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성대문학상 시 부문 우수작] 나무의 이명을 듣다
[2018 성대문학상 시 부문 우수작] 나무의 이명을 듣다
  • 성대신문
  • 승인 2018.05.22 01:53
  • 호수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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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의 이명을 듣다

귀를 막을 때 들려오는 음악은 누가 작곡한 것일까
밤낮 쉬지 않고 썼다는 편지를 거꾸로 읽고 있다
한 글자씩 아름답다
출퇴근길 버스는 끌려가는 코끼리의 울음소리를 제법 잘 따라한다
그것은 유전적 발현이거나 먼 시간으로부터 유예된 기억이다
노모를 등에 업은 사내는 그녀를 닮아간다
무심코 짓밟은 담배의 불씨가 짜부라진 벌레의 모습으로
항의하는 날이 있다, 그 사람
그 시간은 몸짓은 온도는 거짓이었습니까
잎새 뒤편마다 매달려 있던 사이렌 소리가 기어나오는 시간
지금 괴로워지는건 본능이야, 그가 귀를 쥐어뜯으며 말한다
그는 고기를 먹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종
열매를 끌어당겨 못박은 것이 지구라서
나무는 땅을 증오한단다
뿌리가 쓴 것은 그 증거라고 그는 말한다
무심히, 두려운걸
널어놓은 빨래가 태양을 적시려 하고
놀란 나무는 젖은 열매를 놓아 버리고
그는 불같이 화를 내며 생각하는 법을 잊는다
탯줄이 끊어지는 냄새를 맡은 아이들이 몰려와
나무를 타고 오른다, 필사적으로 소리를 지르며
어미를 찾는 나무의 호흡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본다

일러스트 l 유은진 기자
일러스트 l 유은진 기자

 

장재영(국문 14)
장재영(국문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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