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한샘 (hansem8718@gmail.com)

이번 호 발간 준비는 수난의 연속이었다. 광고팀 수습모집 포스터 촬영, 시각면, 모모이, 취재 후기, 그리고 몇 개의 사진 요청들이 겹쳐 신문사 생활 중 가장 바쁜 나날들을 보냈다. 단순한 일이 절대적으로 많은 것은 괜찮다. 밤을 새우는 것은 익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은 지난 학기와는 달랐다. 사진부의 부서장을 맡게 되었고 부서 동기가 학군단 하계 훈련에 끌려가 의지할 곳이 없었다.

해낼 수 있는 것과 아닌 것을 구분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지 못하면 고통스럽다. 하루는, 반나절을 투자하고도 사진을 단 한 장도 건지지 못했다. 취재 협조 요청은 잇달아 무산됐다. 몇 군데는 담당자와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1주일 넘게 지난하게 늘어지기도 했다. 잇따른 실패들을 겪으며 정신적으로 몰렸다. 침대에 누우면 매일 악몽을 꾸었다. 아니, 침대가 아니라 주로 신문사 소파였던 것 같다. 낮과 밤은 바뀌었고 어쩌다 여유가 있는 날 침대에 누워도 불안감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정신력이 미약한 사람이라고 느꼈다. 며칠 전, 수습모집 포스터 제작에 있어 작은 성공을 거두었다. 그 전날과 전전날 나는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싸여 흘러가는 일 분 일 초가 고역이었다. 머릿속은 “하던 대로 하지 왜 굳이 일을 크게 벌여 어렵게 만들었을까”라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시각면 또한 같았다. 일면식 없는 타인의 영역을 침범해 들어간다는 것은 나에게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좋은 기획, 그 시작은 창대했으나 실행에 옮기며 여실히 드러나는 바닥에 스스로 실망하고 예정된 실패가 너무나 두려웠다. 나는 이것들을 담담히 견딜 만큼 단단하지 못했다.

1학기, 준정기자 시기에는 시키는 일만 열심히 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내가 실패한다면 실패를 받아내 줄 사수가 뒤에 있었다. 아니, 애초에 실패에 대해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사수의 명령을 착실히 따르면 늘 옳은 결과가 도출됐다. 덕분에 나는 항상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고 만용을 부리기도 했었다.

기술적으로 뛰어난 사진을 만들어 내는 것을 곧잘 해냈지만 기획 단계에 있어 무능했다. 전임 부서장과 같은 이가 사수로 있어 줄 때에야 한 사람 몫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최근 십여 일 간 나의 무능을 절실히 느꼈다. 시작이 씁쓸하다.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걱정이 앞선다. 양 어깨를 짓누르는 카메라 가방의 무게가 아직 남아있는 듯 뻐근하다.

김한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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