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한국의 kpop 음악, 미국의 힙합, 일본의 애니메이션 OST, 유럽의 클래식까지. 시대, 국적, 장르 불문하고 다 즐겨 듣는 나는 ‘잡식성 리스너’다. 음악을 좋아하다 보니 악기에 대한 관심도 많은데, 어렸을 때에는 피아노, 바이올린, 플루트와 같은 다양한 클래식 악기들을 배웠고, 초등학교 3학년 때 필리핀 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새로운 악기를 시도해보는 것도 좋아해서 일렉 기타나 드럼을 배워보기도 하였다. 하지만 다양한 음악 중에서도 나의 삶에서 가장 밀접한 음악 장르는 클래식이었고, 그러다보니 클래식을 다룬 영화를 즐겨보곤 했다. 그 중 가장 추천하는 영화는 카스트라토를 다룬 영화 ‘파리넬리’인데, 영화 중에서 카스트라토인 주인공 파리넬리가 부른 ‘울게 하소서’는 언제 들어도 아름다우면서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그 이유는 음악에 카스토라트의 비극이 담겨있기 때문인데 이들은 여성들을 대체하기 위한 ‘만들어진 자’들이었다. 16세기부터 18세기까지 여성들은 노래를 부를 수 없었는데, 이는 고린도전서 14장 34절에 “모든 교회 공동체의 집회에서 여자들은 침묵해야 한다”라고 기록된 것을 잘못 해석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17세기 이탈리아, 여성들을 대체할 남성 소프라노 성악가인 ‘카스트라토’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많은 사내아이들이 여성들의 음역대를 내기 위해 변성기가 되기 전에 거세당했다. 거세를 하고 나면 성대가 자라지 않아서 변성기 전의 맑은 목소리를 유지하는 한편 가슴과 허파는 성장하여 어른의 힘을 지닐 수 있었다.

당시 성공한 카스트라토는 엄청난 부와 명예를 얻었기 때문에, 가난한 부모들은 너도나도 아들을 팔아넘겼다. 카스트라토 전성기였던 18세기에는 한 해 약 4000명의 사내아이들이 거세당했다. 영화 ‘파리넬리’의 주인공 파리넬리도 12세에 아버지에 의해 거세를 당하고 카스트라토가 되는데, 그는 타고난 목소리로 이탈리아는 물론 유럽전역을 종횡무진으로 누비는 국제적인 남성 소프라노 가수가 된다. 하지만 파리넬리와 같은 정상급 카스트라토는 1퍼센트도 안 되는 소수였고, 나머지 카스트라토들은 남자로서의 삶은 포기한 채 비참하게 살다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1806년 이탈리아를 점령한 나폴레옹 황제가 카스트라토 출연을 금지시키면서 그 수는 많이 줄었으나, 19세기 중반까지는 여전히 오페라 무대에 카스트라토가 섰다고 한다. 잘못된 성서 번역으로 시작된 여성들의 연주 금지. 여성의 음역대를 대신하기 위해 생겨난 카스트라토. 영화 ‘파리넬리’에서 파리넬리가 부른 ‘울게 하소서’는 너무 아름다웠지만 사내아이들의 무고한 희생, 그리고 성공하지 못한 카스트라토들의 비참한 삶을 보면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다.

장민영 (아동 17)
장민영 (아동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