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에서 벗어나 섹슈얼리티 활성화하자”
“‘각본’에서 벗어나 섹슈얼리티 활성화하자”
  • 우연수
  • 승인 2018.11.05 19:09
  • 호수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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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섹슈얼리티 활성화 연구소 심기용 활동가
심기용 연구원(왼쪽)이 프라이드 페어에서 섹슈얼리티활성화 연구소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심기용 연구원(왼쪽)이 프라이드 페어에서 섹슈얼리티활성화 연구소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성적 낙인으로부터 시작하는 퀴어
성적 체계의 의미 확장 필요해

지난달 27일 성소수자 박람회 프라이드 페어가 DDP에서 열렸다. 이번 페어에서 섹슈얼리티 활성화 연구소 부스를 운영하고 있는 심기용 활동가를 만나봤다.

섹슈얼리티 활성화 연구소를 소개해달라.
한국에서 성에 관한 문제가 젠더 중심적으로 논의되면서 성적 실천이나 개별적인 성향의 양상은 직접 다뤄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섹슈얼리티 활성화 연구소는 섹슈얼리티의 양상, 섹슈얼리티를 활성화하는 담론, 그리고 비규범적인 섹슈얼리티를 가진 개별의 삶을 소개하고자 한다. 비규범적인 개인이 사회에서 스스로를 드러내기 위한 인권 운동이기도 하다. 강연, 저술, 디자인 등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이번 프라이드 페어에서는 책 우리는 폴리아모리 한다와 굿즈를 판매하고 있다.

우리는 폴리아모리 한다는 무슨 이야기를 다루고 있나.
폴리아모리는 한국에 비독점적 다자연애로 처음 소개됐다. 누군가를 독점하지 않고 소유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독점적인 연애관과 다르게 폴리아모리는 상대가 다른 사람과 데이트를 하든, 섹스를 하든 서로 인정할 수 있는 관계를 가진다. 책에서는 독점 연애가 아닌 모든 친밀한 관계를 다루면서 이를 철학적으로 정당화한다. 비트랜스젠더-비장애인-이성애자-기혼-남성의 성생활은 보편적인 것, 유능한 것으로 인정받는 반면 비규범적 섹슈얼리티를 가진 사람은 비도덕적이라는 낙인이 찍힌다. 이성애라는 개별 양상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책에서 폴리아모리가 자연스러운 사랑의 한 형태라는 점을 강조한다. 사람은 원래 다양한 것에 사랑과 기쁨을 느낀다. 이것을 한 사람에게만 독점시켜야 한다는 연애관이야말로 문화적인 양식이다.

서울시NPO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아 ‘비규범적 섹슈얼리티의 양상과 섹슈얼리티를 긍정하는 관계맺음 방법론 질적 연구’를 진행 중이다.
사회에는 각본이 있다. 여기서 각본이란 이성애적인 성별 규범이다. 이로부터 벗어난 다양한 양상을 다룬다. 다만 젠더 중심적인 것, 즉 LGBTQIAP는 다루지 않는다. 예를 들어, 레즈비언은 여성을 좋아하는 여성을 뜻한다. 다 젠더 문제이지 않나. 이번 연구는 무엇을 욕망하고 어떤 관계를 맺는지 질문하며 다양한 섹슈얼리티를 다룬다. 폴리아모리, BDSM, 트랜스섹슈얼리티, 크루징(공공장소에서 데이트 상대를 찾는 일) 등이 연구 대상이다. 이러한 비규범적 섹슈얼리티를 신체 전반에 대한 성향으로 넓게 해석하면서 성적 실천의 의미 체계를 살핀다. 연구 결과는 이달 말에 나온다.

성적 실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퀴어가 LGBT로 대중화되고, 한국의 성소수자 운동도 주로 젠더를 중심으로 규범화된 정체성을 사회적으로 인정받고자 한다. 하지만 퀴어도 결국 성적 낙인으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그 성적 낙인은 성적 실천에서 나온다. 문란하다고 낙인 받은 다양한 성적 실천의 의미 체계를 바꿔야 한다. 예를 들어 ‘항문섹스도 인권이냐’는 반동성애 피켓에 대해 그렇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드물다. 마치 그것이 운동의 주요 이슈가 아닌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퀴어라면 당연히 성적 실천과 그것의 의미 체계를 다룰 필요가 있다. 욕망이 무엇이고, 성향이 무엇인지. 그것이 이성애 규범적인 각본인지, 문란하고 위험하다는 성적 낙인을 받는지. 이런 질문들이 인권에 대한 이야기가 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활동 방향은.
성적 실천을 위한 인권 운동을 하고 싶다. 바텀 자조모임, 폴리아모리 자조모임 같은 여러 가지 재밌는 활동도 구상하고 있다. 성적 실천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직접 증언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자리가 많아졌으면 한다. 장기적으로는 문란하다고 하는 의미 체계를 확장시키고 싶다. 퀴어문화축제가 문란하다고 비난받는다. 이 때문에 표현 방식이 더욱 위축되고 보수적인 방향으로 간다. 하지만 동시에 퀴어로서 인정받고 싶어한다. “나는 문란하지 않아”, “나의 몸은 너희들처럼 평범해.” 이러한 방향을 어떻게 하면 깰 수 있는지, 어떻게 섹슈얼리티를 안전하게 해소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다양한 성적 양상들을 이 사회에서 맥락화하고 싶다.


글사진 | 우연수 기자
coincidence_number@skku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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