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홍정균 (jeonggyun@skkuw.com)
​한국애견행동심리센터 정광일 소장
​한국애견행동심리센터 정광일 소장

문제행동에 대한 이해 부족은 유기로 이어질 수 있어
반려인과 반려견이 서로 애착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게 해야

한국애견행동심리센터 정광일 소장은 문제가 있는 반려견의 행동심리를 연구하는 반려견 전문가다. 군견병 시절부터 개와 함께한 16년, 그동안 정 소장이 경험한 반려동물 이야기를 들어봤다.

반려라는 말의 무거움
“*브리더에게 닥스훈트를 추천받아 분양받은 고객이 있었다. 좋은 개라고 소개받았으나 그 닥스훈트가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자꾸 깨물어 문제가 됐다.” 반려견 전문가 정광일 소장은 “브리더에게 좋은 개란 닥스훈트 같이 수렵에 대한 본능이 남아있고 야생성이 살아있는 개였다. 반면 고객에게 좋은 개란 아이들과 함께 뛰놀 수 있는 개였다”고 이어 말했다. 같은 행동을 브리더는 이상적으로, 고객은 문제적으로 바라봤다. 이처럼 개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면 개에 대한 판단도 달라진다.

반려견으로 적합한 개를 알기 위해서는 반려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애완동물(愛玩動物)은 인간이 즐거움을 얻기 위해 동물을 사육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에 동물이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고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는 동반자임을 강조하기 위해 반려동물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반려화’는 견주는 반려인이 되고 개는 반려견이 된다는 말이다. 정 소장은 반려화를 가족화로 비유하며 “반려화라는 말은 사실 무거운 단어”라고 강조했다. 동물인 개를 반려화하기 위해서는 야생성을 제거하고 사람에게 맞는 기질로 바꿔야 한다. 또한 “사람도 개를 경계용이나 애완 등의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가족의 구성원으로 대하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려동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경우 분리불안을 일으킬 수 있고 이는 문제행동의 원인이 된다. 정 소장은 유기견이 발생하는 원인의 70%가 문제행동이라 본다.

“분리불안은 반려인도 노력이 필요해요”
정 소장은 분리불안으로 인해 문제행동을 교정하지 못한 여러 사례를 떠올렸다. 그는 계속해서 “분리불안은 애착 대상과 떨어지거나 떨어질 것이 암시될 때 생긴다”고 말했다. 이는 반려견만이 아니라 반려인도 반려견을 애착 대상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그는 “반려인이 개를 허전함과 우울함을 채워줄 ‘목적견’으로 대할 때 주인과 개는 서로를 애착 대상으로 인식하고 분리불안이 나타나게 된다”고 강조했다. 분리불안의 경우 반려인의 인식이 개선되지 않으면 해결방법이 요원하다. 분리불안에 대한 이해 없이 반려견 행동의 의미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 소장은 사회적으로 분리불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함을 나타내는 예시를 들었다. 주인 할머니가 죽어 그 자리에서 식음을 전폐한 채 며칠이고 짖는 진돗개는 사람들에게 충견으로 미화된다. 하지만 주인이 부재한 아파트에서 주인을 기다리며 짖어대고 아무 곳에서 배변활동을 하는 개는 문제견으로 낙인찍힌다. 정 소장은 두 사례 모두 주인을 애착 대상으로 여기는 분리불안 증상이지만 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사회는 충견과 문제견으로 차별한다고 전했다.

그는 분리불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려인이 개를 대할 때 흔히 갖는 동심을 버려야 한다”고 전한다. 주인은 막연한 동심으로 개를 항상 자신의 주변에 두고 자기 앞에서 밥을 먹게 하며 아무 때나 엎드리게 하는 등의 행동을 요구한다. 이는 개가 개집이 아닌 주인에게서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다. 이럴 경우 개는 주인을 반려인이 아닌 애착 대상으로 생각하게 된다. 정 소장은 반려인이 없어도 반려견이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소한 부분부터 인식을 바꿔요”
개는 편안함과 안전함을 느끼는 곳에서 안정감을 갖게 된다. 정 소장은 “개집은 열이면 열 정육면체에 가까운 상자의 정면에 입구를 뚫어놓은 형태다. 이때 개는 집에서 쉬면서도 항상 밖을 경계해 반려화가 어려워진다. 반려견을 위한 집은 정육면체보다 앞뒤로 길쭉하고 입구 또한 정면이 아닌 측면에 있어야한다”며 “아직 이런 섬세한 부분에 있어 반려견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려견은 산책 방법 또한 시기에 따라 구별돼야 한다. 정 소장은 “어린이는 어린이집에서 어른에게 배꼽 인사를 하도록 사회성을 배우고, 유치원에서는 낯선 어른을 따라가는 등 해서는 안 되는 행동에 대해 교육받는다. 이처럼 강아지 또한 3개월~7개월까지는 가슴줄을 매서 보다 자율적으로 사회성을 배우고, 성장한 뒤에는 목줄을 매 행동에 대한 제한을 주며 사회화를 시킨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것을 무시하고 입마개와 목줄을 강제하는 반려동물안전관리대책은 옳지 않다. 아직 사회 전반적으로 동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도 했다.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현시점에 정 소장은 사람과 반려동물이 같이 살아가기 위한 조건으로 다음을 당부했다. “동물 행동에 대한 교육이 사회적으로 반려인과 비반려인 모두에게 어릴 적부터 이뤄져야 한다.”

*브리더=개나 고양이의 혈통 관리와 분양을 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