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일러스트 ㅣ 유은진 기자 qwertys@
일러스트 ㅣ 유은진 기자 qwertys@

1976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앨터스 시 주택가의 차고. 대학을 중퇴한 스물한 살의 청년이 회사를 창업했다. 회사라고 해야 고작 개인용 컴퓨터 2대를 조립 생산하는 가내수공업 수준이었다. 곧이어 청년은 회로 기판 50개를 만들어 개당 500 달러씩 컴퓨터 상점에 납품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이 회사는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회사는 날로 성장했다.

1984년 1월엔 타사 제품과는 전혀 다른 컴퓨터를 세상에 내놓았다. 칙칙하고 검은 화면에 흔들리는 녹색 글자를 일일이 키보드로 쳐야만 작동하는 IBM 제품과는 달리 화면에 표시된 아이콘을 콕콕 누르기만 하면 작동하는 매킨토시 컴퓨터였다.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고 순식간에 200만 대가 팔려나갔다. 그러나 1년도 되지 않아 판매량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회사가 위기에 몰리자 그는 새로운 인물을 경영자로 영입했다. 새 경영자는 이사회를 거쳐 그를 해임했다. 창업자가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난 것이다. 그가 바로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다.

애플에서 쫓겨난 잡스는 넥스트라는 회사를 세워 정육면체 형태의 고가 컴퓨터를 만들었다가 실패했다. 다시 픽사를 인수해 고가의 그래픽 전용 컴퓨터를 만들어 팔려 했지만 고전을 면치 못하다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가 대박 나면서 그는 기업을 공개했고 12억 달러 가치의 주식을 손에 쥐었다. 1997년 마침내 애플의 CEO로 귀환했다. 하지만 회사는 이미 망가진 상태였다. 애플 재건에 나선 그는 아이팟(2001년), 아이폰(2007년), 아이패드(2010년)를 잇따라 성공시키며 세상을 바꾼 혁신과 변혁의 아이콘이 되었다. 

요즘 한국의 대학생들은 높은 취업 절벽 앞에 서있다. 취업 시즌이 되면 학생들은 적게는 서너 곳, 많게는 수십 곳에 입사 지원서를 낸다. 하지만 이들이 마음에 쏙 드는 곳에 취업하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그러다 보니 많은 학생들은 상급 학년으로 올라가면서 대학 입학 당시 품었던 꿈과 도전정신, 패기를 잃어버리기 일쑤다.  

나는 대학 4학년이던 1980년 10월 국내 유력 언론사 기자 공채시험에 합격했다. 그러나 군사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당시 신군부 세력이 같은 해 11월 언론통폐합 조치를 단행하는 바람에 합격이 취소되는 아픔을 겪었다. 부득이 학과 교수 추천으로 대기업에 취업했다. 이는 내가 꿈꾸던 언론인의 길과는 거리가 멀었다. 1981년 2월 한 경제지가 기자를 공채한다는 공고를 냈다. 이는 언론통폐합 조치 이후 첫 기자 공채시험이었다. 당연히 응시했고, 다행히 합격했다. 3개월간의 짧은 대기업 회사원 생활을 끝내고 신문기자가 되었다. 그해 가을 1년 전 합격 취소를 통보했던 언론사 기자 공채 시험에 다시 응시해 마침내 내가 희망하던 언론인의 길을 걷게 됐다. 

앞에서 잡스와 나의 도전 사례를 소개한 것은 우리 학생들이 실패를 두려워 말고 자신의 꿈을 키워가길 바라고 있어서다. 누구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야 보람도 있고 발전도 있다. 청년이라면 자신감과 도전정신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 취업난 속에서 몇 차례 입사 지원서를 냈다가 합격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시 일어서 도전한다면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 하나의 경험일 뿐이다. 넘어졌을 때 그 자리에 주저앉아 꿈과 도전을 포기하는 게 실패다.

나는 미디어 분야 진출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갖게 할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지난해부터 언론사와 손잡고 일부 과목에서 ‘현장 연계’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 학기 동안 학생 각자가 기사 기획안을 짜고 직접 취재해 기사를 작성한 뒤 이를 언론 매체에 실리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에 이어 올 1학기에 학생들이 취재해 작성한 기사가 유력 언론사의 시사 월간지에 연속해 실리고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미디어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그 분야 진출에 자신감을 갖기를 기대한다.

스티브 잡스는 2005년 스탠퍼드대 졸업식 축하 연설에서 “늘 갈망하고, 우직하게 나아가라(Stay hungry, Stay foolish)”고 말했다. 나도 우리 학생들에게 실패를 두려워 말고 자신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갈 것을 당부하고 싶다.

신성호 교수신문방송학과
신성호 교수
신문방송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