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무용, 너는 자유로워라
현대무용, 너는 자유로워라
  • 이채연
  • 승인 2018.06.04 21:22
  • 호수 1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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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무용에 대한 반발로 현대무용 탄생해
영상·축제 통해 대중화 이끌어 내

“자연 속에서 가장 순수한 형식을 찾아내고, 그 형식을 통해 영혼을 표현하는 몸짓을 찾아내는 것, 이것이 바로 춤추는 이의 예술이다.
나는 나무에서, 파도에서, 구름에서, 열정과 폭풍 사이에 존재하는 연민으로부터 영감을 얻는다.”
위와 같은 말을 남긴 현대무용의 창시자인 이사도라 덩컨은 온몸으로 자신의 내적 감정을 표현하려 했다.
현대무용은 고전무용인 발레의 유미(唯美)주의에 반기를 들며 20세기에 처음 등장했다.

사진 l 김한샘 기자
사진 l 김한샘 기자

새로운 움직임의 탄생
현대무용보다 우리에게 친숙한 발레는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궁정 연회에서 탄생했다. 발레는 궁중 예술인만큼 우아함을 강조하며 형식적인 측면이 매우 중시됐다. 현대무용은 이에 대한 반발로 시작됐다. 미적 감각을 중시하며 오락적, 시각적 측면을 강조하는 것에 머물러 있는 발레의 유미주의에 무용수들이 반기를 든 것이다. 무용수들은 규정된 형식과 기교에서 벗어나 억눌려 있던 인간 정서에 대한 표출과 자유로운 감정 표현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이들은 맨발로 무대에 올랐고, 모든 작품을 직접 창작했다. 대표적인 무용수로는 이사도라 덩컨(이하 덩컨), 마사 그레이엄 그리고 도리스 험프리가 있다. 이 중에서도 현대무용의 시초인 덩컨은 무용 수업을 받은 적이 없다. 이에 대해 우리 학교 무용학과 정의숙 교수는 “덩컨은 형식적인 수업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 더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했다”고 전했다. 그는 자연에 대한 관찰과 삶에 대한 성찰로부터 예술적 영감을 얻고 이를 자유로운 움직임으로 표현했다. 덩컨에 의해 시작된 새로운 형식의 무용에 관중들은 거부감을 표했다. 하지만 그는 이에 굴하지 않고 자신은 사후에 반드시 인정받을 것이라는 말을 남기며 자신만의 신념과 예술 철학을 굳혀 나갔다. 이후 등장한 마사 그레이엄과 도리스 험프리는 현대무용을 초기의 모습에서 오늘날의 형식으로 체계화했다. 이들은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통한 움직임의 방법론을 정립하는 등 다양한 원리와 테크닉을 바탕으로 현대무용을 발전시켰다. 이들 또한 무용이 단순한 오락을 제공하는 데 그치기보다, 관중들을 자극해 깨우침을 줘야 한다는 덩컨의 정신과 궤를 같이한다.

보이고 들리는 것에서의 변화
현대무용의 개척정신이 바꾼 몸의 움직임은 무대에 수반되는 다양한 요소 또한 변화시켰다. 먼저 시각적 측면에서는 의상과 슈즈가 달라졌다. 기존의 발레 의상은 ‘튀튀’라고 불리며 이는 길이에 따라 종류가 나뉜다. 반면 현대무용의 의상은 종류를 규정할 수 없을 정도로 다채롭다. 작품의 컨셉과 맞는 옷이라면 어떤 것이든 무대 의상이 될 수 있다. 심지어 이스라엘의 ‘키부츠 현대무용단’의 경우 나체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또한 앞굽이 딱딱한 토슈즈를 신고 무용하는 발레와 달리, 현대무용은 맨발로 무대에 오른다. 이는 몸의 움직임을 보다 자유롭게 하기 위함이었다. 청각적 측면의 무대 음악 또한 바뀌었다. 발레는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호두까기 인형>,<잠자는 숲속의 미녀> 등 서양의 전통적인 예술 음악에 맞춰서 안무를 해야 하는 반면 현대무용은 어떤 장르의 음악도 무대 음악으로 사용할 수 있다. 국립현대무용단은 지난 4월, 작품 <스윙>을 통해 스윙재즈에 맞춰 안무했으며, 이전에는 우리나라의 전통음악을 무대 음악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현대무용의 배경음악은 몸의 움직임과 만났을 때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며 장르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현대무용에 던지는 의문
‘현대무용’이라는 단어는 1927년 처음 등장했다. 역사가 채 100년이 되지 않은 ‘신생’무용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 현대무용은 여전히 낯설다. 현대무용은 형식에서 탈피하며 모든 움직임을 아우른다. 여기서 두 가지 의문이 생긴다. 첫 번째 의문은 현대무용과 일반적인 사람의 움직임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이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똑같은 동작이라도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있다면 예술적인 동작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움직임 그 자체보다는 주제가 동작을 통해서 표현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또 다른 의문은 형식에서 탈피한 현대무용을 어떻게 정형화된 수업을 통해 배울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한 물음에 정 교수는 “현대무용 전공 수업은 테크닉을 배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보다는 몸에 대한 개념을 바탕으로 창작성과 자유로움을 배우는 것에 집중한다”고 전했다.

대중에게 다가가는 현대무용
현대무용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난해하다’, ‘어렵다’이다. 이렇듯 현대무용이라는 단어는 아직 우리에게 낯설기만 하다. 무용수들은 현대무용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는 현대무용과 영상의 결합이다. 정 교수는 영화 <간신>, 드라마 <대박>의 안무 감독을 역임했다. “대중에게 가장 영향력이 큰 매체가 영상이라고 생각했다”며 대중에게 익숙한 매체를 통해 현대무용의 대중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은 <서울무용영화제>로 이어진다. 정 교수는 무용 영화제가 확립돼 있는 해외의 사례를 보고 우리나라의 무용 대중화를 위해 영화제를 기획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영상매체가 현대무용의 대중화를 이끌어 낸 사례가 있다. 바로 Mnet의 ‘댄싱9’이다. ‘댄싱9 시즌 2’의 우승자 김설진 현대무용수는 놀라운 춤사위로 대중들의 현대무용에 대한 인식을 개선했다. 무용수 개인의 노력에 더해 협회 차원에서도 기회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사)한국현대무용협회는 ‘모다페 오프 스테이지(M.O.S)’를 개최하며 축제를 통해 현대무용의 대중화를 이끌고자 한다. 이 축제는 올해로 37회를 맞았으며 시민이 직접 현대무용을 체험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한 현대무용의 여러 노력들이 빛을 발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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