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메콩

백만 마리 코끼리의 나라-
한 때의 영광을 뒤로 한 채
밀림에서 뛰놀던 코끼리들은
차례차례 푸른 강물로 사라졌다

시간이 멈춘 곳, 이 뒤쳐진 땅에서 오늘도
황토색으로 늙은 사공은 꾸벅꾸벅 졸고 있다
세월은 잿빛으로 눈썹에 내려앉았고,
고독은 노인의 살결을 아래로 잡아당기고 있었다

탁류에 뒤섞인 피는
적(籍)을 둘 곳 하나 없었다
이리저리 떠밀려 흐르던 세상
집도 아버지도 없던 삶
그리울 것이 뭐 있더냐
그래
고향은 강으로 하자
나는 강에서 태어났다, 물로 태어났다
강에서 태어나서 눈이 퍼렇다
물로 태어나서 뭍에 자리가 없다

밥 짓는 냄새를 가르는 오토바이 소리
노인은 고픈 꿈에서 깬다

눈가에 깊게 패인 그리움일랑 흘려보내고
늙은 사공은 천천히 배에 오른다
아무리 노를 저어도 금세 아무는 물결
노인은 흙으로 흐린 수면을 오래 들여다본다
얼마나 깊을는지
코끼리 아직 가라앉아있을는지
나 언제 잠길 때 빛깔 한 가닥 남길 수 있을는지

가끔 흘린 눈물로 지은 술은 독하디 독하다
허나 어찌 술만이 눈물이랴
너른 강, 작은 물방울 하나 눈물 아닌 것이 없었다
늙은 사공은 탁류 속에서 자신과 닮은 얼굴을 본다
사공은 술잔을 기울여 노을을 담는다
시린 노을로 탁한 강물을 적신다
시간이 멈춘 곳에서도 바람은 분다
뒤쳐진 땅에도 햇빛은 내린다
해를 머금은 강은 외려 은빛을 발하고,
모든 강의 어머니는 늙은 사공을 안아 준다
따뜻한 치마폭으로 감싸 안아 준다

은빛,
그저 은빛으로
 

일러스트 l 유은진 기자
일러스트 l 유은진 기자

 

이동혁(글리 12)
이동혁(글리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