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는 억압된 욕망의 분출구예요”
“공포는 억압된 욕망의 분출구예요”
  • 이채홍
  • 승인 2018.09.17 16:10
  • 호수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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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공포드라마' 저자 고려대학교 국제한국언어문화연구소 문선영 연구교수
'한국의 공포드라마' 저자 고려대학교 국제한국언어문화연구소 문선영 연구교수

 

우리나라는 원한 가진 여귀(女鬼)가 지배적
공포에서 얻을 수 있는 쾌감 존재해야


한국 공포 드라마의 특징은.

공포물에는 두려움을 일으키는 대상이 등장한다. 대부분의 한국 공포물에서 공포의 대상으로 등장하는 것이 여귀(女鬼)다. 여귀 중에서도 원한을 가지고 있는 존재가 가장 지배적이다. 이러한 것들은 ‘전설 따라 삼천리’나 ‘전설의 고향’과 같은 드라마를 통해 한국만의 공포로 각인됐다. ‘전설의 고향’에 나온 귀신 형상은 2000년대에 들어와서 변주되고 있지만, 여전히 원한을 가진 여자 귀신이 지배적이라는 게 한국적 공포의 가장 큰 특징이다.

매체별 한국 드라마에서 공포물의 발전 과정을 간단히 살펴본다면.
한국의 공포드라마는 청각으로 시작했다. ‘납량특집’이라는 말은 1930년대부터 사용했는데, 이 시기에는 기술이 발달하지 못해 여름에 더위를 식힐 만한 것이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무서운 괴담을 들려줌으로써 더위를 잊을 수 있도록 했다. 1960년대 ‘전설 따라 삼천리’라는 라디오 코너에서 괴담을 들려주는 식의 공포물이 시작됐다.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가 베갯머리에서 해주던 이야기가 라디오 드라마로 전달된다. 익숙한 이야기지만 라디오에서 나올 때는 새로운 구성과 연출이 되기 때문에 낯설게 느껴진다. 이후 1970년대에 TV의 보급과 함께 ‘전설의 고향’ 등과 같은 공포 드라마가 등장하며 라디오 소리를 듣고 상상만 하던 존재가 시각적으로 나타난다. 그 전에 이미 영화나 그림으로 소복 입은 귀신 형상은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1970년대 TV는 ‘안방극장’이라는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에 영화나 다른 매체로 보는 것보다 TV로 귀신을 볼 때  귀신을 일상적으로 더 가깝게 느끼고 두려워했다. ‘전설의 고향’에서는 그런 공포감과 함께 방송의 마지막에는 교훈적 해설을 통해 일상으로 환원하는 안정감을 줬다. 일상과 별개의 일로 여길 수 있게 함으로써 다시 안정감을 찾고 일상으로 귀환하게 하는 것이다. 이후 1990년대에 <여고괴담>이나 <조용한 가족>과 같은 공포영화가 등장하면서 한국 공포물이 성장한다. 1990년대는 일상에서의 공포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묻지마 범죄 등의 예상치 못한 사건이 일어나고 사회가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공포가 매우 가까운 곳에서 느껴지게 됐다. 그 때문에 일상 속 공포 소재를 사용한 영화가 발전했다. 그 당시 방송사는 KBS와 MBC가 가장 주동적이었는데 채널의 개수가 적고 많은 사람이 시청하는 만큼 실험적인 것을 시도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제한이 없는 영화에서는 실험적 시도가 가능했기에 이 시기에 공포영화가 발달했다고 생각한다. 이전에 교훈적 마무리를 통해 일상과 공포를 별개로 생각했다면 90년대 공포영화에서는 ‘일상 속 공포 소재’를 사용해 사람들의 일상에 혼란을 주는 식으로 공포가 발전했다.

공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공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도대체 왜 돈을 주고 가서 공포물을 보는가?’ 하는 의문을 갖곤 한다. 공포물을 좋아하는 이유는 쾌감과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공포물에 괴물이 등장하는 것 자체가 사회적으로 억압됐던 것들이 표출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1960년대에 여성이 가부장적 사회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였다고 한다면 그 시대에 매체에 등장한 귀신은 남성을 위협하고 복수한다. 이는 사회를 전복시키는 행위로 볼 수 있는데, 여기서 오는 귀신이라는 두려움은 우리가 이룰 수 없지만 이루고 싶은 소망을 암시한다. 그래서 공포물을 보면서 무의식적으로 억압된 욕망이 표출되는 쾌감을 느끼게 된다. 단순한 감각적 공포에서 오는 쾌감도 있을 수 있지만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억압되는 것이 다양해진다. 이를 발견하고 공포물로 표출해 사람들에게 사회를 전복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을 주는 것이 공포에서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한국 공포 드라마의 발전에 필요한 것은.
예전에는 공포가 쾌락과 쾌감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장르였다면 최근에는 굳이 공포가 아니더라도 억압된 현실을 표출할 수 있는 다른 것들이 많이 등장했다. 이것이 최근의 공포 장르를 주춤하게 한 원인이다. 그러나 공포 장르가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늘날 드라마에서는 공포가 스릴러나 추리 혹은 멜로와 결합해 내재된 형태로 이어져 오고 있다. 앞으로 공포 장르가 발전하려면 이런 다양성이 가장 중요하다. ‘구미호:여우누이뎐’이나 ‘아랑사또전’과 같이 옛이야기를 현대에 맞게 변주하는 것이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무의식에 내재한 한국적 공포의 이미지와 이를 변형한 드라마의 이야기가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서로 합쳐지고 후대에 이어지면서 변형돼야 한다. ‘마을 아치아라의 비밀’이라는 드라마도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는 내용인데 귀신이 등장한다. 드라마에서 억울하게 죽은 귀신이 산 사람에게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또한 우리나라 ‘한’의 정서와 관련된 것으로 여겨진다. 이렇게 옛것을 현대에 맞도록 구성해야 한다. 외국적인 공포물을 결합하는 시도도 필요하지만, 한국 특유의 이야기를 변용해서 사회의 흐름에 따라 새롭게 적용할 수 있어야 한국 공포물도 훨씬 안정적인 장르로 정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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