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된 한의학, 정체성을 모색하다
정체된 한의학, 정체성을 모색하다
  • 지웅배 기자
  • 승인 2018.06.04 20:58
  • 호수 16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 경희대 한의학과 장우창 교수

한의학, 서양의학과 융합으로 상생의 길 모색
한의학 강점 살려 정체성 되찾을 것

경희대 한의학 고전인 황제내경, 상한론, 난경 등을 연구하며 강의하는 한의학과 장우창 교수를 만나 한의학의 현재와 발전 방향을 들어봤다. 

사진 l 지웅배 기자

서양의학과 비교해 한의학이 갖는 강점은 무엇인가.
한의학은 기를 통해 개체를 전체적으로 이해하기 때문에 서양의학이 진단할 수 없는 스트레스와 같은 감정적 변화를 진단할 수 있다. 원인 모를 두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있다고 하면, 서양의학은 진단에 어려움이 있지만 한의학은 비교적 쉽게 진단을 내릴 수 있다. 서양의학은 이러한 경우를 증후군이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하지만, 환자의 몸에 생화학적 변화가 없어 진단을 내리기 어렵다는 뜻이다. 즉, 한의학의 강점은 서양의학의 진단 범위에서 벗어난 부분도 진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한의학에서 취급하는 생약은 서양의학의 인공적 합성물에 비해 안전성이 보장된다. 서양의학의 양약은 인체 조직과 기관의 상호작용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서양의학은 복합적 약물 처방이 어렵지만 한의학은 8~9가지 이상의 생약을 복합적으로 처방할 수 있다.

한의학이 비과학적이라는 비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오래전부터 따라다닌 비판이다. 한의학은 각 개체의 체질에 맞춰 진단을 내린다. 체질을 정밀하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인적 자료가 빅데이터 수준으로 쌓여야 하는데, 그만큼의 투자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과학적이라는 비판이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예를 들어 앞서 말한 두통을 호소하는 환자를 치료한 것이 서양의학의 입장에서는 진단할 수 없는 질병을 치료하는 행위가 되므로 비과학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서양의학이 이러한 환자의 존재를 무시하고 과학성의 유무만을 따져 한의학을 지적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물론 한의학에서도 민간요법 등 일반인을 거치며 생겨난 비과학적인 부분은 제거해야 할 것이다. 서양의학을 최선의 의학으로 인정하지만 유일한 의학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에, 한의학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판은 타당하지 않다. 서양의학계와 한의학계 모두 과학적 사고의 본질에 따라 오류를 수정하고 학문을 발전시켜 나가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한의학 치료를 받은 환자에게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 어떤 조치가 이뤄지는가.
서양의학계에서는 일반 의료 사고의 경우 개인의 책임뿐만 아니라 정부 책임을 묻는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 반면, 한의학계에는 정부에게 책임을 물은 판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한의학 의료행위는 국가에서 제공하는 자격증을 전제로 이뤄진다. 그렇기 때문에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조치는 기존의 제도와 어긋난다고 생각한다. 한의사에게도 명확한 제도를 적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올바른 진단을 위해 과학적 기계를 도입하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의사들이 기계를 이용하는 것이 허용된 권한이 아니라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한의학 교육 과정에 과학기계를 다루는 법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한의사가 진단 과정에서 기계를 이용하는 행위 자체가 전문성의 문제로 이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실제 서양의학계 현장에서 기계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방사선과를 따로 운영하는 것처럼 한의학계에서도 그와 같이 진행하면 될 것이다. 그런 기기들을 쓸 수 있다면 진단에 분명히 도움 될 것이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한의사의 권한 범위에 대한 정확한 명시가 부족한 것은 개정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 한의학의 과학성을 입증하기 위해 지속적인 투자를 해왔다. 그 투자의 결과는 어떠한가.
투자의 방향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단기적으로 연구·개발 투자에 집중하며 정권 5년 이내에 성과를 얻으려고 하기 때문에 신약 물질 제조를 요구한다. 그러나 생약에서 물질을 추출해서 신약을 만들면 더는 한의학이 아닌 서양의학의 범주에 포함된다. 더욱이 신약 개발로 인한 이익이 서양의학계로 돌아가기 때문에 이러한 연구는 한의사들이 의식적으로 기피하는 추세다. 오히려 한의학에 필요한 투자는 신약 물질보다는 인적자원이다. 한의학은 ‘기’를 통해 진단하므로 기술이 필요하다. 그런 기술을 보유한 인적 자원을 육성하고 제도를 관리하는 총체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방향으로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의사협회와 한의사협회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고 들었다. 해결방안은 무엇이 있는가.
서양의학계는 한의학을 비과학적으로 생각해서 공격적으로 대하는 경향이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서로의 이념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서양의학은 서구문명을 바탕으로 발생했고 한의학은 동양 철학을 바탕으로 발생했기 때문에,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다른 것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한의학이 발달한 우리나라의 장점을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비자가 여러 가지 장점을 보유한 상품을 선호하기 때문에 한의학과 서양의학의 장점을 모아 하나의 패키지로 공급하는 것이다. 둘을 통합할 경우 진료의 효율성은 높아지고 환자의 돈과 시간도 절약될 것으로 예측된다. 서양의학은 현재 효율성이 떨어지고 일의 양에 비해 임금이 적다는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도 두 의학의 통합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한의학이 앞으로 대중들에게 신뢰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지금까지는 외부적인 상황을 다뤘지만, 이 질문에 대해서는 한의학 내부적인 상황을 봐야 한다. 첫째로 한의사들이 사회성을 함양해야 한다. 사회 전반과 교류하는 양의사와 다르게 교류가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인 한의사는 사상이 전통 유교에 빠져들고 폐쇄적으로 변할 위험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중 강연을 나서는 등 교류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로 한의사들이 스스로 생각을 다듬어야 한다. 본인의 철학을 갈고 닦으며 한의학의 정체성은 무엇인지 고민해 학문 전체의 이념을 발전시켜 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내부적인 근대화 압력에 밀려 한의학을 타자의 시선으로만 바라봐왔고 한의학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부재한 경우가 대다수다. 한의사들 스스로 정체성을 고민하고 공유해 서로 공통분모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인사캠 - (03063) 서울특별시 종로구 성균관로 25-2 성균관대학교 호암관 3층 50325호
  • TEL : 02-760-1240
  • FAX : 02-762-5119
  • 자과캠 - (16419)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서부로 2066 성균관대학교 학생회관 2층 03205호
  • TEL : 031-290-5370
  • FAX : 031-290-5373
  • 상호 : 성대신문
  • 발행인 : 정규상
  • 편집인 : 김재원
  • 편집장 : 강동헌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0
  • 등록일 : 2017-04-05
  • 발행일 : 2017-05-0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재욱
  • 성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8 성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skkuw.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