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말하지 않기에 더 느낄 수 있습니다.』 유진규 지음, 중앙M&B / 8,500원

‘말로 넘쳐나는 세상에 유진규는 오히려 말없음의 세계 속으로 가고 싶어합니다. 그 하얀 침묵 공간에서 그는 혀의 말 대신 몸짓의 말로 토해 냅니다.’ 화가 김병종이 마임배우 유진규를 두고 한 말이다. 단 1분 1초라도 말없이 살아갈 수 없는 우리. 그래서 말이 아니면 뭐든지 안 될 것만 같아 한시라도 입을 가만히 두지 않은 우리다. 이런 우리들의 모습과는 달리 유진규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접한다. 이 책은 그런 남과는 다른 눈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한사람의 삶의 지혜를 담아내고 있다.

아무 말 없이 몸짓 하나로 관객에게 다가서야 하는 그의 직업은 마임배우다. 마임은 특성상 그 어떠한 말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몸짓 하나만을 가지고 모든 생각과 감정을 전달해야 한다. 그래서 마임을 처음 보러 오는 사람들에게는 답답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관객은 어느새 그의 몸동작에 점점 매료되어 가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의 움직임은 그만큼 자신이 말하고자 한 것을 충분히 밖으로 잘 소화해 냄을 말한다. 다른 사람과의 또 다른 의사소통을 위해 그는 철저히 자신을 홀로 둔 채 스스로의 몸에 대해 알지 않으면 안됐다. 그러기에 어떤 표정을 짓든, 어떤 몸짓을 하든, 몸 전체가 하나가 돼 움직여야 했다. 그러한 과정 속에 그는 누구보다도 자신에 대해 알 아 갈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

책 속의 그는 말한다. ‘나를 알면서 내 곁에 존재하고 있던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됐고, 그들과의 교감을 거치면서 한없이 부끄러워지는 나를 발견했다’ 존재하되 무심코 지나쳤던 주위의 대부분을 보며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제자리를 지켜나가고 있음을 깨달았던 것이다. 이러한 시간이 그에게 자신을 더욱 성찰하는 계기였을까. 그는 ‘나는 뭘까? 나는 왜 존재하는 걸까?’란 질문을 던지며 진정 중요한 것이 바로 자기 자신임을 알게된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그 무언가에 기꺼이 사랑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진정 이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 그건 무엇보다 자신에 대해 잘 아는 사람만이 가능할 것이다. 거기에 작가는 온전히 자신을 느끼고 인생을 느끼려고 자신을 세상에 내던진다. 그리고 세상과 만나 대화를 시도한다. 그건 바로 직설적인 입으로의 언어가 아닌 몸으로 전달되는 언어로써 주위의 것에서 한 걸음씩 출발한다.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는 몸을 자신의 생업으로 택한 그의 모습에서 진정 우리는‘유진규 답다’라는 말을 거침없이 내던진다.

이철우 기자 fecow@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