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수학은 도대체 어디에 쓰이는 거예요?” 수학을 공부한다고 말하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갑자기 이런 질문을 들으면 나도 언뜻 대답이 떠오르지는 않을 때가 많다. 질문 자체가 너무 광범위하기도 하거니와, (기계공학은 어디에 쓰는 거예요? 라고 질문해도 한마디로 대답하긴 힘들 거다.) 평소에 별로 생각해본 적도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수학자들은 “이걸 어디에 쓰겠다”라는 생각보다는 그냥 본인의 흥미와 호기심을 따라 연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흔히 수학을 응용수학, 순수수학으로 나누어 이야기하곤 한다.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수학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말도 들리고 심지어 응용수학의 시대가 왔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것 같다. 그런데 응용수학이 뭐지? 순수수학이라고 응용이 안 되는 것은 아니고 응용수학이라고 다 실제 현실에 적용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문맥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쓰이긴 하지만, 대체로 응용을 염두에 둔 수학을 응용수학이라고 하고 그렇지 않은 수학, 즉 응용을 염두에 두지 않는 수학을 순수 수학이라 부르는 듯하다. 그리고 응용수학의 대표적인 예로 수치 해석학, 금융 수학 등을, 순수수학의 대표적인 예로 정수론, 대수기하학 등을 들곤 한다.

그런데 수학자들이 실제로 연구하는 방식을 들여다보면 꼭 들어맞는 구분은 아니다. 응용수학이라 불리는 분야에서 연구하는 사람들조차 자신의 이론이 현실문제에 응용 가능할지는 전혀 생각지 않고 흥미와 호기심을 따라 연구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조금 다르게 나눠 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응용수학은 ‘결국 응용이 되는 수학’, 순수수학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응용이 되지 않는 수학’ 이렇게 말이다. 이렇게 나누면 대부분의 수학은 응용수학일지도 모른다.

리만 기하학이란 분야가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160년 쯤 전에, “공간이 휘어 있을 때 기하학은 어떻게 기술되어야 할까”라는 물음에서 출발한 수학의 한 분야이다. 리만은 점들 사이의 거리를 재는 방법을 일반화시키고, 공간의 휘어진 정도를 측정하는 곡률이라는 개념을 일반화함으로써 기존의 기하학을 임의의 차원의 휘어진 공간으로 확장했다. 그러한 휘어진 공간을 리만 다양체라고 부른다.

그로부터 60년 정도 시간이 흘렀을 무렵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이 발표되었다. 조금 무리를 해서 일반 상대성 이론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우주는 에너지-모멘텀 텐서에 의해 휘어진 정도가 결정되는 4차원 리만 다양체다” 정도가 될 것이다. 우주는 리만이 설계한 기하학적 구조를 품고 있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다시 100년쯤 지났다. 이제 우리들은 하루의 많은 시간을 스마트 폰과 함께 보내고 있고, 스마트 폰은 GPS 위성으로부터 시간. 위치 정보를 수신하여 작동되고 있다. 그런데 GPS 위성이 떠있는 곳은 지표보다 중력이 미세하게 약하기 때문에 상대성 이론을 이용하여 시간 오차를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

리만이 살아있다면, 그래서 자신의 이론이 모바일 폰을 작동시키는 데 중요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리만은 자랑스러워하기보다는 아마 어리둥절했을 것이다.

지면 관계상 하나의 예만 들었지만 이런 어리둥절한 경우는 꽤 많다. 수학이 어디에 쓰이는지 알기 힘든 것은 이렇게 긴 안목에서 바라보기가 힘들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알고 보면 대부분의 (모두라고 하진 않겠다.) 수학은 응용수학이다. 100년이고 200년이고 기다려 주기만 한다면 말이다.

윤석배 교수 (수학과)
윤석배 교수 (수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