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채연 (cypark4306@skkuw.com)


목적이 다른 독일 네트워크 실행법을 벤치마킹하는 것은 잘못
황 교수 “국가가 여론 형성 과정에서 진실성을 검증하는 것은 해악”


‘가짜 뉴스’가 우리 사회의 문제로 대두되면서 외국의 해법이 주목받고 있다. 독일의 네트워크 집행법과 이탈리아의 가짜 뉴스 금지법이다. 지난 19일 ‘언론 현안 라운드 테이블 “‘뉴스’, ‘가짜 뉴스’, ‘허위 정보’” 토론회에서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황용석 교수는 외국 규제 조항의 내용과 한계에 대해 설명했다.

독일의 네트워크 집행법
지난 1월 1일 시행된 독일의 네트워크 집행법의 정확한 명칭은 ‘소셜네트워크에서의 법집행 개선을 위한 법(Act to Improve Enforcement of the Law in Social Networks)’이다. 황 교수는 “많은 사람이 가짜 뉴스 처벌법으로 알고 있는 이 법의 목적은 가짜 뉴스 처단이 아니다”라며 “네트워크 집행법의 목표는 소셜네트워크 사업자가 혐오 표현을 담은 게시물, 영상 등을 방치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것에 있다”고 말했다. 

네트워크 집행법은 △유튜브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 회사에 적용된다. 명백한 혐오 발언에 대한 신고가 접수된 지 24시간이 지나도록 이를 삭제하지 않는 경우 벌금을 부과한다. 이런 태만이 반복되면 과징금적인 벌금을 더 부과한다.

한국에서는 독일식 규제 방법이 가짜 뉴스를 없앨 대안으로 제시되지만, 반대론자들은 이 법이 과도한 검열로 이어져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소셜네트워크 회사가 벌금을 피하기 위해 충분한 검토 없이 다른 사용자들이 신고한 게시물을 사전에 삭제해 버릴 가능성 때문이다. 이 법을 악용해 자신과 생각이 다른 게시물을 신고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황 교수는 “독일 집행법은 혐오 표현을 근절하기 위해 발의됐지만, 한국에서 발의된 법안은 가짜 뉴스 근절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정리하며 “목적이 다른 외국의 법을 벤치마킹하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밝혔다.

사회민주당 소속인 하이코 마스 외무장관.
하이코 마스 외무장관은 법무장관 시절 ‘네트워크 집행법’을 추진했다.
ⓒ위키피디아 제공


이탈리아의 가짜 뉴스 금지법
이탈리아에서도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등을 중심으로 많은 가짜 뉴스가 활개치고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지난 1월 이탈리아의 독점 금지 담당관 조반니 피트루젤라(Giovannii Pitruzzella)가 가짜 뉴스와 싸우기 위한 정부 규제안을 제시했다. 이후 내무부는 가짜 뉴스 신고 온라인 포털을 만들었다. 누구나 이곳에 가짜 뉴스 신고 글을 올리면 경찰이 곧바로 조사에 착수한다. 경찰의 가짜 뉴스 판별 단속반은 특수 소프트웨어를 통해 해당 뉴스의 출처를 확인하고 진위를 판별한 뒤, 가짜로 확인되면 뉴스를 삭제하고 처벌한다. 

이탈리아 정부가 운영 중인 가짜 뉴스 신고 온라인 포털 화면.
이탈리아 정부가 운영 중인 가짜 뉴스 신고 온라인 포털 화면.

이탈리아 야당과 시민사회에서는 “경찰이 팩트체커 역할까지 하겠다는 것이냐”며 “국민을 감시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또한 유럽 국가들은 이 규제가 유럽 인권 협약을 위반하는 것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황 교수 역시 이를 두고, “가짜 뉴스 자체는 민주주의에 해악적 요소가 되지만, 국가가 여론과정에서 정보의 진실성을 검증하는 것은 정보다원주의를 훼손하는 것으로 더 큰 해악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