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일러스트 l 윤은진 기자 qwertys@
일러스트 l 윤은진 기자 qwertys@

뇌는 우리 몸에서 가장 복잡한 장기이다. 뇌 안 세포의 약 10%를 차지하는 뉴런만 해도 약 1000억 개이며, 이들은 100조 개의 연결을 맺으며 매우 복잡한 네트워크를 구성한다. 나아가 각 뉴런이 눈 깜박할 시간에 수십 개까지 전기신호를 만들어내는 것을 생각하면 뇌의 기능을 이해하는 것을 왜 인류의 마지막 난제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여러 곳에서 국가적인 과학 역량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BRAIN initiative’는 새로운 뇌공학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사업으로 중심 과제로 뇌신호의 정확한 측정과 조절이 있다. 흥미롭게도 다양한 세부사업에서 기존 뇌과학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빛에 기반한 기술이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많은 광학자와 공학자가 뇌 연구에 뛰어들었으며, 전통적인 광학과 뇌과학이 융합된 신생분야인 뉴로포토닉스(neurophotonics)가 급격히 성장 중이다.

수많은 뉴런이 이루는 네트워크의 기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뉴런의 시공간적 활성을 측정해야 한다. 전통적인 전기생리학적 방식은 뉴런 하나 혹은 여러 뉴런의 신호가 합쳐진 상태에서 측정하는 방식이었기에 전체 네트워크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최근의 광학현미경은 공간적으로 머리카락 두께의 1/100 수준인 세포소구조를 구분할 수 있으며, 시간적으로는 뉴런이 만들어내는 단일 전기신호를 구분할 수 있기에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상용화 된지 10여년에 불과한 다광자 형광 현미경은 이미 뇌과학 연구실에서 널리 사용하는 도구가 되었으며, 더 높은 시공간적 해상도를 얻기 위한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더불어 뇌의 전기적 활성을 광학적 신호로 바꿔줄 효율적인 염색 시료 및 단백질의 개발은 화학자 및 생물학자에 의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비록 조그맣지만 갓 태어난 물고기의 뇌에서 모든 뉴런의 활성을 동시에 측정하는 것이 성공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뇌의 활성이 어떠한 기능을 하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뇌의 활성을 조절하는 기술 또한 필수적이다. 수없이 많은 뉴런이 서로 다른 타이밍에 반짝이는 것을 모사하여 조절하는 데에도 빛을 이용한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우리 뇌의 세포는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빛에 반응하지 않지만 빛에 반응하는 단백질을 인위적으로 넣어주면 빛을 쪼여주는 것만으로 세포 활성을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다. 광유전학(optogenetics)라고 불리는 이 생명공학 기술에 빔프로젝터에서 사용되는 빛의 패턴을 조절하는 광기술을 접합해 뉴런을 피아노를 연주하듯이 원하는 패턴으로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를 활용해 어떠한 뇌 네트워크 활성이 특정 행동을 일으키는지 규명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이렇듯 광학 현미경을 이용해 수많은 뉴런의 활성을 정확히 측정하고, 광유전학을 통해 여러 뉴런을 피아노 연주하듯 조절하는 기술은 뇌의 기능을 이해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지속적인 기술의 진보는 궁극적으로 뇌 전체의 활성도를 모두 측정하고 조절하는 데에 있으나 다양한 기술적인 난제가 버티고 있다. 이를 위해 생물학, 공학, 물리학, 화학 등의 기존에 뇌과학과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던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융합해 활발하게 연구 중이다. 아직 요원해 보이는 뇌에 대한 이해를 빛을 이용한 기술이 어떻게 풀어나갈지 매우 흥미롭다.

최명환 교수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최명환 교수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