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속의 책 - 너는 네 세상 어디에 있느냐?
삶속의 책 - 너는 네 세상 어디에 있느냐?
  • 성대신문
  • 승인 2002.12.11 00:00
  • 호수 13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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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연
-경영학과 80학번
-우리은행 장안1동 지점 지점장

■자신의 일에 대한 신념이 있다면
내가 취직할 때는 여자들이 사회적인 활동에 제약을 많이 받았다. 나는 활발한 활동을 하고 싶어 경영학과를 선택했고, 남녀차별을 받기싫어 은행을 선택했다. 빠른 시간 안에 어떻게 지점장이 되었냐고 묻는다면 운이 좋아서라고 밖에 대답할 수 없지만, 내가 일에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본래 그 일을 좋아하고 열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사소한 행동에서도 그렇지 않은 사람과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또한 운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오는 것이지만, 준비하고 있던 사람만이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후배들에게 해주고픈 삶의 조언이 있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라고 말하고 싶다. 내 주위를 보더라도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이 가장 행복한 것 같다. 사람은 결국 자신이 좋아하는 일, 관심있는 일을 추구하기 마련이다. 버스를 잘못타면 얼른 내려서 다시 갈아타야지 잘못 탄 버스를 계속 타고 목적지로는 갈 수 없는 노릇 아닌가. 만약 지금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나 적성에 대해 잘 모르겠다면 많은 경험을 해보라고 말하겠다. 나는 학부시절이 그 일을 하기에 가장 적합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강연도 다니고, 여행도 다니는 등 가능한 한 모든 일을 해봐라. 어떤 것이든 간접경험을 가능하게 해주는 독서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오두막 편지』 법정 지음, 이레
잠에서 깨면 으레 커튼부터 연다. 밤새 눈이라도 왔을까? 하는 설렘으로. 눈이라도 내려야 세월의 쓸쓸함을 위로 받을 것 같은 한 해의 마지막 달, 이런 계절이면 어김없이 집어드는 책이 법정스님의 『오두막 편지』이다.  

“해질 녘마다 스님을 기다리며 섬돌에 앉아있는 떡두꺼비, 산토끼와 다람쥐와 박새… 잠자리까지 찾아온 달빛과 개울가에 늦게 핀 용담, 온 밤을 가득 채우는 설해목소리…” 강원도의 산골, 전기도 수도도 들어오지 않는 단칸 흙방에서 所欲知足하며 침묵과 무소유의 삶을 살아가는 법정의 일상이 자연과 혼연일체 되어 한 편의 동화를 읽는 듯 아름다운가 하면 삶에 대한 깊은 성찰과 물신에 현혹되어 빗나가는 현대인에게 내리는 준엄한 꾸짖음으로 그 울림이 참으로 큰 것이, 번잡한 세상에 휘둘리는 나의 삶이 버겁다고 느껴질 때, 해서 흔들리는 삶을 다잡고 싶을 때 생각나는 책이다.

해서 이 책을 후배들에게 권하고 싶다. 인생의 시작에 서 있는 후배들이 아직 오염되지 않은 맑고 투명한 인성을 지키면서 자주적인 삶을 살아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 바로 법정의 『오두막편지』 이다.

이 책의 화두는 마틴부버의 저작  『인간의 길』에서 말한 ‘너는 네 세상 어디에 있느냐?’이다. ‘너에게 주어진 몇몇 해가 지나고 몇몇 날이 지났는데, 너는 네 세상 어디쯤에 와 있느냐’ 라는 물음으로 ‘나의 자리’에 대해 명상하게 한다. 법정은 이 글을 눈으로만 스치지 말고 나직한 자신의 목소리로 또박또박 자신을 향해 소리내어 읽으라고 한다. 그러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울려 나오는 진정한 자신의 소리를 듣게 될 것이라고. 삶의 가치와 무게를 어디에 두고 살아야 할 것인지도 함께 헤아리게 될 것이라고. 또한 남의 눈을 빌어 자신의 삶을 냉엄하게 바라보라고 한다. 자신에 대한 냉철한 성찰을 통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라는 메시지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의례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게 마련인 연말, 이 책을 읽으면서 지나온 세월의 무게와 빛깔을 가늠해보고 앞으로 살아야 할 날을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지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심각함이 싫다면 대선정국과 연말 등으로 한층 혼돈스러운 요즘의 상황과 아랑곳없이 자연과 혼연일체되어 유유자적하는 법정의 풍류와 기개를  대리만족하고  번잡한 일상에서 벗어나는 여백의 호사를 누리는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도 충분히 가치있는 책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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