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강의평가 미참여 시 성적열람 이의신청이 불가하오니 참고 바랍니다.’

입학한 후 중간고사 기간에 학교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문자를 보고 왜 강의평가를 하지 않으면 성적을 볼 수 없을까에 대해 의문이 생겼다. 그때 한 교수님께서 강의평가는 학생들이 성적열람의 권리를 갖기 위해 이행해야 하는 의무라고 말씀해주셨다. 바로 이해했고, 강의의 이러한 부분은 좋았으며, 어떠한 부분은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쓰며 첫 강의평가를 했다.

GLS에서 하는 강의평가, 줄여서 강평은 중·고등학생 때 하던 교원능력개발평가와 비슷한 공식적인 학교 일정이다. 하지만 이것은 강의의 질을 높이기 위한 명목으로만 이뤄지고 있는, 성적열람을 위한 단순한 절차로 전락하고 있다. 강평 기간만 되면 학생들이 모인 커뮤니티에 ‘강평 누가 썼는지 교수님께서 알 수 있나요?’, ‘강평 익명 보장되나요?’ 등의 질문 글이 게시된다. 친구들과 대화할 때도 ‘교수님한테 바라는 점 쓰고 싶은데 걸릴까 봐 못 쓰겠다’는 말이 나온다. 이에 대한 답변은 ‘익명이 보장되니까 걱정하지 말고 써도 돼’와 출석부, ‘학번 순서대로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결국 누가 썼는지 알 수 있다’ 두 가지로 갈린다. 결국 학생들은 성적, 학점에 영향을 끼칠까 걱정하며 거짓된 평가를 하고, 강의의 질이 개선될 수단은 물거품이 돼버리고 만다. 해당 강의 수강을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현실적인 강의평가는 커뮤니티에 올라와 있으며, 다음 강의 개선을 고민해야 하는 교수님들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내가 만난 몇몇 교수님들은 본인들의 강의를 평가하는 설문지를 만들어서 학기 말에 작성하도록 했다. 강의방식이 배움에 있어 도움이 되는지 계획서에 맞게 잘 진행되었는지 등 학생들의 생각을 묻는 설문지는 교수님들의 강의를 향한 열정을 보여주었다. 그 강의는 다음 학기에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과제를 줄였고 여러 새로운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처럼 학생들의 피드백 수용이 잘 드러나는 경우가 있다. 반면, 몇몇 강의는 강의평가를 솔직하게 작성했음에도 변화가 없으며 여전히 학생들의 불편한 점을 무시한 채 진행되고 있다는 말을 듣기도 했고, 직접 겪기도 했다. 수강신청 전날까지 수업계획서 없이 목록에 올라와 있는 강의들이 있고, 배움이라는 목적에 맞지 않는 교안 읽기 강의들도 있다. 학생들은 이러한 강의를 듣고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 어마어마한 대가를 지급하고 있다. 그리고 대가에 걸맞은 강의를 수강할 권리를 얻기 위해 강의평가라는 의무를 지고 있다. 하지만 미리 수업계획서를 올려달라는 의견, 교안을 읽기보다는 보조 자료를 통해 예시를 들어 자세한 설명을 해주면 좋겠다는 의견을 써냈던 의무는 무시되었고, 강의는 그대로다.

강의평가는 학생들과 교수들, 모두에게 필요한 과정이다. 나는 우리가 작성한 평가가 의미 있게 적용된 강의를 수강하고 싶다. 학교는 강의평가가 정말 익명이 보장되는지 먼저 정확하게 알려줘야 한다. 그리고 학생들은 더 좋은 강의를 듣기 위해 솔직하게 평가해야 하고, 교수들은 더 좋은 강의를 하기 위해 피드백을 받아들이며 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 학교, 학생, 교수의 노력이 모여 최고의 교육을 통해 글로벌리더를 양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이루어낸다. 그리고 구성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대학으로 성장해갔으면 한다.

김소영 (영상17)
김소영 (영상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