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산에서 아이들이 고양이를 발견하고 같이 놀고 있었다. 가져온 음식도 먹고, 고양이랑도 놀며 시간이 지나고 내려갈 때 즈음이 되었다. 한 아이는 고양이를 데려가서 집에서 키우고 싶어서 데려가려 하였다. 그때 한 아이는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어미 호랑이를 발견한다. 고양이가 아니라 새끼 호랑이였던 것이다. 아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음식은 물론 신발까지 모두 두고 왔다. 집에 도착하여 문을 꼭 걸어 잠그고 두려움에 떨며 잠들었다. 하지만 정말 놀랍게도 다음 날 아침 문을 열어보니 신발이 있었다고 한다. 어쩌면 호랑이가 가져다준 것이 아닐까?

어릴 때 귀가 닳도록 들었던 할머니의 북한 이야기이다. 할머니가 북한에서 오시지 않았다면 듣지 못했을지도 모르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할머니는 북한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시고, 6.25 전쟁 때 남한으로 피난을 온 피난민이었다. 할아버지 역시 그렇다. 피난을 오실 때의 이야기는 정확히 듣지 못했지만, 분명히 힘든 과정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연고 없이 남한에서 살아가는 삶 역시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지 못한 사람들은 그저 상상할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런 상상은 한계가 있다. 그 상황을 겪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주민’이라고 했을 때 당신이 떠올리는 이미지는 어떤가? 혹시 동남아 계열의 결혼이주여성이나 ‘외노자’라 불리는 피부색이 다른 사람을 떠올리지는 않았는가. 비정상회담에 나오는 사람들, 알베르토, 기욤, 마크를 혹시 떠올린 사람은 있는가? 혹시 자신 주변 사람 중에 지방에서 공부하러 올라온 친구를 떠올린 사람은 있는가?

흔히 아는 이주민의 정의와는 조금 다른 정의가 있다. 바로 IOM(국제이주기구)의 이주민 정의, ‘누구든 체류자격과 상관없이, 자발성과 관계없이, 또 이주의 이유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그리고 체류 날짜와 관계없이 자기가 살았던 거주지를 떠나 국내외를 이주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다. 이 정의에 따르면 결혼이주여성, 외노자, 알베르토, 지방에서 공부하러 온 친구까지 모두 이주민이 된다. 요즘은 학업, 직장 등의 다양한 이유로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사람이 대다수이다. 혹시 당신도 이주민이지는 않은가.

언젠가 한 번쯤 탈조선을 꿈꿔본 적 있다. 꿈꾸며 떠올렸던 단어들은 꿈, 탈출, 자유, 학업, 취직… 이런 말들이었다. 하지만 과연 이주도 꿈꿨을까? 차별, 언어 장벽, 문화 차이 역시 꿈꿨을까?

전혀 아니다. 우리나라에 오는, 다른 나라로 가는 이주민들도 같지 않을까.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이주민은 너무나도 좁았다.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더더욱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필요하다. 특히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하는 곳의 사람들 이야기는 더욱 필요하다. 자신을 한국인으로,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이주민으로 나누며 지워버렸던 그들의 이야기를 이제는 들어야만 한다. ‘우리 모두 이주민이다’라고 말하는 제12회 이주민 영화제(10월 12~14일)가 필요한 것도 이런 이유이지 않을까. 한국에 온 이주민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어떤 차별을 겪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어떤 꿈을 꾸는지 들어보면 어떨까. 그렇다면 ‘우리 모두 이주민이다’라고 우리 역시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강한들(신방 14)
강한들(신방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