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산업의 미래와 수프림
언론 산업의 미래와 수프림
  • 성대신문
  • 승인 2018.09.10 21:34
  • 호수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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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짧은 뉴스 기사 하나를 보고 신문방송학과 교수로서 적지 않은 놀라움과 함께 언론 산업의 미래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기사의 내용은 뉴욕 포스트라는 미국 일간지가 1면에 기사 대신 ‘수프림(Supreme)’이라는 패션 브랜드의 로고를 싣고 2018년 가을/겨울 컬렉션 전면 광고를 게재하면서 하루 23만 부가 발행되자마자 완판되었다는 것이었다(중앙일보, 2018. 8. 16). 1달러인 이 신문은 1면에 기사 없이 수프림 로고가 새겨졌다는 이유로 인터넷 경매 사이트 ‘이베이’에서 20달러에 팔리기도 했다고 한다. 뉴욕 포스트는 뉴욕 타임스만큼 엘리트 신문은 아니지만, 최근에 어떤 기사를 어떤 신문에 실어도 그 판매 부수와 구독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1면에 브랜드 로고 하나 찍었다고 순식간에 완판된 사건은 놀랍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이 협업을 뉴욕포스트가 아니라 수프림이 먼저 제안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1면의 기사를 로고가 대체한 것은 마치 언론의 사회적 파워를 상업적 패션 브랜드가 넘어서는 중요한 한 장면으로 언론사에 남을 만한 순간이 될 것이다. 

물론 수프림은 일반적인 패션 브랜드가 아니고 특별한 철학을 가진 브랜드로 일부 젊은 세대들에게는 패션계의 애플이라고 불릴 정도로 충성도 높은 팬층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수프림은 뉴욕에서 스케이트 보더들을 타깃으로 만들어진 패션 브랜드로, 기존에 고가 전략을 펴는 명품 브랜드들과는 완전히 차별화되는 철학을 갖고 있다. 필자는 수프림의 패션을 시도해보진 않았지만 현대 미술가 바바라 크루거의 작품에서 브랜드 로고의 영감을 얻었다는 점에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 또한 미국 LA 매장을 방문했을 때 기성 세대의 눈으로 언뜻 보기에는 대단해 보이지 않는 상품에도 길게 늘어선 줄에 매우 흥미를 느낀 적이 있다. 수프림은 극단적 희소성 전략을 가지고 돈이 있어도 관심이 없으면 사지 못하는 철학적인 브랜드 이미지와 다양하고 창의적인 협업으로 비주류 뒷골목 패션에서 마이너 정신을 지키면서도 언론보다 더 강력한 사회적 파워를 가진 완전한 주류가 되었다.  

뉴욕 포스트와 수프림의 협업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언론 산업에 던지는 함의가 크다. 신문 판매 및 구독과 광고수익의 지속적인 감소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언론산업이 위기에 있다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별로 없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가 발전하여 언론 역할을 하는 매체가 급증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자들은 오히려 직접 발로 뛰는 취재를 하기보다 소셜 미디어와 온라인 뉴스를 인용하여 뉴스의 질은 낮아지고 선정화 되고 있다. 또한 인터넷 뉴스는 무료, 종이신문은 유료가 되면서 노인 세대 외에는 돈 주고 신문 구독을 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더구나 인터넷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언론은 대형포털의 하청업체라고 표현될 정도로 그 사회적 파워가 약화되어 가고 있다. 문제는 신문 산업이 언제까지 인터넷과 포털, 소셜 미디어의 발전을 탓하며 돌파구와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위기를 맞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수프림의 철학과 전략에서 배워야 한다. 기존에 언론들이 사용한 이데올로기 프레임과 엘리트 타깃, 인터넷 정보 짜깁기로는 젊은 세대의 관심과 철학을 공유할 수 없다. 빠른 미래에 젊은 세대의 문화와 가치를 공유하며 전혀 새로운 시도를 선보이는 신문 혹은 매체가 탄생하여 위기의 언론 산업에 방향성을 제시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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