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실격』, 다자이 오사무

기자명 이철우 기자 (fecow@skku.edu)

문학작품을 보는데 있어서 우리는 순수하게 그 작품만을 보기도 하지만, 때로는 작가에 대한 사전지식을 갖고 작품을 대했을 때 작품이 더욱 현실감 있게 와 닿는 경험을 한 번쯤은 해보았을 것이다. 더욱이 한편의 문학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 작품 곳곳에 작가의 수고로움이 배어있기 때문에, 작가에 대한 배경지식은 작품을 이해하게 하는데 훨씬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작가가 처한 환경, 그리고 그의 성장배경 등을 바탕으로 그의 작품을 접했을 때 다가오는 감회란 사뭇 다를 것이다.
 

일본작가 다자이 오사무(太宰治)의 『인간 실격』은 작가에 대한 배경지식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수월한 작용을 하는 차원을 넘어 도리어 작품 속의 주인공이 바로 작가가 아니냐는 착각에 빠뜨리기까지 한다. 또한 이 작품이 다자이 생애의 황혼 무렵에 쓰여진 작품이라고 하니 이는 작가의 인생을 돌아보는 회고록이자 수기인 셈이다. 그렇다. 기자가 보는 작가 다자이는 자신의 일대기를 작품 속 주인공인 ‘오바요조’에 비춰 자기를 세상에 내던지고 있었다.  

어렸을 적부터 주인공 ‘오바요조’의 삶은 평범하지 않았다. 주인공은 어떤 일에 대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모르는 일이 많아져 이따금씩 불안과 공포에 휩싸인다. 그러기에 사람과의 대화에서 어떤 말을 해야할지 몰라 점점 회피하게 되고, 마침내 그러한 주인공은 광대짓을 통해서나마 다른 이들로부터의 구애를 얻고자 했다. 주인공은 남에게 웃기는 연기를 펼침으로 사람들의 눈에 거슬리지 않을 정도면 됐던 것이다.
인간에 대한 공포로 부들부들 떨며 또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행동에 자신감을 지니지 못하고, 혼자만의 괴로움을 가슴 속 작은 상자 속에 숨긴 채 성장했던 것이다. 이러한 모습으로 성인을 맞이한 ‘오바요조’의 앞날은 단연 순탄치만은 않았다. 세상과의 대화에 실패한 그에게 술과  담배, 마약과 매춘부 그리고 귀에 솔깃했던 좌익사상 등은 그가 세상과 손잡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때론 세상과의 단절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번번이 뒤따라주지 못했다. 이러한 모습에 그의 삶은 방탕하다 못해 폐인에 이르게 된다.

작가 다자이와 너무나도 많이 닮아있는 주인공 오바요조를 보며 작가가 살았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본다. 전쟁과 파괴가 일상이었던 전쟁시기, 그리고 패전국의 황폐화된 모습들. 다자이는 이러한 사회상에서 자신의 변모된 모습을 봤던 것이고, 자기 구원에 몸부림치다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던 것이다. 이 책은 ‘내가 이제까지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이른바 인간세계에 있어 단 하나 진리라고 생각되는 것은 나에게 행복도 불행도 없다는 것이다’라고 끝을 맺는다.