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얼마 전 학교 공지사항에 새로운 글이 올라왔다. ‘SKKU 그린캠퍼스 캠페인’. 환경을 위해 올바른 분리배출을 해달라는 학내 캠페인이었다. 학교 차원에서 환경 캠페인을 벌이는 것을 보며 내심 뿌듯했다. 학교가 나서서 캠페인을 진행할 만큼 환경에 대한 경각심과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환경 캠페인을 보며 뿌듯해하는 나의 모습은 반년 전이라면 상상도 하지 못했을 모습이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나는 환경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여느 친구들처럼 환경 보호는 내게 잘 지키면 좋은 것, 그러나 나부터 앞장서서 지킬 필요성은 느끼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러다 지난 여름 방학에 우연한 기회로 한 대기업에서 주최하는 CSR 공모전에 도전해 화장품 회사가 환경에 기여할 수 있는 바를 구상하라는 주제를 받게 되었다. 해당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내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장 큰 변화는 내가 받은 주제와 평소 생각해오던 경영학 간의 괴리였다. 경영학을 공부하면서 항상 제1의 목표는 ‘기업의 이익 극대화’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그렇다면 기업이 CSR 활동을 할 필요가 없다. CSR은 회사 차원에서 보면 수익을 가져다주기보다는 비용을 써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괴리를 좁히기 위해 고민하다, 한 기업 컨설팅 회사 관계자의 특강에서 다음과 같은 조언을 듣게 되었다. : “이제는 기업 단독의 수입만 생각해서는 기업의 가치를 높일 수 없습니다. CSR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루어지는 추세입니다. 한 번 반짝하고 끝내는 눈속임용 행사가 아닌 사회에 지속해서 기여할 수 있는 활동이 돼야 할 것입니다.” 여기서 ‘기업의 가치’라는 단어가 무척 인상 깊었다. 이제는 소비자들도 기업이 사회에 공헌하는 바를 살필 만큼 똑똑해졌고, CSR이 기업의 수익 측면에서는 비용으로 기록될지 모르지만, 가치 측면에서는 이득이 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특강 이후 본격적으로 공모전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다 쓰지 않고 가장 많이 버려지는 화장품이 립스틱이지만 대부분 소비자들은 립스틱의 복잡한 분리배출 방법을 모르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연구를 진행했다. 이에 환경과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기 위해 소비자들에게는 올바른 분리배출 방법을 가르쳐주고 지역 아티스트들에게는 새로운 창작물을 선보일 기회를 준다는 내용의 제안서를 작성해, 최종적으로 공모전에서 1위를 거머쥘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공모전에 임하며 내가 배운 것은 ‘1위’라는 타이틀 그 이상이었다. 기업의 이익과 CSR이 공존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었으며, 크게 관심을 두고 있지 않던 환경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대해 매우 넓게 공부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제안서에서 더 나아가 내가 직접 환경에 관한 프로젝트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공모전 직후, 플라스틱이나 일회용품 등 자원 낭비를 줄이자는 취지의 ‘제로-웨이스트(Zero-Waste)' 프로젝트를 마음이 맞는 대학생 팀원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대학 생활을 하면서 내가 환경에 눈뜨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게다가 회계, 재무 쪽에 관심이 있어 선택한 경영학과인 만큼 CSR 분야의 공모전 도전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성균인들에게 환경을 지키자는 말은 너무 먼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물론 처음부터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무거운 사명감을 가지고 시작한다면 힘들고 금방 지치고 말 것이다. 시작은 가벼워야 하고 재미있어야 한다. 이러한 환경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겠다는 가벼운 다짐도 내 일상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는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작은 용기로 변화가 일어날 수 있고, 정부의 규제나 시민들의 움직임을 보면 실제로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짧은 소개이지만, 이번 글을 통해 우리 성균인들이 지구를 위한 용기, 제로-웨이스트(Zero-Waste)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두게 되는 계기가 된다면 매우 큰 영광일 것 같다.

 

조인영(글경영 17)
조인영(글경영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