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다'

수십 명의 예리한 심리학자들로 이루어진 ‘나’ 분석기관이 있지 않는 한, 어떻게 반박할 수 없는 말이다. 그런데 가끔, 나도 내 속을 모르겠다. 다른 사람에게 내 마음을 100% 말로 전할 방법을 찾지 못해 끙끙 앓기도 한다. 내가 왜 이럴까. 나의 한구석에 불과한데 이것도 모르다니. 스스로를 자책하며 답답해하던 날들이 있었다.

그리고 지난 겨울, 어쩌면 답이 될지도 모르는 하나의 조각을 얻을 수 있었다. 나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더 알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다. 건조하고, 뜨겁고, 매일 매일 근육통에 시달리던 2017년의 1월, 나는 라오스에 있었다. 해외 봉사자 자격으로 머무르면서, 나는 기대하지 못한 수확을 얻게 되었다. 사회에 있었다면 우린 만날 수 없었을 거라고 농담을 던질 만큼 자라온 배경부터 나이, 모든 게 다른 사람들과 일상을 같이하며 나는 낯설고 새로운 나를 발견했다. 생각보다 나는 훨씬 더 게으르고 어렸지만 그만큼 유쾌하고, 참을성 있고, 춤을 잘 추고, 위기상황에 잘 대처하며, 주어진 상황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었다. 가까운 사람들과 보통의 하루를 보냈다면 알지 못했을 나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생각해보니, 때때로 나는 일상에서 굳어져 버린 나의 이미지에 갇혀, 마음이 내키는 것보다 내가 이 상황에서 할 것으로 예측되는 행동을 하더라. 나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옆에 있을수록, 나는 굳이 예측 행동반경을 벗어나지 않으려 노력했다. 내키지 않는 부탁에도 평소의 나였다면 흔쾌하게 ‘응! 내가 해줄게’라고 답했을 것 같아 부담감과 함께 친구의 부탁을 받던 날, 오늘은 기분이 별로임에도 평소의 나라면 지금쯤 분위기를 띄웠겠거니 하며 애써 웃으며 목소리를 높이던 날, 회의 시간에 반대되는 의견이 떠올랐음에도 평소 ‘잘 들어주는 친구’의 이미지에 갇혀 묵묵히 듣고만 있던 날. 평소처럼 행동하고 있음에도, 나는 너무나 부자연스러웠던 순간들.

‘야, 평소대로 해’, ‘너 진짜 의외다’

평소처럼 행동하지 않았을 때, 특히 나를 잘 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이 예상한 나와 실제로 내가 한 행동에 차이가 생겼을 때, 친구 혹은 가족들이 나를 다르게 느끼는 그 찰나의 순간에 대한 두려움과 마주 해야 한다. 보통 때와 다르다는 건, ‘의외’라는 건 좋을 수도 있는 건데 미리 ‘갑자기 내가 다른 사람처럼, 멀게 느껴지면 어쩌지’라는 벽을 치고서 순간의 나를 막아서곤 했다. 순간순간 튀어 오르는 나를 누를수록 그만큼 내가 알 수 있는 나를 모르게 되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틀에 맞춰 나를 만들어내느라, 그대로 놔두었으면 더 아름답게 자랐을 나를 외면한 건 아닌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나는 나를 잘 알지만 단지 설명할 방법이 부족했던 게 아니라, 스스로에게 무지했다. 따끔하게 말하면, 진짜 몰라서 내 속을 알 수 없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상 속 다른 이들의 눈치를 보느라 정작 내 눈치를 못 봤던 것이다.

정작 중요한 건 나인데.

김채린(경제 17)
김채린(경제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