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뉴스, 진짜일까 가짜일까
우리가 보는 뉴스, 진짜일까 가짜일까
  • 최인영
  • 승인 2018.11.26 17:07
  • 호수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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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 유은진 기자 qwertys@
일러스트 | 유은진 기자 qwertys@

가짜 뉴스, 정의 규정 어려워 논란
건전한 여론 형성이 법제화보다 우선시 돼야

각종 매체를 통해 가짜 뉴스가 퍼지고 시민들은 이를 무분별하게 접하고 있다. 2016년 미국 대선 이후 러시아와의 세계 대전이 발발할 것이라는 허위 정보가 SNS를 통해 퍼졌다. 지난 남북정상회담 때는 사열 방향을 착각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치매설이 돌았다. 사실처럼 퍼져나가는 가짜 뉴스는 이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렇다면 본지에서는 가짜 뉴스의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스캔들의 중심, 가짜 뉴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가짜 뉴스는 큰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지난 6일,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투표소 장소 변경이라는 거짓 정보가 퍼졌다. 투표가 접수되지 않아 투표소를 다시 안내받으라는 스팸 메시지는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페이스북이 가짜 뉴스 규제를 강화했으나 큰 영향은 없었다.

지난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사열 방향을 착각한 장면이 유튜브에 퍼졌다. 단순히 방향을 착각한 것이지만 영상 유포자는 이를 치매설로 포장했다. 유포자는 62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한 이 영상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만 보여주고 있으며 언론사에서는 이 영상을 송출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당 영상은 남북정상회담을 취재한 모든 언론사가 송출했다. 결국 유포자에게 벌금 300만 원이 구형됐다. 

모호한 가짜 뉴스 개념
가짜 뉴스는 개념부터 정의내리기 어렵기에 논란의 소지가 많다. 학계에서는 가짜 뉴스를 △의도성 △정보의 허위성 △형식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황용석 교수는 가짜 뉴스를 “상업적 또는 정치적 목적으로 타자를 속이려는 의도가 담긴 정보, 수용자가 허구임을 오인하도록 언론 보도의 양식을 띤 정보, 사실 검증이라는 저널리즘의 기능이 배제된 가운데 사실처럼 허위로 포장된 정보”라고 정의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박아란 연구위원 역시 “허위의 사실관계를 고의적, 의도적으로 유포하기 위해 기사 형식을 차용하여 작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회에서 정의하는 가짜 뉴스의 개념과 범위는 학계의 그것과 다르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은 지난 4월에 발의한 법안을 통해 가짜 뉴스를 4개 기준으로 정의했다.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2호에 따른 언론사가 유통한 정보 중 언론사가 정정 보도 등을 통하여 그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인정한 정보 △같은 법률 제7조에 따른 언론중재위원회에서 그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결정한 정보 △법원의 판결 등에 의하여 그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된 정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허위사실 공표, 지역성별 비하 및 모욕으로 삭제 요청한 정보이다. 박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따르면 4개 유형에 해당하는 정보가 지속적으로 유통될 경우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의무적으로 가짜 뉴스를 삭제해야 한다.

이처럼 가짜 뉴스의 범위와 정의는 분류하는 주체마다 다르다. 정치권의 가짜 뉴스 정의에 따르면 오류를 담았다는 이유로 루머나 소문까지도 가짜 뉴스 범주에 들어가게 된다. 팩트체크 미디어 뉴스톱 김준일 대표는 “학계 기준대로라면 목적성을 띤 악의적 오보와 기사형 광고도 가짜 뉴스로 해당한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한국언론진흥재단, 한국방송학회, 한국기자협회, 한국언론학회가 공동 주최한 ‘언론 현안 라운드 테이블 ‘뉴스’, ‘가짜 뉴스’, ‘허위 정보’ 토론회에서 김준현 언론인권센터 변호사는 정부의 가짜 뉴스의 정의 규정을 두고 “헌법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그는 “헌법에 따르면 허위 표현도 표현의 자유에 포함된다”며 “허위 통신을 규제하려면 어떤 내용이 허위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허위 내용이 있다는 것만으로 규제하는 것은 헌법상 원칙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가짜 뉴스를 규정하는 절차와 주체도 논란의 대상이다. 허위 사실을 가짜 뉴스라고 규정하는 주체의 기준이 주관적이며, 가짜 뉴스를 정하는 단체나 개인을 선정하는 기준 또한 모호하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허위성을 판별할 권한을 가진 곳에서 진위를 가린다 해도 규제와 처벌의 대상이 되는 내용이 무엇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덧붙여 “현실적으로 가짜 뉴스 규정 주체를 지금 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박 연구위원도 “허위를 판단하는 주체를 결정하기 어려우며, 뉴스 형식의 허위 정보라고 가짜 뉴스를 규정할 경우 뉴스 형식이 무엇인지도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서 “디지털 시대에는 다양한 뉴스 형식이 생겨나고 있어서 어떠한 것이 뉴스 형식인지를 규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가짜 뉴스를 심화시키는 현상
가짜 뉴스는 1인 미디어를 통해 퍼져나간다. 이때 개인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뉴스만 접하기 때문에 ‘에코 체임버 현상’과 ‘필터 버블 현상’이 발생해 문제가 된다. 우리 학교 이재국(신방) 교수는 ‘에코 체임버 현상’을 ‘반향실 효과’라고 말했다. 밀폐된 방에서 같은 소리를 계속 지르면 그 소리가 점점 자라 커다란 소리가 되는 현상을 은유적으로 사용한 것이다. 그는 “편향된 진영에서 같은 편끼리 토론을 계속하다 보면 전체의견이 점점 더 강경한 쪽으로 변하는 현상”이라며 “반대 의견을 듣지 않을 때 발생한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필터 버블 현상을 ‘여과막 효과’로 소개했다. 그는 “온라인 공간에서 여러 가지 요인으로 대화 상대가 어떤 특정한 범위(Bubble) 밖을 벗어나지 않게 된다”며 “사용자는 범위 바깥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선택적 여과(Filter)를 거친 다음 받아들이게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두 현상이 비슷해 보이지만 에코 체임버 현상은 반대 의견을 사용자가 의도적으로 차단하는 것이고 필터 버블은 사용자의 의지와 관계없이 반대 의견을 보지 못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필터 버블 현상이 큰 문제가 된 것은 45대 미국 대통령 선거 때다. 선거 과정에서 SNS를 통해 ‘프란체스코 교황이 트럼프 지지를 발표했다’는 식의 허위 정보가 빠르게 퍼졌다. 그러한 가짜 뉴스를 공유한 횟수는 871만이다. 뉴욕 타임스워싱턴 포스트같은 주요 언론사의 기사 조회 수보다 많았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박 연구위원은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서는 다양한 의견을 접하며 사고의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가짜 뉴스를 통해 오히려 자신의 기존 생각만을 강화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한국 저널리즘의 반성
황 교수는 “한국 저널리즘이 언론, 시민 단체, 정당에 대한 신뢰도 하락과 직업윤리가 지켜지지 않는 문제, 다양한 토론장의 등장으로 신뢰를 잃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언론은 시민이 원하는 정보를 적절한 형식으로 내보내지 않는다. 또 기자의 의견을 말하는 것을 두려워해 간단한 내용이라도 스트레이트 기사 형식을 통해 내용을 전한다. 그러한 태도를 본 시민이 언론을 불신해 가짜 뉴스가 팽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저널리즘의 회복을 위해 가짜 뉴스라는 용어를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짜 뉴스’라는 표현이 정치적인 목적에서 만들어졌고 사용됐기 때문이다. 그는 “가짜 뉴스를 통해 시선을 끌어 특정한 태도와 행동을 유도하고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보고 싶은 것만 보여줘 사람들의 편견을 강화한다”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도 “국내에서도 불명확한 가짜 뉴스 대신 허위 정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권장되고 있다”며 “최근 유럽에서는 가짜 뉴스(fake news) 대신 허위 정보(disinformation)라는 용어가 권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가짜 뉴스 해결책
가짜 뉴스 대안은 단기적으로 팩트체크 강화와 법제화가 있다. 팩트체크는 언론사가 기사를 내기 전에 정보의 진위 여부를 확실하게 파악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언론의 기본적인 역할이지만 가짜 뉴스 논란이 심화하며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SNU 팩트체크 센터가 팩트체크 기능을 수행 중이다. SNU 팩트체크는 언론사들이 검증한 공적 관심사를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에 의해 운영되는 정보 서비스다. 박 연구위원은 “이해관계가 다른 언론사가 협업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플랫폼을 통한 언론사의 협업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치계에서는 법제화를 가짜 뉴스에 대한 대안으로 추진하고 있다. 국회에는 20개가 넘는 가짜 뉴스 관련 입법안이 계류 중이다. 박 의원의 법안도 그중 하나다. 하지만 학계는 이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국회의 가짜 뉴스 규제 발의안이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설명한다. 그는 “허위 표현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가 보호하는 영역을 축소하는 것이다”라고도 말했다. “표현을 사전에 검열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도 했다. 또한 “사실 여부에 대한 판별은 최종적으로 진실과 거짓의 경쟁 속에서 결정되며 특정 표현을 허위라고 공권력이 판별하는 것은 검열과 비슷한 위축 효과를 불러온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국내에 이미 허위 정보 처벌에 관련한 법이 존재하기에 허위 표현 그 자체를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허위 표현으로 인한 권리 침해를 문제 삼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허위 사실이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면 △명예훼손죄 △사기죄 △신용훼손죄 △업무방해죄 등으로 처벌하는 방식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치계에서는 허위 표현에 대한 규제가 없어 이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규제의 공백이 아니라 여백의 미다”라며 “공익적 사안에 대하여는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고 시장 경쟁을 통해 여론이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 변호사는 “정부는 자율적 규제와 경쟁을 통해 건전한 여론 형성을 지원하는 데 일차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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