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미국에서 이라크 전에 관한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다. 그리고 지난 달 15일 전세계에서 반전시위가 열렸다. 이런 오늘날의 사실들이 먼 훗날에는 어떻게 기억될까. 기억을 지배하는 것은 기록이다. 그런데 기록의 총체인 역사는 승자에 의해 쓰여지기 때문에 패자의 입장에 대해 알기 어렵다. 하지만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역사를 바라본다. 이 책은 큰 바다 너머 땅에서 있었던 패자에 관한 기록이다.

인디언들은 수우족, 아라파호족 그리고 아파치족 등 수많은 종족들로 이뤄져있었다. 그들은 각각의 문화를 가지고 오래 전부터 자연과 함께 살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아메리카 땅에 넓게 퍼져, 자연과 동물을 그들의 형제로 여기며 살았다. 그래서 그들에게 있어 땅은 누구의 것도 될 수 없는 하느님의 것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나타난 백인 친구들은 땅을 가지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인디언들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전쟁을 피하기 위해 문서에 서명했다. 이런 식으로 백인들은 땅을 차지하기 위해 인디언들과 수많은 조약을 맺었고, 더 많은 땅을 차지하기 위해 미련없이 전의 약속을 파기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문명인' 백인들은 그들의 '프론티어(개척)' 정신에 따라 점점 많은 땅을 차지했다. 그리고 그들이 차지한 땅의 인디언들은 사냥할 수 있는 땅도, 동물도 그리고 자유도 잃었다.

우리는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고, 그곳이 지금의 미국 땅이라는 것에 아무런 감정도 갖지 못한다. 그 사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메리카가 미국의 땅이 되기까지 수많은 인디언들이 학살당했으며, 남북전쟁이 일어나고 링컨이 노예해방을 위해 노력하는 와중에도 인디언들은 자유를 박탈당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것들엔 이런 이면이 숨어있었다. 실제로 우린 최근 5. 18이나 4. 3 등 현대사의 이면들을 접하고 있다.    

인디언들은 자연 속에서 자유로운 종족이었다. 그들은 글도 모르고 공산품도 만들어 내지 못했지만 평화를 사랑하고 자연과의 조화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들이었다. 백인들은 인디언들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했고 자신들처럼 살기를 강요했다. 그리고 인디언들이 받아들이지 않자 백인들은 그들을 야만인으로 매도했다. 우리 역시 서양중심의 잣대로 인디언들을 너무 쉽게 야만인으로 간주한 것은 아닐까. 금에 미쳐 남의 것을 빼앗는 사람과 평화를 위해 약속을 지키는 사람 중 어느 쪽이 진정한 야만인인가.  

임진아 기자
kredo@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