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르포
다시 쓰는 르포
  • 우연수
  • 승인 2018.09.11 00:44
  • 호수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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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부는 르포 기사 쓸 일이 없다. 이를 핑계로 특집팀 르포를 쓰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호기롭게 내린 결정이었지만 모든 게 낯설었다. 게다가 장례식장이라니. 취재 가는 날은 온몸에 힘이 바싹 들었다. 검은 바지에 검은 티셔츠까지 갖춰 입고 밖을 나섰다. 이르지 않은 오전의 혜화는 조금 더웠다.

경로를 여러번 꼼꼼히 살핀 후 버스에 올라탔다. 북적북적한 버스는 올림픽대로를 따라 달렸다. 버스 창 너머로 보이는 한강공원에 사람이 바글거렸다. 김포 시내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고 택시를 잡았다. 마을버스의 배차 간격이 터무니  없었기 때문이다. 라디오 볼륨을 키운 채 택시는 깊은 시골까지 들어갔다. 거친 콘크리트 도로에 차체가 흔들렸다.

두 시간 반 걸려 도착한 장례식장은 화장로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했다. 쉴 틈 없이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곳에는 1살 두두, 10살 하늘이, 14살 삼순이, 이렇게 세 고양이가 있었다. 화장로 문이 여닫힐 때마다 쿵쿵거리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고양이들은 귀 한번 쫑긋하지 않았다. 카메라 셔터 소리, 강아지 짖는 소리, 방울 소리, 우는 소리, 작별하는 소리. 차분하지만, 산만해서 나는 안심했다. 소음을 지나 서울로 돌아가는 택시에 몸을 실었다. 이번에는 '뽕짝 트롯트'가 틀어져 있었다.

점심 겸 저녁을 해치우고 신문사로 복귀했다. 마감을 서두르는 기자들이 많았다. 나도 바쁘게 원고 작업에 돌입했다. 취재를 위해 녹음한 파일을 들으며 녹취록을 작성했다. 기사 방향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이야기가 천장을 떠돌았다. 모니터 앞에 원고가 쌓였다. 프린터가 세 번째 종이를 뱉었을 때 시계는 오전 2시를 알렸다. 낮의 장례식을 떠올렸다. 오후 2시 그곳은 조용할 줄을 몰랐다.

다른 기자들의 타자기 소리를 뒤로하며 호암관을 빠져나왔다. 오전 다섯 시가 다 됐는데 동틀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정말로 가을이 됐는지, 쌀쌀한 공기에 섬찟했다. 웬일인지 퇴근길의 침묵과 어둠이 싫었다. 아침부터 떨치려 했던 우리 집 늙은 고양이 생각이 밀려왔다. 잘 울지 않는 고양이는 침묵과 닮았다. 밤이면 더욱 소리 없이 침대 한켠에 누워 잠자는 고양이는 밤을 닮았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이 조용한 밤이 조금 더 슬퍼지겠지. 퇴근길이 낯설었다. 귀뚜라미 울음에 의지해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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