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상환 기자 (lsang602@skkuw.com)
사진 l 김한샘 기자 hansem@
사진 l 김한샘 기자 hansem@

과거 한국도 난민 발생국 ··· 난민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아
윤 교수, “찬성 반대로 나뉘는 것은 비합리적인 일”

세계의 고민, 난민 문제가 한국에 찾아왔다. 지난 6월 2일 예멘 남성 400여 명이 제주도로 입국했다. 그리고 지난 6월 20일, 난민 반대 집회가 열렸다. 불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그 앞에선 난민 반대를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여론은 찬반으로 갈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7월 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반대 여론은 53.4%, 찬성 여론 37.4%로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9.2%였다. 20대와 여성층의 반대 여론은 각각 66.0% 60.1%로 다른 계층보다 높았다. 신민석(글경제 15) 학우는 “주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취업을 위해 왔다는 이야기가 많아 거부감을 가지는 청년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도에서 살았던 전혜원 씨는 “안전이나 성희롱 등으로 걱정하는 여성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대립의 속 찬성이냐 반대냐. 예멘 난민은 한국 사회가 받아본 적 없던 질문을 던졌다.

난민 그들은 누구이며 왜 한국으로 왔나
난민인권센터 활동가 김연주 변호사는 “UN난민협약에 따르면 난민은 국가의 박해를 받을 우려로 자국을 떠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한국도 난민이 많이 발생했던 국가였다. 김 변호사는 “우리도 한국전쟁, 일제 강점기 때 많은 난민을 만들어냈다”며 “한국도 난민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했다.

1992년 12월 한국은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에 가입하며 ‘출입국관리법으로 난민의 지위를 인정하기 위한 법적 절차를 명시했다. 이후 2009년 국회에서 ‘난민 등의 지위 및 처우에 관한 법률안’이 가결됐고,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김 변호사는 “국가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탈북자 역시 난민”이라며 “중국, 동남아 국가 등에서 탈북자를 강제 송환 하는 경우가 잦았다. 우리가 앞장서서 난민법을 개정해 인식을 바꾸자는 취지도 있었다”고 말했다.

아시아에서 독자적으로 난민법이 시행된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이로 인해 한국에 호의적인 난민들이 많았다. 김종철 난민 인권변호사는 “인권을 중시한다는 현 정부의 기조도 난민의 한국행 선택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비자 없이 한국에 30일간 체류할 수 있는 제주도의 무사증 제도도 난민이 한국으로 모이는 이유였다. 예멘 난민 입국 이후 논란이 일자 법무부는 예멘을 무사증 제도 국가에서 제외했다.

한국은 난민을 어떻게 받고 있나
한국은 난민 심사 절차가 길고 복잡한 국가다. 난민 인정률도 타국에 비해 낮았다. 2017년 기준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2.0%였다. 이는 같은 기간 조사된 전 세계 평균 난민 인정률인 24.1%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난민 1차 심사는 △법무부 인정심사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법무부 난민위원회 재심사 △행정심판의 절차순서로 진행된다. 난민이 재심사를 요청하면 같은 과정이 3차까지 이어진다. 난민 인정 기간은 3년~5년이 걸린다. 김 변호사는 “자신이 난민임을 증명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서 그렇다”고 말했다. 대부분 자국에서 도망쳐 오기 때문에 자신이 난민임을 증명할 만한 서류 등을 가져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담당하는 공무원의 수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멘 난민이 한국에 들어왔을 때 제주도에서 난민 담당 공무원은 1명밖에 없었다. 김대권 난민 활동가는 “담당하는 공무원 수가 적어 시간도 오래 걸릴 뿐더러 소통도 원활하지 않다. 난민들이 힘든 점이 있어도 잘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난민 인정 심사가 길어져 난민들은 국내에 체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18년 현재 우리나라에서 인정된 난민 수는 5000 명, 체류 중인 난민은 3만 명이 넘는 상황이다. 이집트 난민인 자아드는 “11개월이 넘도록 1차 심사조차 받지 못했다. 비자도 한계가 있다”고 했다. 난민 반대 집회에 참여한 정 모 씨는 “난민 심사 기간을 줄여 단순히 경제적 이유로 이주하려는 이들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슬람 포비아···소문과 진실은
이슬람계 난민에 대한 많은 이야기는 낭설에 기인한다. 중앙일보가 지난달 1일~2일 일반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시행했다. 2018년 8월 5일 자 중앙일보 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1%는 난민에 ‘우호적’이라고 응답했고, 45%가 ‘적대적’이라고 답했다. 이슬람계 난민의 경우 ‘우호적’이라는 응답은 29%로 감소했고 ‘적대적’이라는 응답은 67%로 증가했다. 우리 학교 윤비(정외) 교수는 “외국에서 떠돌던 낭설들이 한국으로 건너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 역시 “급진적인 이슬람계의 이미지 때문에 다른 난민들의 이미지까지 타격을 입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슬람계 난민에게 ‘적대적’이라고 응답한 응답자 중 55%가 ‘테러·범죄 등 치안·안전 때문에’를 원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영국 BBC에 따르면 난민 유입이 활발히 이뤄지는 스웨덴 말뫼의 경우 난민이 유입되기 전보다 범죄율이 낮아지기도 했다. 난민 문제로 머리가 아프다는 독일의 경우 정부가 발표한 범죄 건수는 5760만 건으로 1992년 이후 가장 적은 건수를 기록했다.

사실과 다른 정보들이 퍼지기도 했다. 인터넷상에서 난민에게 월 138만 원의 지원금이 나간다는 낭설이 퍼졌었다. 실제로는 1인당 43만 원 정도의 지원금이 지급됐다. 가구원이 5명인 경우에만 138만 원이 지원됐다. 이 역시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난민들의 생계비 지원이 논란이 되자 정부는 예멘 난민에게 당장 취업할 수 있도록 임시 비자를 내주었다.

유럽사태에 대한 우려 속 반대 여론은
난민에 대한 반응의 양상은 극과 극이었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2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질문을 보류하거나, 잘 모르겠다는 입장은 10명 중 1명에 불과했다.
지난 1일 광화문에서 5차 난민 반대 집회가 열렸다. 집회에 참석한 대학생 이 모 씨는 “난민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서유럽 사태를 보면 난민을 받아들이면 안 되는 이유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일 광화문에서 난민 인권 향상을 위한 집회가 열렸다. 집회에 참석한 난민 자아드 씨는 “우리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다. 우리도 사람이다”라고 했다. 집회에 참석한 이 모 씨도 “인도주의적, 국제법적인 이유로 난민을 수용해야 한다”라고 했다.

지난 7일 난민 인권을 위한 행진을 진행한 장면
지난 1일 열린 반대집회 현장

난민을 반대하는 이들은 유럽 사태를 이야기한다. 그동안 유럽 국가들은 ‘온정적 난민 정책’을 펼쳤다. 건설, 공장 노동자와 같이 유럽인들이 피하는 업종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독일, 이탈리아 등 난민에게 우호적이던 국가들은 난관에 봉착했다. 난민이 너무 많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난민을 분산해서 수용하자는 ‘유럽 난민 분산 수용안’을 제안했다. 난민 유입을 걱정한 동유럽과 잉글랜드는 강력하게 반대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어난 이슬람계 난민들의 테러와 성폭력 사건들은 반난민 정서를 자극했다. 게다가 일부 극단적 세력들은 유럽의 치안 및 사회문제를 난민의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유럽 난민사태를 바라보는 데 있어 주의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이에 대해 윤 교수는 “유럽의 사례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단편적으로 인용하여 난민을 받아들이자 혹은 받아들이지 말자고 주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난민과 관련한 유럽 내부의 논란은 한 가지 요인으로 돌릴 수 없는 복합적인 문제다. 여기에는 이민자를 비롯한 소수집단의 사회 통합부터 유럽통합의 문제까지 다양한 주제와 이해문제가 얽혀있다”고 했다. 이어서 “단편적인 자료나 난민에 대한 인상으로 근거 없는 공포감을 조성하거나 지극히 감상적 차원에서 문제를 바라봐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난민 문제 어떻게 봐야 하나
양극단의 반응에 대해 윤 교수는 “감성적으로 무조건 난민을 수용해서도, 무조건 거부해서도 안 된다”며 “난민과 이민 문제, 경제적 문제 등을 세분화하고 분석하며 따져봐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기존에 한국 사회에 없던 새로운 문제에 봉착했다. 시작점인 지금 왜 문제가 발생하고 어떻게 합리적으로 해결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도 했다. 마지막으로 “국제법상 난민을 받을 수밖에 없다. 찬성 반대로 나뉘어 싸우는 것은 비합리적이고 소모적”이라며 양극으로 가는 논의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