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명륜동 인문사회과학캠퍼스의 가을은 일품이다. 수백 년 동안 명륜당을 지키고 있는 은행나무의 웅장함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탄과 함께 겸손을 일깨워준다. 큰 도리를 밝힌다는 주자의 비천대유(丕闡大猷)에서 유래한 비천당(丕闡堂) 앞 광장의 공사가 한창이다. 기울어져 가는 국운 속에서 명륜당과 비천당을 오가며 열심히 공부하던 단재 신채호 선생과 조소앙 선생은 화창한 가을날 은행나무를 바라보며 어떤 생각을 하였을까? 망국의 한을 품고 망명을 떠난 후 상해 임시정부에서 만났을 때 어떤 대화를 나누었을까?

선배님들의 구국정신과 후배들에 대한 격려 그리고 전 성균인의 노력 덕분에 성균관대학교는 학교평가에서 일취월장 중이다. 영국 타임즈 고등교육의 “2019 THE 세계 대학 순위”에 의하면 전 세계 대학교 중에 100위 안에 든 학교가 한국에서 2곳인데, 그중 하나가 성균관대학교이다. 처음 100위 안에 진입하면서 차지한 82위라는 숫자는 자랑스럽다. 그 순위가 해마다 바뀔 수 있기에 올해 결과에 만족할 수 없고, 내년의 평가에서 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하여 정진해야 하지만 기분 좋은 일이다. 국내 2위라는 같은 결과가 10월 29일 ‘2018 중앙일보 대학평가’ 종합평가에서도 나왔다. 작년에 이어 연속 2위이고, 사립대학교 중에서는 1위다. 두 평가기관의 평가 기준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같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이제는 전 세계에서 50위 안에 들고 국내에서 1위를 해야 한다. 성균관대학교의 명예는 성균인이 만들고 가꾸는 것이다.

대외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아직 미진한 부분도 있다. 현재 가장 아쉬운 부분을 거론하면 명륜 캠퍼스에 4차산업 시대에 어울리는 연구와 교육 및 학습 등을 위한 창의적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명륜 캠퍼스는 기본적으로 부지가 비좁을 뿐 아니라 고도제한 때문에 최첨단 건축기술을 동원한 고층빌딩을 신축할 수 없다. 자칭 우리 학교의 정원인 비원을 제외하면, 명륜동 캠퍼스의 위치는 명당이나 그 부지가 광활하지 못하다. 그런데, 이번에 교수회관 뒤 부지에 가칭 수기치인관이라고 하는 건물을 신축한다고 한다. 대외적인 세계대학 평가 못지않게 성균 가족에게는 즐거운 소식이다. 도시 계획상 얼마나 많은 공간을 확보할지 모르나 새로운 분위기를 창출할 것이다. 새로운 분위기는 명륜 캠퍼스의 도약과 성균관대학교의 위상을 더 높일 것이다. 새 건물의 이름이 수기치인관이라면 적절한 시점의 합당한 작명이다. 인재양성과 이상 사회 건설을 본격적으로 주도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수기치인(修己治人)은 성균관대학교의 건학이념이다. ‘나를 닦음’이라는 수기(修己)의 개념은 수양을 통한 인간의 도덕적 완성을 중요한 내용으로 한다. 유학은 세계 완성, 즉 이상적인 사회 건설의 가능성을 이상적 인간의 완성에서 찾기 때문에, 항상 수기를 중시하는 것이다. 이러한 수기의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 힘은 주위의 세계에 대한 감화력으로 나타나는데, 이를 치인(治人)이라 한다. 그래서 율곡 선생은 “성현의 학문은 수기치인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였다.

수기치인관에서의 교육과 연구 및 학습을 통하여 새로운 창조적 학풍이 꽃을 피우기 바란다. 신라 진흥왕은 순수비에 “이 때문에 제왕(帝王)은 연호(年號)를 세워 수기로써 백성을 편안히 하지 않음이 없다(是以帝王建號 莫不修己以安百姓)”고 새길 정도였고, 그 수기치인으로 삼국통일의 발판을 마련했다. 성균관대학교도 수기치인관 건립공사를 기점으로 합심하여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어 세계의 명문대학으로 거듭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