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인식과 해석에 열린사고 가능성 마련해야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올해 3월 초 휴머니스트 출판사에서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 두 권을 발간해 화제가 됐었다. 이 책은 전국역사교사모임에서 강의와 암기로만 이뤄지는 역사수업을 넘어서 생동감 있는 이야기와 감동이 살아있는 역사 수업을 할 수 있도록 새롭게 구성한 역사교과서로, 우리 역사 ‘대안교과서’로 일컬어지며 베스트셀러 대열에까지 올라섰다. 여기에서 교과서, 그것도 역사 교과서에 대한 대체수요가 폭발한 현상은 그만큼 새로운 역사인식과 해석에 대한 갈망이 고조돼 있음을 반증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교과서를 만들었던 전국역사교사모임에서도 지적했듯이, 현재 우리나라의 역사교과서는 일본의 그것을 비판하면서도 내심 우리 교과서를 숨기고 싶을 정도로 반성하고 새로 쓰여져야 할 부분들이 많다. 이와 관련 서중석(사학) 교수는 “개인의 역사관을 형성하는데 있어 역사교육을 어떻게 받았는가는 무척 중요한 것”이라며 “냉전의식과 반공주의 영향으로 근현대사를 왜곡, 과장했었으나 이제는 과거를 겸허하게 되돌아보고 올바른 시각으로 역사를 바라봐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우리 역사 교과서는 지금부터라도 정치적 기반 마련을 위해 친일파 정당인 한민당과 결탁한 이승만 대통령을 보여주고, 춘원 이광수와 인촌 김성수 등을 친일파로도 논의해보고,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이 일본대사관 앞에서 11년째 벌이고 있는 수요시위도 거론해봐야 하는 것이다.

지난 달 9일 역사문제연구소와 전국역사교사모임, 한국역사연구회 세 단체는 ‘21세기 한국사교과서와 역사교육의 방향’을 주제로 제3차 한국사교과서 심포지엄을 개최해, 학자들과 교사가 함께 한국사교과서에 대한 논의를 펼쳤다. 이때 한신대 안병우 교수는 “근래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는 포스트모더니즘, 구성주의적 관점 등은 종래의 한국사 연구와 교육에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며 “국가와 민족 중심의 역사에서 벗어나 다차원적이고 다중적인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인간의 삶 자체를 교육의 중심에 놓자는 주장은 지금까지의 역사연구와 교육이 가진 문제점의 하나를 적실하게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즉 기존에 한국사를 체계화하는 데 동원됐던 민족주의나 권위주의 같은 억압성을 극복하고 새롭고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마련해두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의 역사 교과서는 7차 교육과정의 도입과 함께 고등학교 과정에서 근·현대사 부분에 한해 검인정교과서 체제를 실시하게 됐다. 하지만 중학교 과정에서는 국정교과서의 유일체제가 언제까지 계속 될지 알 수 없는 상태다. 현재 역사 교과서를 살펴보면 왕조사별로 시대를 구분 짓고 있는데, 사실 역사는 하나의 기준으로 시대를 구분한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사실에 대한 이해의 차이 때문에 각 시대의 기점과 종점은 서로 다르게 설정될 수 있다. 요컨대 하나의 관점만으로 역사를 서술하기 때문에 국정교과서 체제 하에서는 역사를 보는 다양한 시각을 담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역사문제연구소(이사장:김영태) 장신 사무국장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역사를 바라보느냐에 따라 중요한 것이 달라지고 교과서에 실리는 것들의 선택이 달라진다”며 “다양한 관점의 역사를 제시하기 위해서는 국정교과서 체제를 개선해 검인정제로 바꾸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장 사무국장의 지적대로 교과서 검인정제가 도입돼, 우리의 역사관을 제대로 재정립하고 역사인식과 해석에 열린 사고를 갖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조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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