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준혁 기자 (adam323@skkuw.com)

표사유피인사유명(豹死留皮人死留名).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다. 남긴다는 건 무엇일까. 흔적이다. 자신의 흔적은 누군가에겐 반추하고 싶은 추억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겐 다시는 꺼내고 싶지 않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겠다. 돌이켜보니 나는 참 흔적 남기는 걸 좋아한 것 같다. 그 흔적은 내 이름이 될 수도 있고, 내가 썼던 자리가 될 수도 있지만, 이곳 성대신문에서는 내 기사가 바로 그런 흔적이 될 것이다. 기사가 나올 때마다 내 바이라인이 달려 나옴과 동시에, 후련하고, 뿌듯한 감정도 같이 나온다.

누군가에겐 신문을 발간하는 것, 그 자체만이 일이 되지만, 누군가에겐 인사캠으로 올라오는 것도 일에 속하는 것 같다. 그만큼 자과캠 학우가 인사캠으로 출근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가 그랬다. 그래도 올라오는 동안은 기대와 설렘이 있었다. 자과캠을 대표한다는 마음가짐과 자과캠 학우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생각도 나로 하여금 3학기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인사캠으로 끌어온 한 동기가 됐다. 단과대 학생회, 총학생회가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고, 전혀 관심 없던 내가 성대신문의 기자가 돼 학우들의 알 권리를 위해 힘썼다는 것은 지금 보면 신기한 일이다. 그뿐만 아니라 학내 사안을 넘어 지방선거 기사를 쓰기 위해 경기도지사 후보를 만난 것도 깜짝 놀랄만하다.

돌아보면 내 주위에는 참 재밌는 성대신문 기자들이 있었다. 입학하자마자 성대신문에 입사한 새내기 기자도 있었고, 같은 고향에 사는 친구 같은 기자도 있었고, 매번 함께 자과캠에서 올라오는 기자도 있었다. 작은 사회를 그들과 함께했다고 생각하련다. 그래서 힘든 일들도 많았지만 나와 같이 한 기자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또한, 내 기사를 거쳐 지나간 학우들부터 학내 관계자, 교수님들에게도 감사함을 전한다. 성대신문이 발간되는 한 성대신문사에서 고뇌와 고민의 울음소리는 그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우리는 잘 해왔고, 앞으로도 그렇듯이 잘 해낼 것이다.

마지막 발간을 마치는 지금, 20개의 기사가 흔적으로 남았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하지만 내 기사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듯하다. 20개의 기사 중에는 나에게 부끄러운 기사도 있고, 마무리가 서툴러 아쉬운 기사도 있고, 매일 보고 싶을 만큼 아끼는 기사도 있다. 그래도 돌아보면 잘하지 못한 아쉬움만 생각나는 것은 흔적을 남기며 떠나는 사람들의 공통된 감정의 소용돌이일 것이다. 이렇게 훌륭한 성대신문의 기자들과 함께 같은 공간과 시간을 쓸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나는 성대신문의 흔적이 되었듯이, 성대신문은 나의 흔적으로 남길 바란다.
 

허준혁 기자 l adam323@
허준혁 기자 l adam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