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젠더&섹슈얼리티연구소 숨 백조연, 이하영,정성조 연구원

기자명 우연수 (daleksupreme@naver.com)

현실 기반 연구 지향해
동성애 혐오, 한국적 맥락 중요해

젠더&섹슈얼리티연구소 숨(이하 숨)은 지난 9월에 개소해 중앙대 사회학과 이나영 교수가 소장을 맡고 있다.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백조연 연구원, 이하영 연구원, 정성조 연구원을 만나 숨의 지향점을 들어봤다.

숨의 지향점은. 어떤 활동을 하는가.
2016년 강남역 사건 이후로 페미니즘 운동이 확장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전반적인 성찰보다는 반동이, 다른 한편에서는 성소수자 혐오가 거세지고 있다. 이는 오늘날 갑자기 등장한 현상이 아니라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남성 중심적 질서에 기반한다. 숨은 페미니즘과 퀴어가 교차하는 지점을 고민하고, 젠더와 섹슈얼리티를 둘러싼 현실에 기반한 활동과 연구를 지향하고 있다. 현재는 독서모임과 신진연구 발표회 등 행사를 통해 숨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독서모임에서는 구체적인 현상을 분석한 내용이나 젠더, 섹슈얼리티 이론들을 공부하고, 신진연구 발표회에서는 젠더, 섹슈얼리티에 대한 구체적인 주제를 다룬 연구물을 공유한다.

지난달 13일 신진연구 발표회에서 백조연 연구원의 ‘한국 보수 개신교 성소수자 혐오 담론의 형성과 전개 양상’을 발표했다.
1990년대 이후 보수 개신교의 반동성애 운동 형성과 전개 양상을 살폈다. 1990년대 초반 일부 개신교계 단체나 신문 매체에서 성명서와 기사를 통해 반동성애 입장을 제출했다면, 2007년 차별금지법 입법 예고 이후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시민단체나 연구단체를 조직해 성과학, 인권 등 대중적인 언어로 동성애를 문제적으로 구성하는 것이다. 반동성애는 여성혐오와 얽혀있으며, 트랜스젠더, 젠더퀴어 등에 대한 혐오로 확장되고 있다. 최근에는 ‘양성평등’ 프레임을 통해 트랜스젠더와 젠더퀴어가 남성과 여성이라는 경계를 위협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 외 일부 교단에서 동성애자에 대한 배제를 명시한 법을 통과하고, 일부 신학교에서 동성애자의 입학을 제한하는 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월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는 폭력사태가 발생하는 등 보수 개신교의 혐오 담론은 더 심해지고 다양해지고 있다.

동성애 혐오가 사회문화적인 맥락을 따른다면 한국적인 맥락이 중요할 것 같다.
한국의 역사와 현장의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성조 연구원의 경우 군대 내 남성성 형성과 동성애 혐오를 연구하면서 근현대 한국 상황을 살폈다. 20세기 초 성과학 담론의 유입, 징병제의 도입, 주민등록제의 본격화, 1970년대 성매매 규제와 가족 제도 등 여러 맥락이 맞물려 이성애가 규범화됐다. ‘남자라면 군대에 가야 한다’는 서사가 등장하고, 주민등록증에서 남자와 여자를 1과 2로 나눈 것이다. 한편 한국에서 동성애를 처벌하는 유일한 조항이 군형법에 있다. 2000년대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 이 조항은 동성보다 이성 간 사건에 적용됐다. 그러다 인권단체에서 이 조항을 쟁점화하고 보수 개신교, 국방부와 대립하자 2013년 해당 항목을 *계간에서 항문성교로 바꿨다. 동성애를 처벌하는 데 쓰이지도 않았던 항목이 40년의 시차를 두고 갑자기 문제화된 것이다. 이처럼 서구의 이론으로만 해석되지 않는 한국적인 맥락이 있다.

앞으로 숨의 방향은.
현장에서 퀴어와 페미니즘의 이슈가 갈등하는 것처럼 과장되곤 한다. 이에 숨은 젠더와 섹슈얼리티의 교차 지점, 퀴어-페미니즘 간 연대를 적극적으로 모색하려 한다. 한국적 맥락에서 전개되어 온 퀴어-페미니즘 운동 및 역사에 대한 관심을 통해 활동과 연구의 생산적 개입을 추구하고자 한다. 앞으로 내부 연구팀을 통해 젠더와 섹슈얼리티에 대한 이론 및 연구를 생산하고, 외부 행사를 통해 논의의 장을 만들어갈 예정이다.

*계간=닭의 성교 행위[鷄姦]. 동성 간 성교를 ‘추한 성교’로 비하하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