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연수 (daleksupreme@naver.com)


독서삼품과부터 대입시험까지 망라
직접 제작한 전시물로 눈길 끌어


600주년기념관 지하 1층 기획전시실에 위치한 우리 학교 박물관(관장 조환)에서 ‘Homo Examicus - 시험형 인간’을 주제로 제37회 기획전을 진행한다. 지난 14일부터 오는 12월 28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대학 졸업생 절반이 공무원 시험을 치르는 오늘날, ‘시험’이 우리나라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돌아보고자 기획됐다. 지난 14일에는 개막식이 열려 우리 학교 정규상 총장, 조환 박물관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자리했다. 이날 전시 설명을 맡은 우리 학교 박물관 김대식 학예실장은 “시험은 희망이지만 동시에 고통”이라며 “시험에서 낙방하거나 꼴등을 하기도 하지만 이규보 선생과 퇴계 선생이 이러한 고통을 극복했듯 우리도 극복 방법을 모색해나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조환 박물관장이 개막식 참석자 앞에서 조환作 '一筆'을 설명하고 있다.
           조환 박물관장이 개막식 참석자 앞에서 조환作 '一筆'을 설명하고 있다.

기획 의도에 따라 전시는 △시험의 기원 △과거의 시작 △그들의 시험 △모두의 시험 총 4개 소주제로 구성돼 과거부터 현재까지 시험의 변천사를 아울렀다. 먼저 ‘시험의 기원’에서는 최초의 시험 격인 신라의 독서삼품과로 거슬러 올라가 최치원이 썼다는 ‘자필암’ 글씨로 전시의 초입을 장식했다. 두 번째 주제 ‘과거의 시작’에서는 고려 초기부터 시행된 과거시험과 관련해 여러 차례 낙방한 끝에 이름을 바꾸고서 합격한 이규보의 일화를 소개했다. 세 번째 ‘그들의 시험’에서는 조선 시대의 암기용 노트, 수험표, 합격증 등을 전시해 고려 시대 이후 체계를 정비한 조선의 과거 제도를 엿볼 수 있게 했다. 이곳 전시물 ‘중용에 적힌 합격을 희망하는 낙서’는 공부할 때 쓰는 중용에 “내년 가장 큰 소원이 성균관 입학[新年登科之大願]”이라 썼다가 “올해[今年]”로 고쳐 쓴 일화가 얽혀있다. 이와 관련해 김 실장은 “이번 전시를 기획하게 된 동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중용에 적힌 합격을 희망하는 낙서'가 전시돼 있다.
                   '중용에 적힌 합격을 희망하는 낙서'가 전시돼 있다.

네 번째 주제 ‘모두의 시험’에서는 과거제도가 폐지되면서 응시 자격 제한이 사라지고 그들만의 시험이 아닌 누구나 시험을 치를 수 있는 모두의 시험으로 변화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과거제도의 마지막 세대부터 현대의 공무원 시험까지 교자재로 사용했던 교과서와 필기구를 시대별로 전시해 변천을 드러냈다. 박물관 운영위원으로 고증에 참여한 우리 학교 임경석(사학) 교수는 “과거제도가 근대 이후 폐지되면서 지금과 무관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하는데 이번 전시는 성균관이 가진 문화유산과 근현대의 시험 현실을 결합했다”고 전시의 의의를 밝혔다.

이번 기획전은 △합격자 복식 △‘공원춘효도’의 우산 △팔환은배 등을 직접 고증 제작해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한복문화사업단 박민재 대표는 박도윤(미술 14) 학우의 보조로 과거 합격자들이 차려입었던 앵삼, 복두, 어사화 등을 재현했다. 한편, 김홍도의 ‘공원춘효도’에 나온 과거 시험장 속 우산은 예전 기법에 입각해 과학적으로 제작됐다. 이어 전시된 ‘팔환은배’는 정조가 합격자들을 불러 모아 독한 술을 내릴 때 사용했던 잔으로 정조실록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전시를 관람한 손규원(일반대학원 사학과 석사과정·1기) 원우는 “시험을 주제로 해 독특했고, 한국적인 특성을 잘 살려서 흥미로웠다”고 소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