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인영 (puricure@skkuw.com)
일러스트 | 유은진 기자 qwert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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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선언보다 구체적인 합의···긍정적으로 평가해
청년들이 주도하는 교류와 더불어 많은 담론 오고갔으면

2018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지난달 18일~20일까지 북한 평양에서 개최됐다.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정상은 18일 정상회담을 거쳐 다음날 ‘9월 평양 공동선언’에 합의했다. 이번 선언에서 5가지 분야의 합의가 있었다. △비핵화 △군사 △경제 △이산가족 △문화 체육과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다. 세종연구소 이종석 박사는 “군사적 충돌을 없애자는 조항에 합의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라며 “종전이 가까워진 것이다”라고 했다. 방송 3사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의뢰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8명이 이번 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상회담을 위한 배경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지난해 6월 2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제안하며 7월 베를린 구상안을 발표했다. 베를린 평화구상이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독일 베를린에서 발표한 대북 정책 구상안이다. 여기에는 평창 단일팀에 관한 논의도 포함돼있었다. 하지만 △북한의 9월 6차 핵실험 △11월 장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5호 발사 △국가 핵 무력 완성이 발표되며 논의는 무산됐다.

지난 1월 1일 북한이 평창 올림픽 남북 단일팀에 동의했다. 남북은 예술단 교류 등 문화 교류를 추진했지만, 우리 사회의 여론은 부정적이었다. 한국리서치가 2월 9일~10일까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평창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에 대해 20~60대 모두 60% 이상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20대와 30대의 반대 의견은 80% 이상이었다. 동국대 북한학과 박순성 교수는 “단일팀은 비판을 받을 만한 사항이었다”며 “남북 관계가 가지고 있는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필요악”이라고 말했다. 또한, 박 교수는 “여론으로 단일팀을 추진하지 않았더라면 지금과 같은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남북의 지속적인 교류는 화해의 기류를 더욱 활발하게 만들었다. 이 기류가 이어져 2018 제1차 남북 정상회담이 4월 27일 판문점에서 개최됐다. 이후 북한과 미국의 핵 폐기에 대한 견해차 때문에 문제가 되는 듯했지만 이번 회담을 통해 평화의 불씨가 다시 살아났다.

청년이 바라보는 남북 관계
지난 4월 판문점 선언 이후로 청년들이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시선은 변했다. 남북 단일팀 이후의 부정적 여론이 반전된 것이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이 7월 12일부터 8월 3일까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북한을 협력대상으로 보는 인식은 20대가 45.2%에서 56.4%로, 30대는 42.4%에서 57.3%로 작년보다 모두 상승했다. 북한에 대한 신뢰도도 20대 26.2%에서 57.3%로, 30대 29%에서 52%로 상승했다. 서울연구원 문인철 연구원은 “이는 처음으로 북한 정권에 대한 신뢰가 불신을 넘어선 결과"라고 설명했다.

통일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2030세대의 통일의 필요성 인식이 전년도보다 12%p 이상 증가했다. 판문점의 봄이 인식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대북지원 NGO 겨레하나 김연희 집행위원장도 3차 정상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판문점 선언 이후 북미 관계 악화 등 남북 간에 매우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하지만 남북이 문제들을 잘 해결했다”고 말했다. “서문의 ‘정책적으로’라는 표현이 이전 선언과 다르게 약속을 지킨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문구”라고 덧붙였다.

부정적 의견도 있었다. 앞서 발표한 자료에서 20대 청년층은 북한 정권을 50% 이상 신뢰하지만, 북한의 약속 이행에 대한 신뢰도는 찬성이 50.2% 반대가 48.8%로 나타났다. 김 위원장은 “청년들에게 한민족이라는 인식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또한, “우리 단체의 회원들도 한민족 담론에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통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크지 않기 때문에 회의적인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통일을 강요하기 때문에 찬반 입장이 갈리는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가 바라보는 청년 세대와 정상회담
전문가들은 통일을 바라보는 청년 세대의 시각을 해석하는 데 차이를 보였다. 이 박사는 “청년세대가 경제적 입장에서 북한을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층이 남북 간의 협력이 경제적으로 이익이 된다면 북한과의 대화에 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렇다면 한민족임을 느낄 것이라며 경제적 만남이 민족적 만남으로 발전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청년층이 북한과 민족적으로 동질감을 느낀다면 그때가 바로 남북이 공동 번영의 길로 나갈 수 있는 때”라고 전했다.

박 교수는 “반드시 통일해야 할 필요는 없다”며 “청년들이 통일을 원하는 것인지, 이후의 평화를 원하는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무조건 통일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약해졌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또한 “우리 청년들이 평화를 추구한다면 통일도 평화를 위한 하나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며 “북한이 누구인지, 그들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숙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주대 통일 연구소 정대진 교수는 청년들의 통일 필요성에 대해 “통일 국가를 만드는 것이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고 판단되는 시점이 자연스럽게 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통일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기 어렵다. 상황이 닥쳐야 이뤄질 것이다”라며 정상회담 이후 다가올 통일을 전망했다.

평화를 위해 남은 과제는
박 교수는 청년들이 주도하는 교류도 좋지만, 내부적으로 더 많은 토론이 진행돼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단순히 남북 관계가 좋아졌으니 통일을 해야 한다는 의견만으로는, 남북 관계를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지 못할 것”이라며 “청년들이 남북 관계를 냉철히 분석하고 남북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주도적인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청년층이 북한에 대해 가진 거리감이 줄어들면 그들이 주도하는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다고도 했다. 또 “3.1 운동 100주년처럼 남북이 함께 공유하는 역사적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