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의 세계를 넘어설 때: 극단 신작로 '비평가'
허구의 세계를 넘어설 때: 극단 신작로 '비평가'
  • 성대신문
  • 승인 2018.09.10 21:42
  • 호수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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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안 마요르가의 극 <비평가>는 유감스럽게도 ‘연극에 대한 연극’이다. 유감스럽다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할 수 있는 까닭은, <비평가>의 작중인물이 본인의 입으로 ‘연극에 대한 연극’은 연극을 만드는 사람에게나 재미있다고 탄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비꼼에 대해 다른 등장인물은 외친다. 자신이 만들 연극은 명예에 대한 작품이며, 오직 죽음으로만 끝날 수 있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극 중에 등장하는 연극만이 아닌, <비평가>라는 극 전체를 관통하는 외침이다.

<비평가>는 비평가 볼로디아와 작가 스카르파의 논쟁으로 이뤄진 이인극이다. 작가는 비평가의 평에 반박하며 실제 연극이 보여준 이야기가 아닌 자신이 그리고자 했던 이야기, 진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기에서 주의할 점은 작가가 말하는 진실은 모호한 삶의 철학이 아니라 비평가 볼로디아에게는 말 그대로의 ‘사실’이었다는 점이다. 작가의 작품 속에 등장했던 여인과 “그 여자는 진짜입니다(…) 당신이 알아차릴 거라 생각했어요.”라는 작가의 대사는 결국 극 속의 연극이 비평가가 알아야 했고 만나야만 했던, 실재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였음을 보여준다.

예술의 목표는 ‘현실의 온전한 재현’이라고 한 아우어바흐의 말과 연극은 인생을 모방한다는 명제를 상기한다면 <비평가>는 언뜻 모방의 영역을 넘고자 한 작가의 자의식 과잉에 대한 이야기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비평가> 속 이야기는 극이 제공하는 진실 그 너머의 것에 대해 말하여 이야기의 방향을 바꾼다. 비평가의 집을 장식한 흐린 거울이 그저 바라보는 사람의 상반신만을 비추는 것처럼, 작가는 연극이 인생의 진실을 온전하게 담을 수는 없음을 자신의 극으로 증명해낸다. 극중극은 노래를 부르게 된 여인의 미소로 끝나지만, 현실 속 비평가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내딛어야 함을 작가는 자신의 극을 통해 끊임없이 말하고자 했다.

이 작품의 부제인 “Si supiera cantar, me salvaría”의 번역은, ‘내가 노래할 줄 알면 나를 구원할 텐데’라는 문장보다는 김재선 번역가가 처음 의도했던 “내가 노래할 줄 알면 살아남으련만”(Mayorga, 2012/2016, pp.1)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여인이 노래를 통해 얻고자 한 것은 절망 속에서 자신을 끌어올릴 ‘구원’이 아니라 살아있는 것이 아닌 현재의 상태에서 벗어나 ‘살아있는 사람’으로서 노래하고 발화할 수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노래하게 된 여성은 극장 속이 아닌 극장 밖에서 실재하는 존재이며, 그의 발화는 바로 연극 밖의 비평가에게 향한다. 그렇게 연극의 세계에서, 자신의 동굴 속에서 살아가던 비평가는 자신에게 명예를 주었던 모방 세계(연극)에서 벗어나 삶의 세계로 나아간다. 명예에 대한 연극은 죽음으로 끝나지만, 연극 밖의 세상은 또 다른 이야기로 이어지는 것이다. 비평가가 오랫동안 간직해온 메트로폴 극장의 막을 버린 것은 연극이라는 모방의 세계를 떠나는 자의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홀로 남은 작가는 비평가의 노트에 새로운 글을 써내려간다. 이전의 극을 뒤로 하고, 새로운 극을 써내려가기 위해서. 그렇게 <비평가>는 연극이 선사하는 진실 너머의 것을 환기하면서 끝난다.

이 극은 모방 혹은 허구의 세계에서 삶을 유지하던 이가 그 세계에서 벗어나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다. <비평가>는 문을 닫고 나간 비평가와 암전이 될 때까지 글을 써내려간 작가를 통해서, 극은 끝날지라도 삶은 계속된다는 진실을 보여준다.

                                                                                                                                                                                                                                                                                        
                                                                                                                                            금보현(일반대학원 국문학과 석사과정·4기)원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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