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적 접근 통해 실학의 중심지로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지난 29일 본교 6층 첨단강의실에서는 ‘21세기에 다시 읽는 실학’이라는 주제로 실학을 재해석 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우선 임형택 대동문화연구원장은 실학의 인식사가 20세기 초 현실적용의 유효한 방안에서 30년대의 조선학운동, 6·70년대의 내재적 발전론으로 변화해 왔다고 언급했다. 그는 시대가 흘러 근대화의 과제를 벗어나며 외면을 받았던 실학이 최근 사회적으로 다시 화두가 되고있음에 주목해 ‘21세기에서 실학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갗라는 질문을 이 학술대회를 통해 풀어보자고 했다.

■ 다산에게 영향을 미친 정산

이어 발표된 논문들은 △경학 △사상 △예술 △과학 등 실학의 각 분야에 걸친 연구의 성과물이었다.

먼저 경상대 최석기(한문) 교수는 ‘정산 이승휴의 경전해석과 그 의의’에 대해 연구하면서 다산이 남긴 방대한 양의 경학적 성과가 다산이라는 한 천재에서 나왔다기 보다는 근기남인계의 학문적 전통 속에서 배양돼 나온 시대적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근기남인계의 경학적 전통을 알아봄과 동시에 정산의 경학관에 대해 고찰했다. 또한 정산의 저서를 통해 그의 경전해석 방식을 분석하고 그의 해석의 관점이 후대를 거쳐 다산에 이르러 집대성된 것이라 해석했다.

한편 경희대 김상준(사회) 교수는 ‘남인 예론과 근대 주권론’을 발표하면서 “다산 예론의 근대성은 친족의례와 국가의례를 분리시킨 데 있다”며 “이 분리는 군주의 주권을 친족적, 관료적, 귀족적 제약에서 해방시키고 이를 통해 주권은 불가침, 불가분이라는 근대 주권론 사상의 조선적 비조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 교수는 “다산의 선진유교로의 회귀노력을 보수적인 것으로 이해하기 쉬운데 이는 ‘미래로의 진행은 과거로의 회귀’라는 관점으로 이해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혜강 최한기의 사상과 21세기­자연과 인위의 관계에 대한 음미’라는 주제로 발표한 서울대 박희병(국문) 교수는 혜강이 인의예지가 인간의 본성에 선험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인식된다고 봄으로써 자연과 인위를 분리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전통 동양사상과 논리를 달리하는 것으로 서양의 선례-자연과 인위의 분리로부터 근대사상은 논의되기 시작했다-를 볼 때 근대사상을 불러올 수 있는 개념이다. 하지만 혜강의 사상은 자연과 인위를 완전히 분리한 것은 아니며, 어느 정도의 동양적 자연관을 수용하고 있으므로 혜강의 자연개념은 동양과 서양의 절충적 입장에 놓여있다고 박 교수는 평가했다.

■  사료통해 새롭게 밝힌 것들

오후 발표는 명지대 유홍준(미술사) 교수의 ‘실학자들 화론의 예술론적 접근­성호·연암·다산의 리얼리즘에 대하여’로 시작됐다. 유 교수는 성호와 연암, 다산의 화론을 그들이 쓴 여러 편의 글을 통해 밝혔다. 유 교수는 그들의 화론은 각각의 차이가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동양적 리얼리즘론’이라 할 수 있으며, 이것은 21세기에도 유효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실학자들이 주장한 리얼리즘 속에 사의(寫意) 등을 담는 정신을 적용하는 것은 현대 예술가들의 몫임을 강조했다.

다음으로 성균관대 손병규(한국사) 교수는 ‘서유구의 진휼정책’에 대해 연구했다. 손교수는 서유구가 작성한 『완영일록』, 『화영일록』을 통해 그가 행한 행동을 세세히 살펴보며 그의 진휼인식을 알아봤다. 이는 실무적으로 서유구가 행했던 일을 잘 알 수 있게 해주는 연구였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서유구의 권농정책은 결국 장기적인 안정을 보장하는 긴축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그 근거에는 왕토사상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의 학문인 실학을 서구적 근대화의 시각으로만 보기는 어려웠다.

건국대 한영호(기계) 교수는 ‘18세기 조선의 서양과학’을 통하여 새로운 문물에 대해 불경스럽게 생각하는 왕과 역서 작성에 운명을 건 천문관측기구의 공무원들이라 할 수 있는 중인층 관상감 감원들의 헌신적 역할이 거의 전부였던 우리의 과거를 되짚으며 “몇몇 특출한 사람은 있었지만 그것을 하나로 엮어줄 통합적인 움직임은 없었다”고 안타까워했다.

발표가 끝난 후에는 토론자들이 발표자들의 논문을 검토하며 질의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열띤 답변이 서로 오갔으며 그에 따라 연구자들의 차후 과제가 늘어났다.

■ 동아시아 실학의 중심지로

실학은 본래 한국이 20세기에 만들어낸, 한국학 특유의 용어였다. 그러던 것이 일본과 중국이 이 개념을 받아들이면서 함께 학술대회를 열게됐고 ‘동아시아 실학 국제 학술대회’가 정기적으로 열려 금년 7회를 맞기에 이르렀다. 이 시점에서 ‘동아시아 실학 국제 학술대회’의 모체라고도 할 수 있는 대동문화연구원에서 실학을 주제로 이런 학술대회를 연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며, 앞으로도 국내외적으로 이런 연구가 거듭돼 동아시아 실학에 대한 수준 높은 연구가 이뤄지길 바란다.

임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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