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읽은 책 - 『트렌드 코리아 2019』

기자명 김원구 (kwg0328@skkuw.com)


소비 트렌드 분석, 신제품 기획·소비자 복지 증진에 이바지해
“트렌드에 조급하기보다는 사회 변화와 현 위치 생각 더 중요해”



올해의 화두 ‘소확행’을 만든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트렌드 코리아 2018. 지난달 발간된 트렌드 코리아 2019는 ‘PIGGY DREAM’이라는 주제로 어김없이 내년 소비 트렌드를 예측했다. 과연 트렌드 코리아 2019는 2019년에 대한 ‘돼지꿈’이 될 수 있을지, 공저자 중 한 명인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센터장 김난도) 전미영 연구위원을 만나 봤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두드러진 변화는 △미래 지향 관점에서 현재 지향 관점으로 △구매 중심 소비에서 경험 중심 소비로 △자기중심적 소비에서 사회고려 소비를 하는 사회로 바뀐 점이다. 전 연구위원은 “올 한 해 ‘소확행’이란 단어가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이는 현재 지향 관점에 공감함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한, 오늘날 소비자는 외제차나 명품 등 상품에 집중하는 소비보다는, 여행이나 맛있는 음식 먹기와 같은 ‘경험’을 사는 소비를 많이 한다. 한편으로는 타인과 사회를 고려하는 소비가 두드러진 변화 중 하나다. 책에 제시된, 생존을 위해 친환경 소비가 필수라는 ‘필환경’도 같은 맥락이다.

이 같은 변화가 나타난 원인은 △기술 환경의 변화 △소비자 영향력 증대 △인구구조 변화 △저성장 경제환경 등이다. 기술 환경 변화로 정보 이용 방법이 바뀌었는데, 기존 4대 매체에서 SNS나 유튜브 같은 개인 매체로 바뀌며 소비자들의 정보접근성과 활용도가 커졌다. 이와 함께, 소비자의 영향력도 증대됐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기업은 도태된다. 전 연구위원은 “과거 소비자는 기업이 일방적으로 생산한 제품을 구매했다면, 이제는 소비자의 구매 행동이 기업에 대한 선거권(dollar voting)과 같다”고 말했다. 또한, 1인 가구와 비혼(非婚)주의 증가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도 영향을 미쳤으며, 과거와는 다른 저성장경제 환경도 한몫했다.

위와 같은 소비 트렌드 분석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의의가 있는데, 기업의 신제품 기획에 방향성을 제시한다. 소비자 차원에서는 소비자 니즈가 기업의 활동에 반영돼 소비자 복지 증진에 이바지한다. 한편,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민간 차원과 기업 차원의 두 가지 방법으로 트렌드를 분석한다. 민간 차원은 ‘트렌더스 날’이라는 자체 조직을 활용한다. 전 연구위원은 “매년 트렌드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을 모집해 다양한 분야에서 정보를 수집한다”고 말했다. 또한, 기업 컨설팅을 진행하며 얻은 결과도 분석에 활용한다. 전 연구위원은 “자동차, 전자제품, 화장품과 같은 다양한 업종의 신제품 기획이나 마케팅 전략 등을 컨설팅한다”며 “소비자 분석을 통해 발견한 인사이트를 많이 활용한다”고 분석 방법을 설명했다.

트렌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전 연구위원은 “트렌드를 유행과 혼동할 수 있는데, 트렌드는 유행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렌드는 지속성과 범위에 따라, △마이크로 트렌드 △패드(fad) △트렌드 △메가 트렌드 △문화(culture)로 나뉜다. 마이크로 트렌드는 3~5일의 가장 짧은 주기를 갖는다. 이보다 더 긴 1년 정도 지속하는 트렌드가 ‘패드’다. 패드는 ‘유행’이라 번역되는데, 패션 트렌드가 이에 해당한다. 보통 우리가 트렌드라고 알고 있는 ‘트렌드’는 3~5년 지속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보다 더 큰 트렌드는 10년 이상 이어지는 메가 트렌드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변화가 메가 트렌드에 해당한다. 트렌드의 끝은 문화다. 문화는 30년 이상 주기를 갖고, 세대 간으로 전수된다. 전 연구위원은 “업종에 따라 다른 트렌드 종류를 보고 어떤 트렌드를 좇아야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알라딘 제공
ⓒ알라딘 제공

요즘 트렌드 서적이 ‘트렌드’다. 이에 대해 전 연구위원은 “사회를 읽으려 노력하는 책들이 많이 나오는 건 좋은 현상이다. 트렌드 서적은 사람들이 사회에 관심 가지며 이해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다만, 트렌드를 꼭 알아야 한다고 부담 가질 필요는 없다. 전 연구위원은 “오히려 너무 앞서가 타이밍이 맞지 않아 실패한 경우가 많다”며 “남들보다 빨리 가야 한다거나 사회 변화를 읽지 못하면 뒤처진다는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사회 흐름과 스스로 위치를 생각해보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전미영 연구위원
전미영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