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오전 9시. 학교 근처 PC방에 도착했다. 수강신청까지 아직 한 시간이나 남았지만 거의 만석이다. 대부분 모니터에는 수강신청 사이트가 열려있다. 자리에 앉았다. 어제까지 치밀하게 고민한 나의 한 학기 시간표를 다시 바라본다. 뿌듯하다. 며칠간 동기, 선배에게 묻고, 커뮤니티 강의평가를 수도 없이 검색하며 완성한 나의 일주일. 완벽하다. 강의와 강의 사이 동선도 완벽하고 중간에 밥 먹는 시간까지 정확히 계산했다. 같이 온 친구와도 이번 학기에는 강의를 하나 같이 듣기로 했다. “이것만큼은 꼭 성공하자!” 친구와 다짐을 한다.

자신이 있었다. 모두 내 시간표에 넣을 자신. 서버시간을 켜고 시간을 확인한다. 아직 30분 정도 남았다. 남은 시간 평소 좋아하던 축구게임을 할까 고민했지만 하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정갈한 마음을 유지하고 컴퓨터를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수강신청 사이트 외에는 일절 열지 않았다.

남은 시간 15분. 주변은 온통 수강신청 이야기. 어느 교수가 쁠을 달아준다, 이 수업은 팀플이 없다, 모두 자신이 책가방에 넣어놓은 강의의 자랑을 늘어놓고 있다. 말만 들으면 이미 그 수업의 기말까지 다 봤다.

10시 5분 전. 서버시간 알림이 PC방을 가득 채운다. 다들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다. 시끄럽게 떠들던 주변도 점점 조용해진다. 다들 자신의 모니터에 집중한다. 혹시 시간대가 겹치는 수업을 책가방에 담았는지, 정렬 순서를 제대로 해놨는지 사소한 것 하나하나 다시 확인해본다.

9시 59분 56초, 57초, 58초, 59초. 사실 마우스 클릭 소리는 들리지도 않는다. 오로지 나의 손가락에만 집중할 뿐. 집중도 잠시 첫 클릭을 하는 순간 사이트는 정지된다. 그리고 몇 초 후, ‘수강인원이 초과되었습니다. 다른 교과목을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나는 현재 3학년 2학기다. 이번이 나의 6번째 수강신청이었다. 수강신청 하는 데 있어 대단한 실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노련함으로 적어도 두세 개는 성공할 줄 알았다. 지금까지는 그래왔으니까. 그런데 이번엔 단 한 개도 성공하지 못했다. ‘신청학점: 0학점, 신청과목수: 0과목’

처음 경험한 수강신청 실패는 종일 나를 수강신청 앱에 접속하도록 만들었다. 8월 14일은 3분에 한 번 꼴로 앱에 접속해 빈자리를 확인했던 것 같다. 다음날 광복절 휴일에도 내내 학기 걱정으로 골이 아팠다. 무엇보다 친구와 같이 듣기로 했던 수업을 나만 넣지 못해서 더 짜증났다.

개강 후 아직 기회는 남아있었다. 수강신청변경기간이 나와 같은 ‘강제휴학예정자’들을 위한 마지막 구원책이다. 수강신청은 핸드폰이 빠르다는 정보에 이번에는 집에서 앱으로 신청하기로 했다. 결과는 1과목 성공. 핸드폰 수강신청을 추천해준 친구와의 관계에 대해서 재고해볼 필요성을 느꼈다.

다행히 지금은 15학점을 채웠다.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은 되는 것 같다. 개강 첫 주 내내 수시로 빈자리를 확인한 덕이다. 수강신청 관련된 불만은 매 학기 등장하는 단골손님이다. 요즘 청년 일자리 부족이니 최저임금이니 대학생들이 체감하는 사회 이슈가 뉴스를 달구고 있다. 생각해보니 참 고맙다. 잠시나마 취업 걱정, 돈 걱정에서 벗어낫던 것 같다.

한대호(정외 14)
한대호(정외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