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강동헌 편집장 (kaaangs10@skkuw.com)

최근 SNS에는 ‘#학생이 겪는 코르셋’이라는 말과 함께 10대 여자 청소년들의 탈코르셋 운동이 불고 있다. 탈코르셋 운동은 여성에게 아름다움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에 반발해서 나온 움직임이다. 고등학교 1학년생의 한 누리꾼은 “반 친구들이 아침마다 화장을 하는데, 눈물을 흘리면서 렌즈를 끼고 결막염에 걸려도 렌즈를 한다”고 밝혔다. 13세의 다른 누리꾼은 “요즘엔 학교에서 틴트나 미백 선크림 등 화장을 하지 않으면 찐따 취급을 당한다”며 “빠르면 초등학교 4학년 느려도 6학년쯤엔 다들 화장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요즘 화장은 초등학생들에게도 당연한 일이다. 예전에는 화장을 말리던 부모들도 오히려 초등학생 자녀들에게 어린 피부에 맞는 화장품을 선물할 정도다. 탈코르셋 운동을 좀 더 들여다보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 사회상 때문에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외모에 신경 쓰는 것이 결코 행복하지 않다는 게 그들의 얘기다.

외모지상주의는 이미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풍토다. 우리는 이미지를 소비하는 사회 속에 살고 있다.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절대 이상한 사진을 올리지 않는다. 자신과 비슷하지만 좀 더 ‘있어 보이고, 예쁘게’ 보이기 위해 살짝 보정이 들어간 사진을 올린다. 실체는 중요하지 않다. 신체는 어느새 우리에게 부지런히 관리해서 ‘아름답게 보여야’ 할 대상이 되었다.

무엇이 그렇게 우리를 외모에 집착하게 만들었을까. 오늘날 한국의 자기계발 열풍은 무섭다. 한국인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정말 열심히 자기계발을 한다. 다른 사람과 끊임없이 자신을 비교하고 더 나아 보이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2000년대 ‘스펙’ 열풍이 불기 시작한 것도, 성형산업이 급격히 발전하기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신체는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평가받을 수 있는 자산이 됐다. ‘그루밍족’은 머지않아 ‘새로운’ 사회현상이 아닌 당연한 일상이 될 것이다.

천정환 교수는 저서 자살론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오늘날의 개인은 단지 소비자나 노동자가 아닌 새로운 경제적 주체로 호명되고 있고 또 자신을 그렇게 ‘관리’하고 있다. 성공학처세술과 같은 기존의 수양 및 자조(自助) 담론이 수렴되고 변화한 결과인 자기계발 담론은 개개인의 삶을 사업(기업)으로 대상화하고, 개인이 자기 삶과의 관계에서 스스로를 ‘기업가’처럼 주체화하도록 한다… 자기계발 담론은 한국에 사는 모든 주체에게 강요되거나 내면화되고 있는 규범이자 ‘테크닉’이다.” 초등학생들이 매일 아침 화장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과 각종 ‘힐링’ 도서들이 베스트셀러로 난무하는 것은 다른 사안이 아니란 말이다.

자기계발 담론이 유난히 한국에서 강하게 휩쓸고 있는 이유는 딱잘라 한 가지로 지칭하기 힘들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가 어려워질수록 타인에게, 자신에게 인색해진다. 이미 ‘법륜스님’의 강연은 유튜브 동영상 조회 수 수백만을 달리고 있다. 유치원생들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화장품 세트를 비는 세태는 오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