기 처리의 모든 과정을 맡았다. 하지만 쓰레기 대란으로 재활용 시장이 악화된 지금, 지자체가 나서야 할 때라고 본다. 비닐과 같이 수익성이 없는 재활용품들도 소각하거나 매립하는 것보다는 분리 배출해서 재활용해야 한다는 게 우리 사회의 정설이다. 민간 사업체들이 스스로 시장을 형성할 능력이 없다면 지자체가 나서서 재활용에 소비되는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지자체가 얼마의 예산을 책정해서 어느 범위까지 책임지도록 할 것이냐는 지자체별로 상황이 다를 수 있다. 중앙 정부에서 일률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지자체가 관할 지역 내의 재활용품 처리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페트병 등 재활용 쓰레기를 생산하는 기업에게 부과금을 더 내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라는 것이 있다. 포장재를 이용한 제품의 생산자에게 그 제품의 폐기물에 대해 재활용의무를 부여하고, 재활용에 드는 비용 이상의 부과금을 내도록 하는 것이다. 아마 부과금이 더 인상될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재활용 처리에 드는 비용을 완전히 충당할 수 없다. 또한, 현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에서는 거둬들인 돈을 재활용업체에 집중적으로 지원한다. 따라서 아무리 부과금을 인상해도 수거업체들은 지원을 받을 수 없다.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유색 페트병과 무색 페트병이 재활용 과정에서 어떤 차이점을 가지는지.
유색 페트병이든 무색 페트병이든 재활용하는 것 자체에는 기술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 페트병을 재활용할 때 먼저 잘게 부수고 세척한 후 ‘플레이크’라는 재생 연료로 만든다. 섬유업체에서 이 플레이크를 녹여 실을 만드는데, 녹색 페트병을 녹이면 녹색 실이, 투명한 페트병을 녹이면 흰색 실이 나온다. 흰색 실은 원하는 색으로 염색을 하면 다양한 용도로 쓰일 수 있는데 반해, 녹색 실은 용도가 한정된다. 그래서 당연하게도 흰색 실의 가격이 높다. 플레이크를 만드는 데 들이는 비용은 유색 페트병이나 무색 페트병이나 동일하지만 시장에서 판매되는 가치에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생산 단계에 있어 생산자에게 규제를 가하면 안 된다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었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정부의 규제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여러 반대 입장을 무릅쓰고 위기를 잘 헤쳐 나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일반 쓰레기통에 플라스틱, 종이 등 재활용품들이 섞여있다.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와 불가능한 쓰레기가 구분돼있지 않다.


쓰레기 대란과 같은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기업과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기업은 되도록 플라스틱 포장재를 사용하지 않는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소주병처럼 세척해서 재사용할 수 있는 재사용 용기의 사용이 활성화되면 좋겠다. 정부가 플라스틱 사용 자체를 금지하도록 할 수는 없겠지만 대신 비용부담을 증가시켜 일회용 포장재의 규제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 앞으로 중국이 다시 재활용 폐기물을 수입하겠다고 하지 않는 이상 이제부터 생산되는 폐기물들은 국내에 머물게 될 것이다. 이 쓰레기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정부는 쓰레기 처리 기반을 재정비하고 쓰레기 처리 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주민의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도 필요하다.

국민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크게 ‘소비자 실천’과 ‘소비자 행동’의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다. 먼저 소비자 실천은 국민들이 가정에서 분리배출 기준을 준수하는 것이다. 재활용품 내용물을 비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식료품 용기 경우 거의 음식물이 묻어있는 상태로 배출되는데 가정에서 세척한 후 분리수거를 하면 재활용 문제가 반 이상 개선된다. 로션이나 샴푸 용기도 마찬가지다. 내용물을 비우기 어렵다면 차라리 일반 쓰레기로 분류해 버리는 것이 더 낫다. 소비자 행동은 기업에 대해 소비자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다. 재활용이 되지 않는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등을 할 수 있다. 물론 플라스틱이나 비닐 등의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최고의 해결책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적어도 국민들이 분리배출에 대해 지금보다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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