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2학기가 끝나가고 어느새 가만히만 있어도 사우나에 온 것 같은 여름이 왔다. 학교를 올라가다보면 ‘아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이런 고생을 하며 올라가는가..’라고 자문하다가도 불현 듯 떠오르는 학점들과 발로 써도 더 잘 썼을 것 같은 과제를 떠올리며 강의실로 향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입맛은 또 어떤가? 날은 덥고 기말고사는 목전이니 괜히 신경만 날카로워져 뭘 먹어도 속만 얹힌다. 과제는 끝나갈 길이 보이지 않고 저녁에 부는 선선한 바람은 자꾸만 공부 따위는 때려 치고 시원한 생맥주 한 잔하자고 유혹한다. 이렇게 우리는 여름의 감옥에서 온갖 스트레스와 높아가는 불쾌지수로 바싹바싹 말라가고 있다.

하지만 정말 우리를 지치게 하는 것은 뭘까? 길 위에서 올라오는 한 낮의 더운 열기만큼 우리 마음 속에서 올라오는 것이 있다. 바로 개인마다 가지고 있는 악습(惡習)이다. 체력도 있고 정신력도 충분한 상태라면 하지 않을 실수들이 반복되고 또 그 실수들은 나의 오래된 나쁜 버릇들을 타고 점점 퍼져나간다.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시간약속을 어기는 것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는 팀플에서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말이 날카롭게 나가는 것일 수 도 있을 테다.

저마다의 악습으로부터 생긴 족쇄 같은 ‘이미지’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부지런히도 노력하는가! 하지만 더운 여름날 자신의 몸도 챙기기 힘들어지면 우리는 어느 새인가 우리의 어두운 옛 모습으로 돌아가 하지 말아야 될 실수들을 하게 된다. 그러다 누군가에게 ‘너가 그렇지 뭐~’라든지 ‘누구누구는 아직도 저런 행동을 못 고쳤구나!’와 같은 우리 스스로가 달라진 것이 없다는 말을 들을 때, 그 말처럼 우리를 한없이 가라앉게 하고 기운 빠지게 하는 것들이 있을까? 어떤 보양식을 먹어도 채워지지 않을 것 같은 마음의 텅 빈 동그라미가 점점 커져가는 것이 느껴지면 정말 주저 안고 싶은 생각이 울컥 올라온다.

그러한 모든 말에 무게를 둘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우리의 삶은 ‘이미지’와 같은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는가에 대해서 신경 쓰면서 허비하기에는 너무 짧고 귀하다. 그러나 만약 여러 사람들로부터 지적들이 나의 일관된 점을 말한다면 또 스스로가 그 지적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오래된 나쁜 버릇들에 관한 것이라는 것을 안다면 우리는 ‘쿨’하게 그 모습을 수용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의 소중한 관계들을 유지시키는 약속들과 우리가 맡은 역할들에 대한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가 얼마큼의 노력을 했더라도 그리고 내가 실수 했을 때 상황이 아무리 바쁘고 정신이 없었더라도, 나의 부주의로 인해서 일어난 잘못이라는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고 동시에 우리의 실수로 인해서 피해 받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추천하는 더위를 이기는 방법은 시원한 저녁 바람에 산책하기, 친한 친구 혹은 연인과 시원한 생맥주 한 잔 부딪히기 정도이다. 하지만 우리 마음 안에 자리한 무거운 짐들을 시원하게 떨쳐버리는 방법을 하나 더 추가하자면 이런 방법을 추천해보고 싶다. 몸이 찌뿌등하고 피곤할 때 잠시 밖으로 나가보자 그리고 천천히 걸어보면서 푸르른 하늘을 보며 조용히 생각해보자 ‘지금 나는 내 안의 뾰족한 부분들에 충분히 신경 쓰고 있는 것일까..?’ 무겁게 느껴지는 나의 잘못된 과오들도 그 날들로 인해서 생긴 나의 현재 이미지도 모두 끝나지 않을 것처럼 무겁게 느껴지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 내가 무엇을 하느냐.’라고 생각한다. 즉 실수를 인정하고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상황을 잘 관찰하려는 시도들 그리고 내 안의 뾰족한 부분들에 충분히 신경을 쓰려는 마음이 있다면 우리는 뜨거운 여름을 다소 시원하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이승렬(유동 15)
이승렬(유동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