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아래 피어난 양산
폭염 아래 피어난 양산
  • 홍정균
  • 승인 2018.09.11 02:07
  • 호수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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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l 유은진 기자 qwertys@

체온 유지· 탈모에 좋은 양산
차차 변하는 남성 양산에 대한 인식

“지드래곤이 양산을 쓰고 나왔으면 좋겠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던 문장이다. 양산은 남성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남성들이 양산을 쉽게 사용하지 못하는 현실을 재치 있게 표현한 문장이다. 지난여름, 111년만의 기록적인 폭염 아래 양산과 남성의 만남이 이뤄지려 하고 있다.

양산과 남성의 만남
한 온라인 마켓에서 양산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83%가 늘었고 남성의 양산 구매도 5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온라인 마켓의 경우 지난달 1일 양산 판매액이 평소보다 9배가 넘는 최고 거래액을 기록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의 경우도 신주쿠에 위치한 백화점 남성 코너에서 지난 6월~7월 사이 양산 판매량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일본의 사이타마현에서는 환경부 남성 공무원 20명이 ‘양산 쓴 남자 확대 운동대’를 발족했고 이 모임은 올해 100명 규모로 늘어났다. 이처럼 양산을 쓰는 남성이 증가함에 따라 ‘양산남자’를 뜻하는 ‘히가사단시(日傘男子)’라는 유행어까지 등장했다. 사이타마현은 현 내의 열사병 환자의 70%가 남성인 것을 보고 양산이나 모자를 쓰는 여성에 비해 남성이 더위 대비를 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이와 같은 운동을 장려하기 시작했다. 전북도청에서도 지난달 3일부터 양산 쓰기 운동을 전개했다. 올해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지난달 2일 도내 온열질환자가 126명에 이르렀고 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더위에 대한 경각심을 가진 전북도청은 양산 쓰기와 같이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왜 양산을 써야하는가
뙤약볕에 10분 이상 노출되는 경우 머리 표면 온도가 50℃ 가까이 오른다. 이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뿐만 아니라 온열질환의 원인이 된다. 일본 환경성에 의하면 양산을 써서 햇볕을 차단할 때 체온이 7℃ 가량 내려가고 더위로 인한 스트레스도 20% 감소한다고 한다. 두피가 자외선에 지속해서 노출되는 경우 모근이 약해지고 이는 탈모의 원인이 된다. 그러나 자외선 지수가 나쁜 경우에도 보통 두피에는 자외선차단제를 바르지 않는다. 바르는 과정이 번거로우며 미관상 좋지 않고 모낭에 염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양산은 이러한 문제를 유발하는 자외선으로부터 두피를 확실히 보호할 수 있다.

남성+양산=?
표준국어대사전은 양산을 ‘주로 여자들이 볕을 가리기 위하여 쓰는 우산 모양의 큰 물건’으로 정의한다. 이어지는 예문은 여자들의 풍만한 한복의 고운 빛깔과 양산의 요란한 무늬들이 빗줄기 속에 아른거렸다로 황석영의 객지를 인용한다. 이와 같이 양산은 우리 언어 안에서 여성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의하면 양산은 개화기 때 서양에서 양장과 함께 들어왔다. 19세기 초 서양 여성의복을 입을 때 장식품으로 반드시 양산을 들었다. 우리나라에서 양산을 처음 사용한 계층은 외국에 주재한 외교관 부인이었다. 이 당시의 양산은 현재까지 전해지지 않지만 영친왕의 모후인 엄귀비가 양장을 입고 양산을 든 사진이 전해지고 있다. 1910년경에는 여학생들이 쓰개치마 대신 양산으로 얼굴을 가리고 다녔는데 볕을 가리기 위한 용도보다는 내외용의 가리개 기능이 더 컸다. 쓰개치마를 부녀자가 사용한 것과 같이 양산을 여성의 전유물로 여겼기에 남성과 양산의 조합은 어색했고 찾아보기 힘들었다.

친해지길 바라
남성과 양산의 불화에는 양산의 올드한 디자인도 문제가 된다. 90년대부터 20년간 양산지 디자인의 95%가 꽃무늬라는 연구도 있다. 우리나라의 양산 업계는 인력 부족으로 시장 점유율이 저조하고 이는 세련된 양산의 디자인 생산을 힘들게 한다. 우리 학교 서승희(의상) 교수는 “양산이 중년층 이상에서 사용하는 용품이라는 의식이 있다고 보지만 이는 패션 트렌드로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어느 날 지드래곤이 양산을 쓰고 나타난다면 새로운 패션 트렌드의 남성용품으로 인식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덧붙여 “변화를 위해서는 트렌드화 될 수 있는 양산의 디자인이 선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북도청 이순택 자연재난예방팀장은 “지난 한 달간 양산을 썼을 때 양산과 머리 사이에 손을 넣어보니 그늘과 같이 시원했다”고 전했다. 또한 “주변인이 모두 양산을 쓰다 보니 양산을 쓰기 힘들다는 선입견을 지울 수 있었다”며 양산쓰기 캠페인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처럼 양산에 대한 인식은 차차 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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