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취업자의 21%에 해당하는 570만명이 자영업자이다. 이들의 상황은 한국 경제와 사회의 핵심 변수(factor)이다. 최근 ‘자영업 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종업원에게 지급해야 하는 최저임금은 내년이면 2년 만에 29%가 오르게 된다. 근로시간이 줄어들면서 시작될 저녁이 있는 삶으로 인해 직장 회식이 점차 사라질 거라고 한다. 좀 더 많은 시간적 여유가 주어졌을 때, 직장인들은 가족과 함께 하는 가치 있는 경험을 찾는다. 온갖 즐길거리, 먹거리를 갖춘 교외의 아울렛과 도심의 복합 쇼핑몰에게는 새로운 기회일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물건은 온라인 쇼핑을 통해 구매할 거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인구 절벽에 직면하면서 많은 지역 도시에서 주민 수가 줄어들기 시작하는 시점이 다가오면서, 이들 도시의 상권은 통째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궁중족발’ 사건은 자영업자들이 처한 구조적 모순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자영업자들의 생업터전인 골목상권, 도심상권의 환경은 나아질 듯 하지 않다. 상권에 어떤 가게가 있고, 주차는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려면 직접 찾아가 보는 수 밖에 없다. 지난번 찾았던 가게를 다시 찾아보면 그 자리에 새로운 점포로 바뀌었거나, 점포가 비어 있는 경우도 흔한 일이다. 다행히 그때 사장님이 그대로 있을지언정 더 바쁘고 불안해 보인다. 보행길은 좁고 지저분하다. 앉아 쉴 벤치나 햇살을 피할 그늘도 마땅치가 않다.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보행길 여기 저기 음식물 쓰레기가 눈에 띈다. 기억에 남아 다시 찾고 싶은 특성화된 골목상권이나 도심상권은 몇 개나 있을까? 

상황은 악화되고 있는데, 내부의 여건은 더욱 암울하다. 대다수 소상인은 점포와 상권의 주인 아니기 때문에 생기는 딜레마 때문이다. 첫번째 딜레마는 소상인인 임차인과 건물주인 임대인의 관계에 기인한다. 실제 영업을 통해 점포와 상권의 가치를 높이는 주체는 소상인인 임차인이다. 그런데 이들의 창조성과 노력의 대가는 점포와 상권의 가치를 높이고 그 수익의 대부분은 임대인에게 돌아간다. 남들보다 더 창조적이고 열심히 노력한 보상은 더 높은 임대료와 결국 둥지내몰림(젠트리피케이션)이 될 수도 있다. 임차인의 입장에서 최소한의 영업의 지속성도 보장받지 못하는 현재의 임대차 제도와 신뢰 없는 상호관계 하에서 자영업은 늘 불안한 업(業)일 수 밖에 없다. ‘죄수의 딜레마’ 상황 또는 낮은 사회적 신뢰 하에서 적절한 정부의 개입도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나타나는 ‘낮은 신뢰의 덫’, ‘사회적 딜레마’ 상황이다.   

개별 점포가 아닌 상권이 방문객의 규모를 결정한다. 앞으로는 경험이 중요해지면서 소비자가 특정 점포가 아닌 점포가 위치한 상권을 찾게 되면서 상권이 가지는 영향력은 더욱 커져갈 것이다. 쾌적하고 안전하며, 접근도 쉽고 다양하고 매력적인 점포가 입점해 있는 좋은 상권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그런데 상권은 누구의 소유도 아니다. ‘공유지’인 것이다. 지자체가 ‘음식특화거리’와 같은 조형물을 설치하거나 1년에 한번 보도블럭을 갈아주기도 하지만 쇼핑을 즐기기에는 불쾌하거나 불편한 경우가 많다. 내 점포는 갈고 닦지만, 점포 앞 보도는 내 알 바 아니다. 두번째 딜레마인 ‘공유지의 비극’의 전형적인 예이다.

이러한 상권의 딜레마로 인해 정부가 도울 수 있는 여지도 제한되어 있다. 소상인을 지원하기 위해 상권의 환경을 개선하여 고객이 늘어나면, 결국 임대료가 올라가게 되어 소상인은 더욱 어려워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심한 경우, 둥지내몰림 현상으로 임차인의 생계 터전마저 잃어 버리게 된다. 이렇다 보니, 지원을 받게 되는 소상인들의 참여도는 떨어지고, 자기 부담금이나 자율적인 노력 등 책임성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나무가 아니라 숲, 더 나아가 생태계를 봐야 한다. 이외에도 가맹점과 가맹점주의 관계, 도시 개발 등 구조적 문제는 더 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한방’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다. 상가 임대차 제도를 개선하고 상생의 관행도 확산되어야 한다. 사법부는 임대차 분쟁에 있어, 임대인의 건물 소유에 따른 재산권 뿐만 아니라 임차인의 생존권과 노력으로 형성한 또 다른 재산권도 고려해야 한다. 개별 사례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왜 노력하고 고생해서 좋은 가게와 상권으로 만들어 놓으면 건물주들에게 빼앗기고 쫓겨나야 합니까?” 라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공유지의 비극’을 해소하기 위해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자율상권구역’(Business Improvement Districts)과 같은 자치제도(self-governance)를 도입할 필요도 있다.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맥락과 조건, 원인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시민과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선진국의 경험을 공유하고 우리 실정에 맞는 제도를 만드는 심의과정이 필수적이다. 상생할 수 있는 ‘게임의 룰’을 만들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