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인터넷을 찾아보면 한국인의 ‘냄비 근성’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냄비 근성이라는 것은 사람들이 어떠한 주제에 대해서 빨리 끓어오르고 금방 식어버리는 모습을 냄비에 빗대서 표현한 것이다. 우리나라 군중들의 모습은 정말 냄비처럼 엄청 뜨거워졌다가도 어느새 언제 그랬냐는 듯 금방 식어버린다.

올해 여름 러시아에서 열린 월드컵에 사람들은 많은 관심을 가졌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훌륭한 모습을 보여준 조현우라는 선수에 열광했다. 축구를 좋아하는 몇몇 소수의 사람들만이 알고 있던 선수가 대국민적 스타가 되었다. 사람들은 그의 소속팀, 그가 속한 리그에 관심을 가졌고 심지어 그의 아내, 사용하던 헤어 왁스에까지 주목했다. 지상파 예능에 출연하여 입담을 뽐내기도 했다. 그야말로 ‘조현우 붐’이었다. 하지만 조현우 선수에 대한 사람들의 이러한 열광적인 관심도 분명 언젠가는 식어버릴 것이다. 이러한 수많은 ‘붐’들이 군중들 속에서 나타났다 사라졌다.

연예계는 이러한 냄비 근성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곳 중 하나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크레용팝’이라는 걸그룹을 기억할지 모르겠다. 크레용팝의 특이하고 중독성 있는 콘셉트와 노래에 대한민국 국민들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차트에서 가장 높은 곳에 그들의 노래가 위치하기도 했다. 하지만 몇 달 후 언제 그랬냐는 듯 사람들은 무관심해졌고 또 다른 것에 열광했다. 무한도전에 출연해 사람들에게 알려진 혁오 밴드나 사람들이 범죄와의 전쟁이라는 영화를 보고 ‘살아있네’라는 유행어를 사용했던 것들도 이러한 냄비 근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내가 나이가 어린 탓일까 상대적으로 가벼운 주제들만 이야기한 것 같다. 하지만 독도 문제나 남북한 관계 등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금방 달아올랐다가 무관심해진다. 

이제는 실생활에서 빠뜨릴 수 없는 존재인 SNS를 통해서 한국인의 냄비 근성이 강화된다. 당장 페이스북을 열기만 해도 접할 수 있는 수많은 정보들과 유행하는 것들을 함께 공유하며 사람들은 금방 확 달아오르고 또 무관심해진다. 빠른 인터넷과 빠른 통신망이 많은 군중들에게 정보를 빠른 속도로 퍼뜨린다. 뭐든 빨리빨리 해야만 하는 한국인의 특성이 빨리 달아오르고 빨리 식어버리는 냄비 근성까지 만들어 낸 것은 아닐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냄비 근성은 이제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의 문제는 아니다. 마냥 군중들에게 냄비가 아닌 뚝배기처럼 지속적이어야 한다는 지적만을 할 수는 없다. 한국인의 냄비 근성은 변화가 빠르고 유동적인 이 시대에서 어떻게 보면 가장 바람직한 특성은 아닐까? 빠르게 달궈져 집중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장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금방 달아오르는 냄비 같은 신속성을 우리는 가지고 있는 것이다.

​황석현(정외17)
​황석현(정외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